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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주제별 특강 6 - 법과 윤리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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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별 특강 6 - 법과 윤리

 

다음 글에서는 지극히 온화하고 평범한 인간이 예술적 감응을 얻기 위해 방화,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그 후 훌륭한 작품을 창작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에서 엿볼 수 있는 논제는 인류 대다수의 정신을 정화시킬 예술작품의 창조를 위해서는 하찮다고 생각되는 범죄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모씨가 성수의 편지를 여기까지 읽었을때, K씨가 찾았다.

재작년 봄에서 가을에 걸쳐서 원인 모를 불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죄 성수의 장난이었습니다. 그려.

K씨는 그것을 온전히 모르셨습니까?

나요? 몰랐지요. 그런데- 그 어떤 날 밤이구려. 성수는 기대에 반해서, 우리집으로 온지 여러 달이 됐지만, 한번도 힘있는 것을 지어 본 일이 없겠지요. 그래서 저 사람에게 무슨 흥분될 재료를 줄 수 없나 하고 혼자 생각하며 있더랬는데. 그때에 저- -

K씨는 손을 들어 남쪽 창을 가리켰다.

-편 꽤 멀리서, 불붙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그려. 그래 저것을 성수에게 보이면, 혹 그때의 감정(그때껏, 나는 그 담배 장수네 집에 불이 일어난 것도 성수의 장난인 줄은 꿈에도 생각 안했구료)-그때의 감정을 부활시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성수의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문득 성수의 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울려 나옵니다. 그려. 나는 올라가려던 발을 부지중 멈추고 말았지요. 역시 C샤아프 단음계로서, 제일곡은 뽑아 먹고 아다지오에서 시작되는데,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 수평선 위로 넘어가려는 저녁 해 이러한 온화한 것이 차차 스케르쪼로 들어가서는 소낙비, 풍랑, 번개질, 무서운 바람 소리, 우레질, 전복되는 배, 곤해서 물에 떨어지는 갈매기, 한 번 뒤집어지면서는 해일(海溢)에 쏠려 나가는 동네 사람의 부르짖음- 흥분에서 흥분, 광포에서 광포, 야성에서 야성, 온갖 공포와 포악한 광경이 눈앞에 어릿거리는데, 이 늙은 내가 그만 흥분에 못 견디어, 뜻하지 않고그만두어 달라고 고함친 것만으로도 짐작하시겠지요. 그리고 올라가서 보니깐, 그는 탄주를 끝내 버리고, 피곤한 듯이 피아노에 기대고 앉아 있고, 이제 탄주한 것은 벌써 <성난 파도>라는 제목 아래 음보로 되어 있습디다.

그러면 성수는 불을 두 번 놓고, 두 음악을 낳았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요. 그리고 그 뒤부터는 한 십여 일 건너서는 하나씩 지었는데, 그것이 지금 보면, 한 가지의 방화 사건이 생길 때마다 생겨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편지마따나, 얼마 지나서부터는 차차 그 힘과 야성이 적어지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가만 계십쇼. 그 사람이 다음에도 <피의 선율>이나 그밖에 유명한 곡조를 여러 개 만들지 않았습니까?

글쎄 말이외다. 거기 대한 설명은, 그 편지를 또 보십쇼.-여기서부터 또 보시면 알리다.

(중략)

XX다리 아래로서 나오려는데, 무엇이 발길에 채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성냥을 그어 가지고 보니깐, 그것은 웬 늙은이의 송장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서워서 달아나려다가, 돌아서려던 발을 다시 돌이켰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제 제가 쓰는 일을 이해하여 주실는지요. 그것은 너무도 기괴한 일이라 저로서도 믿기워지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송장을 타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송장의 옷을 모두 찢어서 사면으로 내어 던진 뒤에, 그 발가벗은 송장을 (제 힘이라 생각되지 않는) 무서운 힘으로써 높이 쳐들어서, 저편으로 내어 던졌습니다. 그런 뒤에는, 마치 고양이가 알을 가지고 놀 듯, 다시 뛰어가서 그 송장을 들어서 도로 이편으로 던졌습니다. 이렇게 몇 번을 하여 머리가 깨어지고, 배가 터지고- 그 송장은 보기에도 참혹스러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송장을 다시 만질 곳이 없이 된 뒤에 저는 그만 곤하여 그 자리에 앉아서 쉬려다가 갑자기 마음이 긴장되고 흥분되어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날 밤에 된 것이 <피의 선율>이었습니다.

 

선생은 이러한 심리를 아시겠습니까?

글쎄요.

아마, 모르실걸요. 그러나 예술가로서는 능히 머리를 끄덕일 수 있는 심리외다.-그리고 또 여기를 읽어보십시오.

 

(중략)그 여자가 죽었다는 것은, 제게는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밤 혼자 몰래 그 여자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칠팔 시간 전에 묻어 놓은 그의 무덤의 흙을 다시 파서 그의 시체를 꺼내어 놓았습니다.

푸르른 달빛 아래 누워 있는 아름다운 그의 모양은 과연 선녀와 같았습니다. 가엾게 눈을 닫고 있는 창백한 얼굴, 곧은 콧날, 풀어 헤친 검은머리, - 아무 표정도 없는 고요한 얼굴은 더욱 처연함을 도왔습니다. 이것을 정신이 없이 들여다보고 있다가, 저는 갑자기 흥분이 되어-아아 선생님, 저는 이 아래를 쓸 용기가 없습니다. 재판소의 조서를 보시면, 저절로 알으실 것이올시다.

그 날 밤에 된 것이, <사령(死靈)>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

?

「……」

인도도단이에요? 선생의 눈으로는 그렇게 뵈시리다, 또 여기를 읽어보십쇼

(중략)

이리하여 저는 마침내 사람을 죽인다 하는 경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한 개의 음악이 생겨났습니다. 그 뒤부터 제가 지은 그 모든 것은 모두 한 사람씩의 생명을 대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인젠 더 보실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보셨으면 성수에 대한 대략한 일은 알으셨을 터인데, 거기 대한 의견이 어떻습니까?

「……」

?

어떤 의견 말씀이오니까?

어떤 기회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가지고 있는 천재와 함께, ‘범죄 본능까지 끄을어 내었다 하면, 우리는 그 기회를 저주해야겠습니까. 혹은 축복하여야겠습니까? 이 성수의 일로 말하자면 방화, 사체 모욕, 시간, 살인, 온갖 죄를 다 범했어요. 우리 예술가협회에서 별 수단을 다 써서 정부에 탄원하고 재판소에 탄원하고 해서, 겨우 성수를 정신병자라 하는 명목 아래 정신병원에 감금했지,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 사형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그 편지를 보셔도 짐작하시겠지만, 통상시에는 그 사람은 아주 명민하고 점잖고 온화한 청년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그-뭐랄까. 그 흥분 때문에 눈이 아득하여져서 무서운 죄를 범하고, 그 죄를 범한 다음에는 훌륭한 예술을 하나씩 산출합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범죄를 밉게 보아야 합니까. 혹은 그 범죄 때문에 생겨난 예술을 보아서 죄를 용서하여야 합니까?

그거야, 죄를 범치 않고 예술을 만들어 냈으면 더 좋지 않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러나 성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니깐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결하렵니까?

죄를 벌해야지요. 죄악이 성하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습니다.

 

K씨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예술가의 견지로는 또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베토벤 이후로는 음악이라 하는 것이 차차 힘이 빠져 가서, 꽃이나 계집이나 찬미할 줄 알고, 연애나 칭송할 줄 알아서, 선이 굵은 것은 볼 수가 없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엄정한 작곡법이 있어서, 그것은 마치 수학의 방정식과 같이 작곡에 대한 온갖 자유스런 경지를 제한해 놓았으니깐, 이후에 생겨나는 음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전에는 한 기술이 될 것이지 예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예술가에게는 이것이 쓸쓸해요. 힘있는 예술, 선이 굵은 예술, 야성으로 충일된 예술,-우리는 이것을 기다린 지 오랬습니다. 그럴 때에 백성수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말이지 백성수의 그의 예술은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의 문화를 영구히 빛낼 보물입니다. 우리의 문화의 기념탑입니다. 방화? 살인? 변변치 않은 집 개, 변변치 않은 사람 개, 그의 예술의 하나가 산출되는 데 희생하라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천 년에 한번, 만년에 한 번 날지 못날지 모르는 큰 천재를 몇 개의 변변치 않은 범죄를 구실로 이 세상에서 없이하여 버린다 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 아닐까요. 적어도 우리 예술가에게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K씨는 마주앉은 노인에게서 편지를 받아서 서랍에 집어넣었다. 새빨간 저녁 해에 비치어서 그의 늙은 눈에는 눈물이 번득였다.

 

- 김동인,광염 소나타중에서

 

 

<유의 사항>

1. 원고지 사용법 및 정서법을 지킬 것.

2. 제목을 붙이지 말 것.

3. 1,600자 내외로 쓸 것.

 

 

【논제 분석】

 

1. 출제 의도를 파악해 보자.

 

인간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개, 고양이 등 동물까지도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목적에서든 생명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이는 윤리적이고 법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이다.

 

한편으로 미적이고 예술적인 기준에 의해서 볼 때 그런 범죄를 판단하는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즉 방화, 살인, 변변찮은 집, 사람, 시체 등은 불멸의 예술을 산출하는데 필요한 소도구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적인 예술가의 희생으로 위대한 예술을 인류에게 안겨 줄 수 없다면 그것은 더 큰 희생이고 죄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생명을 중시하는 것과 대다수 인류의 예술적 감화라는 양자 택일의 문제에 있어서 학생 자신의 견해를 묻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을 염두에 두면서, 제시문에서 엿볼 수 있는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한 논의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 논제를 정리해 보자.

 

인간행위에 대한 준거는 법적, 미적, 시대적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 중 법적 기준과 예술적 기준에 있어서 예술을 위해서는 어떤 행위를 해도 좋은가에 대해 할 수 있다또는 해서는 안된다라는 물음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다.

 

3. 제시문 분석을 통해 예술을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좋은가라는 물음 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1) 한 가지 입장은 죄를 범하지 않고 예술을 만들어 내면 좋겠지만, 만약 예술가가범죄행위를 통해 예술창작을 지속한다면, 죄를 벌해야 하고 그런 죄악으로 인해 사회의 혼란이 야기되어서는 안 된다는 모씨의 입장이 있다.

 

(2) 이와 상반되는 입장은 K씨가 백성수의 행위를 변호하면서 힘있는 예술, 야성으 로 충일된 예술품은 베토벤 이후로 없었고 이제 더 이상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이러한 위대한 정신적, 예술적 보물을 단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4.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근거를 마련해 보자.

 

이 문제는 결국 지시문의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옹호하는 선택형 논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은 사회 속에서 아무리 미천한 존재일지라도 그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예술품의 가치가 크다고 하더라도 생명과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범죄로 인해 사회질서를 혼란시켜서는 안된다.

(2) 있으나 마나한 몇몇 존재의 생명보다는 인류에게 안겨다 줄 정신적 유산이 더욱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 범죄로 인해 창출된 예술품을 보아서 죄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5. 개요를 작성해 보자.

서론 : 모든 사람에게는 생존의 권리가 있고 그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수호가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이라는 일차적 욕구뿐만 아니라 보다 고차적인 지적, 미적 욕구의 충족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다수의 고차적인 욕구를 위해서는 소수가 희생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술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거나 인간보다 상위개념이어서는 안된다. 생명과 바꾸거나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본론

제시문 분석 - 서로 다른 견해 제시.

예외적인 미적 기준 적용 - 특수한 상황에서 법적 기준과 예술적 기준의 택일 이 힘들어 지는 사례제시. 그리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제시.

결론 : 입장정리 - 다면적인 인간에게 한가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사회적 기준과 예술적 기준이 조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극단적인 형태로 부딪히는 경우에 있어서는, 인간과 생명이 가장 선차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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