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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은 정당한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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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권은 정당한가

 

 

 

얼마 전 모 신문 사회면에 실린 `흡연자 권리 지키자'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른바 `예절바른 담배 문화 운동 중앙회'의 주장에 따르면 흡연은 시민의 행복 추구권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 건강 진흥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는데, 이는 헌법에 나오는 `권리'에 대한 기초적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발상이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그 과정에서 다른 시민의 권리를 해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흡연은 비흡연자에게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폐암 등의 각종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흡연은 정당한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단체의 주장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물론, 흡연자의 흡연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므로 쾌적한 흡연실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끽연자는 가해자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애연가(愛煙家)의 담배 연기를 무의식중에 마시게 되면 신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볼까. 최근 미국에서 '간접 흡연'에 의한 건강 피해에 대한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되었다. 미 보건성은 1964년부터 거의 매년 흡연의 피해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 왔지만 간접 흡연의 건강 피해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간접 흡연은 폐암을 포함한 각종 호흡기 질환과 심장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부인이라도 남편의 흡연에 의해서 폐암에 걸리는 위험이 높아지는데 하루 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남편을 둔 부인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을 둔 부인에 비해 폐암으로 죽을 확률이 1.9배나 높다. 미 환경 보호국(EPA)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다른 사람의 흡연 때문에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500~5,000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유타 대와 캘리포니아 대 연구팀은 흡연 여성 7,000여명을 대상으로 병력(病歷)을 조사해 본 결과 흡연자이면서 결혼한 여성이 비흡연자이면서 결혼한 여성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았다. 덴마크의 겐토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가 하루에 담배 1갑을 피울 경우 신생아의 출생시 몸무게는 120g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여성이 임신 중 10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우면 태어난 자녀가 유년기에 암에 걸릴 확률이 5%나 높아진다. 담배를 피우는 부모를 둔 어린이의 경우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부모를 둔 어린이에 비해 폐 기능의 발달이 늦어진다. 부모가 담배를 피우는 가정의 어린이에게서는 천식이 더 많고 기관지염,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비율이 5~6배나 더 높다. 건강한 비흡연자가 담배 연기에 노출되면 눈과 코 및 인후가 자극되어 급성 반응을 보인다. 이 때문에 비흡연자는 눈물, 가려움, 후두염, 목쉰 소리나 기타 알레르기 반응으로 고통을 겪는다. 미 보건성의 보건 국장 쿠프 박사는 간접 흡연은 석면(石綿)을 제외하면 모든 공기 오염원을 합한 것 보다 더 큰 사망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 보고서는 공기가 통하는 같은 장소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거리를 멀리 떼어놓는 것은 비흡연자의 건강 피해를 줄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흡연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건강도 해치는 공공의 문제이므로 각국 정부나 민간 기업은 공공 장소에서의 흡연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가 '85년에 전국 도시 농촌 주민 16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율이 38.4%이며, 특히 남자의 경우는 흡연자율이 69.6%로 미국(36%), 영국(41%), 스웨덴 (42%) 등 구미 선진국 남성 흡연율보다 훨씬 높다. '85년 한해 동안 우리 나라에서 소비된 담배는 총776억 개비로 '84년보다 1.3%(10억 개비)가 늘어났지만 인구 증가율(1.5%)을 감안하면 담배 소비는 실제로 줄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흡연자의 83%가 건강을 위해 금연을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리 곳곳의, 건물 구석구석에서의 아무렇게나 '버려진 양심'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만이 자신이 존중받으며,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보편적이고 타당한 가치이다. 몇몇 기업이 또는 공공 기관이 흡연 구역을 설정하거나, 흡연실을 만들거나, 또는 적절한 흡연 장소가 없어 계단에서, 복도에서, 비좁은 화장실에서 애연가들이 '천대받는(?)' 모습을 매스컴이 보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천국(?)이 있구나!"하는 의구심과 함께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흡연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의 권리 또한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현실은 결코 '흡연자가 탄압 받는 시대'가 아니라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조화롭게 절충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하는 사회인 것이다. 모두가 떳떳한 모습으로 좋은 인간관계 및 조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시대는 비흡연자가 존중받고, 흡연자가 천대받는 시대가 결코 아니다. 법에 앞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사려 깊음이 우선해야 한다.

 

96년에 제정된 흡연 규제에 관한 법령은 실효성에 관해서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이 법령은 담배 피우는 것을 무조건 규제하는 쪽이라기보다는 흡연권 또한 존중해 주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흡연 지역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공공 시설이나 대형 빌딩 등에서 이것을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작은 규모의 건물에서는 흡연 구역 설정이 그다지 효과가 없을 듯 하다. 결국 금연 구역을 지정한다 하더라고 복도 한 구석이 될 텐데, 그것은 있으나마나 이다. 흡연 구역 지정이 불가능할 경우, 이 때 금연을 원칙으로 하는지에 관해 명확히 명시해 주었으면 한다. 대중 교통인 버스의 경우도 흡연실 지정은 곤란하며, 현실적으로 버스 승객이 아닌 운전사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지를 말하자면, 국내 성인 남자 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피지 않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있을 경우, 어떤 경우에 금연을 원칙으로 하는지 관계 당국의 명확한 제시를 바라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담배가 가지는 의미는, 주요한 조세 원인 한편 국민 보건 측면에서는 해악을 끼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담배에 대한 정책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담배에 많은 세금을 물리고(물론 이 세금은 의료 재정으로 가야 한다) 담배를 판매하는 장소를 제한하는 등, 담배에 대한 정책은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 건강의 보호 쪽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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