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사랑
처사21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 사내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SBS의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됐던 것으로 기억되는군요. 나이는 예순 한 살이었죠. 그는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를 매일같이 순례하듯 돌아다녔어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죠. 찾는 사람은 여자였어요. 나이는 스물 여섯살. 사내는 총각이었지요. 사람들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늙은 사내가 시퍼렇게 젊은 여인네에게 연정을 느낀다는 것을. 그는 대학에서 행정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고 그저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삶이 익숙해져서 그 흔한 사랑, 그 흔한 결혼과도 인연이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버스 정류장에서, 맞아요,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자를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