원시인과 컴퓨터 세상
처사21
원시인과 컴퓨터 세상 이 주 향(수원대학교 철학과 교수) 나는 원시인이다. 하기야 내가 자신을 그렇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도 나와 가까운 몇몇 사람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문명의 이기를 누릴 줄 모른다나 어쩐다나? 실제로 내집엔 그 흔한 전기 밥솥 하나 없다. 나는 아직도 솥이나 냄비에 밥을 해 먹는다. 몇 년전에 보다 못한 어머니가 전기 밥솥과 전자 렌지를 사오셨는데 며칠 뒤에 전자 렌지는 친구가, 전기 밥솥은 후배가 가져갔다. “유통”을 모르는 삶 나는 아직도 샴푸로 머리를 감지 않는다. 비누를 쓴다. 뽀얗게 화장하고 높은 구두를 우아하게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 보다는 맨 얼굴에 운동화를 신고 흙을 밟으며 걸어다니기를 즐긴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후기 자본주의는 망할 거라고 친구들이 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