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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하나의 '원'이다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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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하나의 '원'이다

 

 

A. E. 널스

 

 

만약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집에 대하여 500자 이내로 정의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우선 그렇게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크기와 형태에 있어 얼마간의 기하학적 단위를 사용하여 한정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집을 서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경사진 지붕, 똑바른 벽, 페인트를 칠한 목조부, 주의를 둘러싼 푸른 나무라는 식의 외관을 가지고 서술할지도 모른다. 좀더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이 갖고 있는 기능부터 시작하여, 피난처라든가 가정으로서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서술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것은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포기하여 설명하는 것을 전혀 거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것도 확실한 일이다. 어쨌든 간에 어떤 사람이라도 집이란 무엇이냐고 할 때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이라도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나 그것을 정확, 명료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 상당히 힘들 것이다. 집은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진 구체적인 대상이며, 쉽게 알아보고 난 후 서술할 수 있겠으나, 행복은 추상적 개념이며 말로 설명한다는 것이 훨씬 어렵다.

또 어떤 사람이라도 '과학'이란 무엇인지 잘 알고 잇다. 그러나 단지 그것은 과학을 정의 내리려고 하는 데까지의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며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건 '과학'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을 하루라도 들어 보지 못하는 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한결같이 '과학'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무엇인가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다수의 상당히 현명한 사람들이 거기에 관계하고 있고,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문에서 우리는 '과학의 발견', '과학의 진보', '과학의 위대한 성과' 등에 대한 기사를 읽는다. '학교에서 더 철저한 과학 교육을'이라고 하는 과학의 필요성이나 국가안전을 위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는 말을 듣게 되거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마치 공중에 있는 참새 한 마리를 쏘아 떨구는 것처럼 어느 가상 적국의 '과학과 겨룬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쇼핑이나 차 운전할 때에도 우리들은 모든 곳에서 과학의 산물에 둘러싸여 있다. 즉 기계, 직물, 식품, 사물을 선택할 때의 방법 등으로서 이것들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일부가 되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그들이 하는 일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종사하고 있는 과학에 대하여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학이 우리들에게 중요하며 많은 점에서 우리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과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수천 가지에 달하는 과학의 다른 분야에 대하여 듣고 있다. 그러나 복합적인 과학 분야나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일의 종류로부터 뭔가 뜻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과학의 활동-자연 법칙의 연구

과학이란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정의는 불완전하지만 매우 쓸모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활동과 변화로 가득차 있다. 소립자가 상호 작용에 의하여 모이면 원자가 된다. 원자가 모여서 분자를 이루거나 다시 분해되어 다른 원자와 소립자가 된다. 분자는 무기물(우리들이 사는 지구와 기타 행성이나 항성의 비생물적 재료)과 유기물(지구와 다른 천체에 있는 수천만의 살아 있는 세포와 생물)을 만들어 내는 소재이다. 자연의 이 휴식 없는 활동은 우리 주위의 살아 있는 생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으나, 한 덩어리의 화강암 속에서도 항상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의 활동은 우연에 의해서 일어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물질과 에너지의 계속적인 상호 교섭은 '자연 법칙'이라고 부르는 어떠한 방식에 따라서 진행된다. 동일한 환경 아래서는 평소에 같은 종류의 활동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 법칙은 정해진 것이며 변화하지 않는다. 이 법칙은 솜씨 좋은 관측 방법, 정확한 시험 방법, 신뢰할 수 있는 확인 방법이 있기만 하면 얼마든지 관측과 실험과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가 화제로 삼고 있는 '과학'은 자연 법칙과 그것이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만물을 지배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이해하려는 통일적인 노력이다. 자연 법칙 가운데는 오랫동안 관측되어 왔지만 이해가 되어 있지 못하였던 사물을 설명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 있다. 이와 같은 지식은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뿐 특별히 유용하지는 않다. 예를 들면 태양은 은하계에 있는 수십억 개의 별 가운데 하나이며, 은하계는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을 그만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밖에 자연 법칙을 이해하게 되면 그것을 일상 생활에 잘 응용하여 우리의 생활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는 것도 있다.

믿기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주가 자연 법칙에 지배된다는 이 생각은 비교적 새로운 것이다. 오늘날에는 우주가 질서 있는 장소이며, 모든 것은 자연적인 이유에 의하여 일어나고 예측할 수 있는 효과를 갖게 해 준다는 생각이 바로 받아들여진다. 원시 시대에 사람들은 선과 악의 신령스러운 결과로서, 또 신화 시대의 신들의 변덕스러움에 따라서 사물이 제멋대로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물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려고 한다거나, 생겨날 수 있는 다른 사물에 그 지식을 사용하여 예언한다거나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원시 세계에서는 과학도, 자연의 조직에 관한 연구도 없었으며, 자연에 대한 깊은 호기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석기 시대에도 원시인들은 구덩이에 파묻혀 있는 큰 돌을 꺼낼 경우,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밀어서 올리는 것보다 막대를 그 밑에 집어넣고 눌러서 올리는 쪽이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막대가 길고 튼튼할수록 큰 바위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리학 기본 법칙의 한 가지인 지렛대와 받침점의 법칙이 자연 법칙으로서 인식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발견되어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바빌론의 공중 정원은 오늘날에도 최고의 과학자와 기술자의 두뇌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계획이지만 그것은 물리학의 자연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긴 세월 동안에 점차 자기 주위에 있는 것이 모두 우연에 의하여 일어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조금씩이나마 나타났다. 어떤 것은 분명하고 항상 질서 있게 동작하는 데 왜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 것일까? 어떠한 생각의 옳고 그름은 확실하게 나타나며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기 주위에 있는 것을 가지고 실험하여 사물의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을 발견하려고 했다. 서서히 자연의 사물은 정해진 법칙에 지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의 규칙을 바르게 정하려고 한 최초의 시도에서 우리들이 알고 있는 과학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모든 새로운 혁명적인 생각이 그러했듯이 처음에는 자연 법칙이라는 생각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사물이 관찰되는 대로 일어나는가를 묻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연 법칙이 사물을 지배한다는 생각은 그리스도 교회의 신앙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초기의 자연 법칙 연구는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인들은, 자연은 측정이나 관측에 마음을 흐뜨리지 않고 깊은 추상적 사고에 의해서 연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실험에 의한 연구는 노예만이 적합한 것이며, 자연 법칙을 고의로 일상 생활의 문제에 적응시켜 구하려는 생각은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실험에 의한 자연 법칙의 연구가 정당한 자리를 굳히기까지는 2,000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가 되어 처음으로 과학이 실제로 꽃피기 시작하였다.

과학은 자연 현상과 관계하고 있으며 자연 법칙의 어느 것에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자연 전체를 연구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무거운 부담이 된다는 사실이 인식되어 있었다. 철학자는 모든 피조물을 대상으로 하여 간단한 모형을 만들려고 하였다. 과학자는 우선 자연계의 작은 조각을 연구하고 언젠가는 그것을 모아서 완전한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상당히 일찍부터 과학자는 연구하여야 할 자연 법칙의 유형을 선택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로부터 과학의 분야나 부문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초기의 과학자 가운데는 해가 뜨고 지는 현상과 하늘의 별의 운동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계의 이 특정한 면의 연구는 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다른 일단의 사람들은 평면상의 직선과 각의 관계에 주목하여, 평면기하학은 가장 일찍 발견된 수학 체계의 한 가지가 되었다. 또 갖가지 형태의 동식물을 기술·분류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최초의 박물학자가 되었던 것이다. 훨씬 뒤에 자연 연구의 한 방법으로 실험이 받아들여졌을 때 화학과 물리학의 실험 분야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과학자의 노력 분담에는 큰 이점이 있었다. 이것에 의하여 어느 과학자라도 과학의 한정된 분야에 완전히 정통할 수 있게 되어 그 분야의 새로운 지식 탐구에 전념하게 되고 다른 분야에는 일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과학의 많은 분야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나 과학의 지식이 증대됨과 동시에 과학의 전 분야는 세 가지의 큰 범주로 나누어졌다. 그것이 물리 과학, 생명 과학, 지구 과학이다.

이 분류는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 다만, 다소 부적절한 면도 있지만 편의상 여기서는 이것을 사용하겠다. 과학의 어떤 분야는 물질의 물리적 성질이나 원자·분자 및 그것들의 상호 작용 방법에 관계한다. 물리 과학이라는 이 분야 가운데에는 물리학과 화학이 주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분야로 지구의 구조나 우주의 성질에 관계되고 있는 것이 있다. 즉, 지구 과학은 지질학과 천문학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생명체의 성질을 취급하는 생명 과학은 식물학, 동물학, 의학을 포함하고 있다.

과학의 연관성-하나의 원이다

인간이 편의상 과학을 이처럼 깔끔하게 분류하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법칙 자체가 잘 정리된 소집단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극도로 복잡한 입체 그림 맞추기 퍼즐처럼 그것들은 서로 뒤섞이고 꼭 끼어 각각의 다른 모두를 보충,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의 잡다한 분야 사이에는 고정된 경계선 같은 것이 없다. 각 분야는 다른 모두와 분리되는 일 없이 관계지워져 있다.

이러한 사실을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학과 동물학이라는 다른 분야가 어떻게 서로 관계가 있을까? 뭐라고 해도 화학은 개개의 화학 물질을 어떠한 방법으로 가열한다거나 냉각시킨다거나 섞는다거나 할 때 일어나는 반응의 모습을 취급하는 데 비하여, 동물학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성장·생식·행동에 관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어가서 살펴보면 모든 생명체는 특정한 화학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여 생명체가 성장하여 생명을 유지하는가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것을 구성하는 화학 물질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화학과 동물학은 서로 다른 별도의 과학 분야이며 그 사이에 공통된 부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또다시 생화학 분야를 화학(물리 과학의 하나)이냐, 생물학(생명 과학의 하나)이냐로 분류하고자 하면 더욱 곤란하다.

모든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 내는 원자 사이의 힘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는 원자 사이의 힘에 의하여 만들어진 분자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연구하는 화학자와 손잡고 일하고 있다. 소립자의 작용과 운동을 지배하는 위대한 자연 법칙은 항성이나 행성을 통제하는 자연 법칙과는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으며,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모두 시공을 지배하는 자연 법칙을 추론에 의하여 결정하려는 수학자의 원조를 받고 있다. 물질·에너지·시공에 관련하여 웅대한 통일장 이론을 정리하는 데 일생을 바친 위대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도 천문학자도 아닌 수학자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간단한 그림을 사용하면 과학의 많은 분야가 실제로 서로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를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이전에 원은 완전한 기하학적 단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므로 전 분야를 망라한 과학의 전 세계를 하나의 큰 원으로 나타내어도 좋을 것이다.

중심에는 수학이라는 분야를 나타내는 작은 원이 있다.

수학이야말로 모든 과학의 기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으나 대개는 과학의 언어, 결국 과학의 전분야에 있어서 관찰되는 현상을 서술하고 연관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부르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 중심핵의 외측은 과학의 3대 분야인 물리 과학, 생명 과학, 지구 과학을 나타내는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각 부분에는 주요한 소분류, 즉 몇 개의 부문이 들어있으나 이것은 상호 관계에 따라 서로 가까워지거나 멀어진다.

이들 대분류 사이의 분할선이 실선이 아니고 점선이라는 것을 독자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물리 과학으로서의 유기 화학과, 생명 과학으로서의 유전학 또는 약학 사이에 실선의 경계선을 넣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생화학이나 물리 화학은 경계선에 걸쳐 있으며 또 의학 분야는 많은 소분류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에서 이것은 약간 검게 칠해져 있다. 또 3대 분류의 어느 것에도 잘 맞지 않는 분야도 있다는 것을 독자는 눈치 챌 것이다. 그림에서는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경제' 과학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넣었다.

이 '과학의 원' 그림이 갖는 결점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 이것은 불완전하고 부정확하지만 요점은 나타내고 있다. 결국 많은 과학 분야의 어느 것을 끌어들여도 단순히 큰 수레바퀴 안의 하나의 바퀴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안의 어느 하나가 빠져도 과학의 세계는 불완전한 것이 될 것이다. 각각은 중심에 수학이라고 하는 공통의 언어를 통한 결합력을 가지고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과학자의 위치

이상에서 알아본 것처럼 과학은 우주에 기능을 부여하는 자연 법칙의 전체적 성질과 관계된다. 그러나 과학의 원 가운데서 과학자는 어디에 속할까?

과학의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는 하나의 주요한 과제를 갖고 있다. 즉 우주와 그 활동 방법에 대하여 정보를 모으는 것, 그 정보를 조직화하여 뜻을 찾아내려 하는 것, 살아 움직이는 사물을 설명하는 자연 법칙의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과학은 분류된 지식의 집적 이상의 것이며, 과학자는 이미 축적된 정보에 대한 단순한 공부 이상의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공부는 과학자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느 과학자라도 우선 이미 얻어서 증명된 것 또는 예상되어 부분적으로 증명된 것을 배우는 학생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것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학자는 연구자인 동시에 실험을 하는 탐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과학자는 이미 얻어진 지식을 출발점으로 잡고 그것을 확대하고, 이전에는 파헤치지 못한 실마리를 추적하여 우주의 활동 방법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깊게 하여야 한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도서관에 앉아 잊혀져 가는 낡은 지식을 뒤져 내는 작업이 아니라, 이해와 발견이라고 하는 광대하게 팽창하려고 하는 최전선에서 일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 풍부한 물질을 주고 있는 것은 과학의 발견과 연구이다. 현대의 생활 양식에서 나날이 증대해 가고 있는 변화의 책임을 지는 것도 과학자의 연구이다.

그러나 모든 과학자가 같은 일을 모두 똑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과학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하여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과학자는 자연 법칙의 이해를 증대시키는 데만 관계하고 그 이외의 일에는 관계치 않는다. 그들이 흥미를 갖는 과학 지식은 그 자체를 위한 것이지 그것이 우리들에게 줄지도 모를 실용성 때문은 아니다. 자연의 움직임의 기본적 유형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순수 과학자' 또는 '이론 과학자'라고 말하며, 과학의 이용법에 관계하지 않고 새지식을 추구하는 그들의 연구 방법을 '순수 연구' 또는 '기초 연구'라고 부른다.

다른 과학자들은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 지식의 쓸모 있는 응용과 관계하고 있다. 기초적 지식이 주어지면 그들은 '그것으로 뭔가 할 수 없을까'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우리들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을까,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그것으로 어떠한 것을 할 수 있을까,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학에 대해서 이해한 바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등 이러한 문제와 관계하는 과학자를 '응용 과학자'라고 부르며, 과학 지식의 이용법을 탐구하는 그들의 연구 방법을 '응용 과학'이라고 부른다.

순수 과학자나 응용 과학자 모두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다. 양자의 일은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과학자의 위상으로는 그 이름이 나타내는 것처럼 순수 과학자가 전통적으로 상위를 차지하지만 순수 과학과 응용 과학의 분할선이 명료한 경우는 좀처럼 없다. 흔히 응용 과학자도 어떤 문제의 답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수개월이나 수년 동안 순수 연구나 기초 연구를 하기도 한다. 또 순수 과학자는 자연 법칙의 새 지식을 분명하게 하려고 할 때 그 응용법을 발견할 수 있는 어는 사람에 대해서도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을 뭔가 실용적인 방법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사람, 즉 기술자가 필요하다. 기술자의 일을 실험실에서 실험하여 증명된 실용적인 생각을 현장에 가지고 가서 그것을 타당하고 유용한 형태로 매듭짓는 것이다. 응용 과학자와 기술자는 대개 서로 손잡고 일한다. 응용 과학자는 새로운 연구의 원리를 개발하고 기술자는 작업 모형을 설계한다. 둘은 다시 어떠한 전문적인 기술 작업은 담당하지만 과학자나 기술자가 경험한 배경과는 전혀 다른 경험 배경을 가지고 있는 기능인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들은 멋대로 이들을 과학의 원 안에 집어넣지 않고 있으나 그들 사이에 확실한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대개 기술자가 되기 위한 과정과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비슷하다. 단순히 과학과 기술의 임무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다르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체로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우리 세계에서 기술자가 하는 일은 과학적 변화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하는 과학자의 일과 같이 불가결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음의 한 예는 과학자와 기술자의 관계를 명료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학과 물리학의 기초 연구에 의해서 방사성 물질과 그것이 방사하는 에너지의 형태 및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기본적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원자핵에 저장된 막대한 에너지에 대하여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수 과학이 자연 법칙을 찾아낸 후, 응용 과학자는 이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최초의 원자 폭탄의 개발은 지금까지 수행해 온 국가적 수준의 응용 과학 분야의 연구 개발 사업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사업일 것이다. 그 결과 간단한 형태의 병기가 나왔다. 그 뒤를 이어서 기술자는 폭탄의 형태와 구조를 익혀 제조를 쉽게 하고 안전하게 저장하는 방법을 발견하였으며, 그것을 운반하는 비행기를 연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함께 일한 많은 기능인의 도움을 받았다. 순수 과학자로부터 응용 과학자를 거쳐 기술자·기능인에게 연결되는 고리 가운데 만약 끊어진 곳이 있었다면 전쟁의 형태는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풍부한 과학 세계로의 진로

위에서 밝힌 것이 과학의 원 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져 가고 있다. 어디서나 과학이 준 변화를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변화는 과학의 가장 초기 시대부터 끊이지 않고 가속적으로 증대하여 왔다.

여러 가지 점으로 보아, 현재 우리들은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나려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400년 전에는 기초적 지식이 조금씩 천천히 시간이 걸리면서 모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사물을 판단하는 데 좀더 새롭고 좋고 용이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기초 연구, 기초적 지식의 응용과 같은 과학 활동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 늘어났다. 오늘날에는 변화가 대단히 빨리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새 발견이 하루라도 발표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과학자는 우리를 억지로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과학자의 발견은 사물을 지극히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발을 땅에 붙이지 못할 정도이다. 이전에는 새로운 생각에 익숙해지는 데 수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날마다 새로운 생각이 튀어나오고 있다.

물론 그 일차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과학자이다.

이와 같은 막대한 지식의 증가와 과학의 이용에 의하여 더욱 새롭고 창조적인 과학자를 많이 양성해 내는 것이 중요해져 간다. 그것은 또 난처하고 당황스럽고 귀찮은 문제를 과학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과학이 수많은 전문 분야와 범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부문에서는 다른 부문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놓치기 쉬운 것이다. 단순히 아무도 그런 일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과학의 한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 다른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과 중복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분야의 과학자는 다른 모든 분야의 진보는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분야의 진보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하여 어떤 분야에서 꼭 필요로 하는 해답이 이미 다른 분야에서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태가 너무나도 많다.

실제로 숲속의 나무 한 그루를 응시하는 것보다 차라리 과학의 전 분야를 하나의 단위로 통찰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많은 분야에 걸친 광범한 지식을 써서 한 분야에서 하고 있는 일과 다른 분야에서 하고 있는 일을 결부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1950년대에 인기가 있었던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A.E.반 보그트는 이와 같은 인물에 '넥시아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부터 수십 년 이내에 과학 지식을 서로 연관지어 주는 '넥시아리즘' 분야는 점점 중요하게 되며, 과학 전 분야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어느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다른 분야에 어떻게 이용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유일한 임무인 '넥시아리스트'가 과학 진보의 열쇠를 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발견이라는 이 가슴 뛰는 세계에서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과 종류의 필요성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증대되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과학 세계에 자기의 특별한 재능과 자격을 살릴 수 있는 곳이 실제로 있는지 걱정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하게 대답은 '예'이다. 과학 세계는 각양 각색의 흥미대상이 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지능과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안에서 흥미있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에 다소 흥미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훌륭하고 창조적인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의 길로 들어가는 사람 가운데 번득이는 창조성과 끊임없이 과학을 연구하는 정열과 애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이 정상급의 과학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과학 공부와 사고 방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과학 방면에서 일할 수 있는 소질을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다. 넓은 세계 속의 어느 곳에 자기의 관심 분야를 집중시킬 것인지 처음부터 확실하게 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과학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과학의 전 분야에 대한 넓은 기초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초 지식을 갖추게 되면 어떤 분야를 지망하고 어느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하고라도 하여튼 자기가 일을 할 장소를 찾아낼 수 있다. 다만 그것은 그 사람의 지능, 창조력, 자신이 받은 과학 교육의 양과 질에 따라 제한될 뿐이다. 과학 세계의 어느 분야에서도, 또 가장 상상력이 없는 기능인으로부터 천재류의 '순수 사고가'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수준에 있어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똑같다. 즉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경이롭고 변화 무쌍한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A.E. 널스/미국의 의학 박사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과학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하여』, 『의학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하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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