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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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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관

 

 

 

언어관에는 말이 의사 소통 수단 이상의 정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견해와 의사 소통 수단으로서 가치 중립적이라는 견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견해는 말은 의사 소통 수단 이상의 정신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우리말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반만 년 역사적 생활에서 문화 활동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결과이다. 그 낱낱의 말은 다 우리의 무수한 조상들이 잇고 이어 보태고 다듬어서 우리에게 물려준 거룩한 보배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곧 우리 겨레가 가진 정신적 및 물질적 재산의 총목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말은 우리의 얼로서 우리가 고유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견해는 말은 의사 소통 수단으로서 가치 중립적이므로 외래어에도 개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은 의사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호 체계이며, 기호 자체로서는 아무런 사상이나 감정을 담고 있다. 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정확하고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서 사상을 논할 것이 아니다. 외래 언어의 유입이나 우리 언어의 유출은 문화의 흐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변화이고, 우리는 그런 언어들을 통해 우리 문화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이다.

 

 

언어는 한 날 한 시에 한꺼번에 만들어진 완벽한 체계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고 축적된 누적물의 더미이다. 그러기에 언어는 온갖 인간의 경험을 담고 있다. 이 경험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미묘한 부분이다. 만약, 이런 미묘한 경험적 의미를 언어가 담지 않고, 우리가 에스페란토 어를 사용하는 것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고하는 데에 결코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언어마다 각각 그 개념 체계가 다르고, 그러기에 각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언어마다 각각 개념이 다름은 다음과 같은 예에서 알 수 있다. 영어에는 수동 표현이 매우 발달하여 사물 주어가 많은 반면 우리말은 그렇지 않다. 이런 언어 구조가 사고에 있어 사물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의 'moon'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상시키지만, 우리말의 ''은 토끼가 방아찧는 정다운 의미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완전한 번역이란 불가능한데, 이것도 모든 언어가 동일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한 증거가 된다. 영어의 'boy,' 'girl'의 개념이 '소년,' '소녀'의 개념과 다르기 때문에 'boyfriend,' 'girlfriend''소년 친구,' '소녀 친구'로 번역되지 않고 '남자 친구,' '여자 친구'로 번역되는 것이다.

 

이렇듯 두 언어가 같지 않음은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어떤 언어 화자들에게는 없을 수 있는 우리만의 것임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언어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어 화자가 바라보며 생각하는 'moon'의 의미와 우리가 바라보는 ''의 의미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영어 사용자들은 달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아 달에 도전했지만 우리에게는 함께 노니는 친구로서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언어가 다르면 그 사고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말하였다. 그러기에 우리 문화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 언어의 고유성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인 것이다. 이것은 결코 국수주의적인 편협한 고집이 아니라 우리식의 사고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외래어에 보다 엄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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