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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과 우주의 탄생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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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과 우주의 탄생

 

라 대 일

 

현대 우주론의 대표 주자는 당연히 대폭발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고 그 끝을 예견하는 데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우주론에 도전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는 과연 끝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들은 현재를 사는 모든 이들, 또는 과거를 살았던 모든 이들이 평생에 한 번쯤은 품었던 그러한 질문들일 것이다. 이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구하는 우주론이라는 학문은 물론 '해답이 없는 질문'에 '이해 못할 대답'을 주는 학문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현대 우주론의 가장 자신있는 면모 중의 하나는 대우주 자체가 우리 인간이라는 미물의 얄팍한 지식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데 있다. 우리가 사는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탐구에 쓰이는 도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당연히 그러한 탐구에 쓰이는 기본 도구는 수학과 물리학이다. 물론 수학이나 물리학이란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순수 논리를 기초로 한 이 두 학문 덕택에 우리 인류는 아득한 역사의 초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변을 비교적 정확히 인식해 오는 데 성공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수학적 우주론과 물리학적 우주론

잘 알다시피 우주론의 연구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원을 택했다. 그는 지구는 원이고,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모든 행성의 운동 역시 원궤도를 따르고, 그 원궤도에는 주전원(epicycle)이라는 더 작은 원궤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성공적으로 행성의 운동을 기술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식과 월식의 날짜까지 거의 정확하게 예견했다. 또한 바빌로니아 시대 이후로 누적된 일·월식의 기록을 이 모형에 적용시킨 결과 가장 알맞는 우주의 크기는 지구 크기의 2 만 배(이는 현재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에 해당, 대략 1억 5천만 ㎞)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모델이 가진 정확성은 놀랄 만한 것이다. 특히 망원경이 발견되기 이전의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그렇다.

(1) 천동설의 매력

가장 특이할 것은 이 모형이 수학적으로는 놀랄 만큼이나 간단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즉 이 모형을 들여다보면 오직 원만으로 행성의 갖가지 복잡한 운동을 성공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오는 모형의 기하학적 완벽성이 무려 1천 6백여 년 간 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러니 처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출간됐을 때, 그 책보다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수학적인 완벽성이 우주의 진리를 의미한다는 믿음은, 천체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플러에게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임을 발견한 순간 '평생의 일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심정' 이라고 외쳤다고 했다.

후에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통한 관측을 통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틀리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맞다는 것을 실증했다. 실제 우주의 모습이란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처럼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들이 그 둘레를 돌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로서 무려 1천 6백여 년에 걸친 우리 지성의 수학적 완벽성에 대한 짝사랑은 비극적으로 끝났다.

(2) 수학적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정말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이론이었을까? 천동설이 주전원을 통해 복잡한 행성의 운동, 일·월식의 날짜를 모두 계산해 낼 수 있었던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궁극적으로, 이는 수학적 완벽성만으로 자연의 참모습을 기술하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오직 주어진 이론이 갈릴레이식 관측이나 실험을 통한 검증 과정을 통과했을 때만 비로소 하나의 새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1980년 초에 초팽창 이론을 발견해 현대 우주론의 혁명을 일으킨 미국 MIT대학의 구스 박사는 최근에 고백하기를, "과거 내가 우주론을 모를 때에는 그것은 누구나 새 이론을 낼 수도 있고, 또한 그러면 어느 누구도 부정 못하는 그러한 학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현대 우주론이란 새 이론은 그렇게 제기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부정될 수 있는 학문임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길지 않은 현대 우주론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는 어렵게 제창된 이론들이 너무나 쉽게 부정되어 버린 예를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현대 우주론의 정수로 알려진 대폭발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 역사적 배경을 훑어보고, 현재 연구 상황,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활발이 연구 중인 몇몇 난제 들을 알아보도록 한다.

 

대폭발 이론이 태어나기까지

현재의 모습을 가진 대폭발 이론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다. 이 이론의 주창자는 아인슈타인과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 드 지터이었다. 이 이론이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17년이었다. 이들이 처음 해낸 일이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휘어진 4차원 공간, 즉 리만(Rieman)공간이 그 안에 물질이 존재할 때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시간적 진화는 이들이 만들어 낸 우주 방정식의 수학적 해를 구함으로써 알 수 있게 된다. 우주 방정식의 해란 우리 우주의 시·공간적 진화를 보여 준다는 물리적 의미를 갖고 있다.

(1)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출발

그러나 이들이 힘겹게 도출해 낸 해는 엉뚱한 결론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주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수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우주의 속성을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는 전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인식했던, 그리고 틀림없이 옳다고 믿었던 우주의 모습이란 어제도 내일도 똑같은 모습을 지닌 그러한 영원 불멸의 우주다.

결국 크게 실망한 그들은 원래의 우주 방정식에, 수학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으나 물리적으로는 다른 의미를 잉태할 수 있는, 새로운 항을 끼워 넣게 된다. 이렇게 도입된 항이 바로 그 유면한 '우주 상수항'이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새로운 우주 방정식의 해는 팽창 또는 수축하려는 속성이 없는, 그들이 처음에 원했던 형태의 우주를 보여 주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아인슈타인은 러시아에서 온 이상한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서방학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33세의 알렉산더 프리드만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쓴 편지의 내용은 과감하게도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가 잘못된 방법으로 해를 구해, 잘못된 물리적 해석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우주 방정식 자체가 여러 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우주는 팽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러한 우주 팽창의 정확한 물리적 속성을 아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다. 프리드만이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생각해 보니 당신이 맞는 것 같다."라는 (약간)불만 섞인 회신을 받는 데에는 2년여 의 세월이 걸렸다.

1922년 프리드만은 권위있는 저명한 학술지에 현대 대폭발 이론의 기본 재용을 모두 포괄한 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논문은, 7년 후에 벨기에의 신부 르메트르라는 사람이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에 거의 같은 내용의 논문을 재 발표할 때까지 학계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학계의 신비로 남아있다. 프리드만 자신은 자신의 그러한 공적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 1925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서방 학계에서 흔히 '대폭발 이론의 아버지'로 르메트르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이때마다 우리는 러시아 학자들의 얼굴이 굳어짐을 볼 수 있다.

프리드만이 팽창 우주 이론을 밝힌 지 2년 후인 1924년, 미국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일하던 미국인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더 빨리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또한 지구로부터 은하들이 이탈하는 속도 역시 프리드만 방정식이 주는 이론적 예견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음도 확인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우주론에서 유명한 '허블의 법칙'으로 프리드만이 주장한 팽창 우주의 속성을 관측적으로 입증한 사건이다.

결국 1931년 아인슈타인은 드 지터에게 '우주 상수'를 없애 버리라는 편지를 보냈다. 최근 서거한 러시아의 천체 물리학자 야고프 젤도비치의 말을 빌리면, 그러한 우주상수의 도입 작업이 "자신의 인생을 통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라고 말했다고 한다.

(2) 세 가지 결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물리적 결론을 갖는다. 첫째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과거에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이는 시기, 즉 우주의 탄생 시기가 있었다는 시사다. 둘째로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특수 상대론적 한계를 생각하면, 은하의 후퇴 속도가 빛의 속도에 다다르는 거리, 즉 우주의 '끝'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치 식은 엔진의 실린더 속에서처럼 한때 온도가 높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열 복사선이 지금도 우주의 도처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이러한 열 복사선이 우주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이를 학계에서는 우주 배경 복사선이라 부르고 있다.

대폭발 이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우주 탄생이다. 현재 관측된 은하가 지구로부터 후퇴하는 속도를 기준으로, 즉 우주의 평균 팽창률을 바탕으로 하여 과거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환산해 보면 대략 2백억 년이 된다. 즉 이는 2백억 년 전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전체 우주는 시공간이 하나로 응축된 어느 한 점에서 탄생됐다는 결론이다(이러한 우주 탄생점은 바로 우리가 아는 시간 개념의 탄생점과 일치함을 주목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우주 탄생점 이전의 시기는 과연 어떠했을까? 물론 이는 철학적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아니다. 흔히 알려져 있기로는 이 대폭발 이전의 시기는 현대 과학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신비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식의 잘못된 인식이 기존 학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강조하건대 이 대폭발 이전의 시기는 신비한 시기가 아니다. 비록 이때가 쉽게 피부에 와 닿는 식으로 인식되는 상태는 아닐지라도 이는 충분히 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시기다. 정확히 말해서 대폭발 이전의 시기란 시간의 흐름이 정지하고 공간의 부피 개념이 소멸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이 없는 상태란 마치 상영되던 영화가 갑자기 정지할 때, 즉 정지된 화면이 보여 주는 그러한 상태다. 이 경우 자막 내의 모든 움직임이 사라짐을 우리는 안다. 이는 물론 모든 독자들이 생활 속에서 한 번쯤은 경험했던 사실이리라. 그리고 그 다음 공간의 부피가 없어지는 상태란 소립자 중 전자가 갖는 이상한 특성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전자는 물리적으로 점입자라고 불리는데, 이는 분명히 위치는 가지나 (공간적)부피는 갖지 않는 전자의 이상한 속성에 기인한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서 약간 혼란을 일으키리라 예상한다.

'어떻게 크기(부피)가 없는 물체가 멀쩡히 눈앞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필자는 이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답을 제공할 수 없다. 단지 점입자들의 이러한 특별한 속성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왔고 이에 따른 제반 물리적 속성은 충분히 연구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폭발 이전 상태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 먼저 동네 비디오 가게에 들러 전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빌려 오라. 그 다음에 집에 와서 그 영화를 보다가 전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비디오를 정지시키면 된다. 그때 화면에 나오는 전자의 위치가 바로 시공간이 한 점에 응축된, 대폭발 이전의 상태, 또는 우주 종말점의 상태에 해당한다. 학술적으로는 이 시기를 '아무것도 아닌 시기(the state of nothing)'로 부르고 있다. 만약에 이 시기에 누군가가 우주 만물의 진리를 설명하는 방적식을 쓴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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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주의 끝

우주의 팽창 현상은 우리 은하 주변에 있는 은하의 움직임을 통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M81이라는 아주 거대한 나선 은하는 약 1백㎞/초로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데 지구와 이 은하 사이의 거리는 약 1천만 광년이다. 또한 처녀자리 은하단은 약 1천㎞/초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데 이들의 지구로부터 거리는 대략 1억 5천만 광년이다. 히드라 은하단은 약 6만㎞/초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데 추산된 이들의 지구로부터 거리는 무려 수십억 광년을 넘는다. 지금 관측된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는 퀘이사라는 유사 은하로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후퇴 속도가 24만㎞/초의 속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수 상대성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이는 어떤 물체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빛의 속도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주의 팽창이라는 현상을 특수 상대론적 속도의 한계라는 개념과 융합시키면 우주의 관측 가능한 '끝'이라는 개념에 도달한다. 예를 들면 어느 은하들이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는 지구에서 멀면 멀어질수록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한계 거리에 이르면 어느 은하의 후퇴 속도는 거의 광속에 다다른다는 간단한 결론이 내려진다.

놀랍게도 이렇게 유추해 낸 특수 상대론적 우주의 '끝' 개념의 프리드만 우주 방정식에 실제로 존재한다. 이를 학계에서 전문 용어로 '지평선'이라고 부르는데 대폭발 이론 에서는 이를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한계라고 일컫고 있다.

대폭발 이론과 우주 배경 복사선의 관계는 바늘과 실의 관계와 같다. 이는 대폭발 이론이 없이 우주 복사선이 존재할 수 없고, 우주 복사선이 없는 대폭발 이론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왜 이런 관계가 정립돼 있는가 하고 독자들은 질문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밀폐된 공간의 부피가 줄어들 때 그 부피 안의 온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흔히 본다. 거꾸로 주어진 부피가 팽창할 때 그 부피 안의 온도가 감소하는 현상도 본다. 전자의 예로는 트럭 등 대형 차량의 엔진으로 쓰이는 디젤 엔진을 들 수 있고, 후자의 예로는 냉장고 내에 있는 컴프레서를 들 수 있다.

(4) 3K 우주 배경 복사선

디젤 엔진이 작동하는 원리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실린더 안으로 흡입된 공기는 피스톤이 압축함에 따라 온도가 8백도 이상의 고온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때 디젤이 실린더 안으로 분사되는데 분사된 디젤은 저절로 폭발해 피스톤을 밖으로 밀어내는 작용을 한다. 이것이 바로 시끄럽기로 유명한 디젤 엔진의 작동 원리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피스톤이 암축함에 따라 실린더 안의 공기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우주가 수축할 때에 우주 내 물질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디젤 엔진의 실린더 내부처럼 거대한 우주가 수축하면 공간 내 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우주가 팽창하면 냉장고의 내부처럼 우주 공간의 온도가 내려간다. 현재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을 마치 영화를 거꾸로 돌리듯 과거로 돌려 보면, 과거로 가면 갈수록 우주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게 된다. 이는 마치 디젤 엔진 실린더 내부의 부피가 피스톤이 압축함에 따라 줄어드는 현상과 흡사하다. 그러므로 팽창 우주는 그의 먼 과거에 초고열의 온도를 가진 시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 대폭발 이론을 '뜨거운 대폭발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걸프전이 한창일 때 미국의 CNN TV에서는, 미국의 코브라 대전차 헬리콥터가 기가 막히게 모래 속에 위장된 이라크의 군의 전차를 열 복사선 망원경으로 찾아내 파괴하는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들 전차는 낮 동안에 잠시 한 번 시동을 걸었을 뿐인데, 시동시 잠시 뜨거워졌던 엔진이 무려 10여 시간이 지난 한밤중에도 열 복사선을 방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때 뜨거웠던 물체는 오랜 시간이 지나 온도가 내려 갔더라도 낮은 온도에 해당하는 열 복사선을 내야 하며, 따라서 이런 열 복사선이 현재 우주 도처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우주 배경 복사선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 배경 복사선을 눈으로 보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이 이들 복사선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겠다. 먼저 집안의 TV수상기를 켠 다음 기존 방송이 없는 채널을 선택하라. 그 다음에 화면의 명암 대비를 조절하는 콘트라스트 스위치를 돌려 약간 화면을 어둡게 하면 화면에 간혹 반짝거리는 신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신호의 약 10%는 바로 우주 배경 복사선에서 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우주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열 전자파이므로 우주 어느 곳으로 TV수상기를 옮긴다 하더라도 이렇게 반짝거리는 신호를 절대로 없앨 수 없다.

1965년 발견된 우주 배경 복사선은 '뜨거운' 대폭발 이론을 현대 우주론의 표준 이론으로 격상시키는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이의 발견은 현대 우주론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대의 사건으로 이를 발견한 당시 미국 벨 연구소의 두 공학자 펜지아스와 윌슨은 1970년대에 공적을 인정받아 우주론에서는 드물게 주어지는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펜지아스와 윌슨 역시 처음에는 인공 위성과 지상 교신국 간의 송수신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스런 배경 잡음을 포착했다. 물론 처음에 그들은 그 잡음의 원인이 기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모든 기계의 배선 상태들을 다 뜯어보고 다른 시설을 재점검했다. 심지어는 인근 프린스턴 대학의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을 동원, 안테나에 있는 비둘기 배설물까지도 청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잡음들은 어느 한계까지만 줄일 수 있었을 뿐, 절대로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잡음의 원인은 우주 자체에서 오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밝혀 낸 배경 잡음의 정체는 절대 온도 3도(섭씨로는 영하 270도)정도로 식어 버린 열 복사선이었고, 이는 안테나의 방향에 상관없이 모든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답게 공교롭게도 그들이 없애려다 실패한 결과 발견한 그 열 복사선은, 그들 바로 옆 동네 프린스턴 대학 학자들이 수년 동안 애쓰며 찾아내려 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짐 피블스 교수는, 마침 그러한 복사선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그의 온도는 절대 온도 10도 이하일 것이라는 결론까지 낸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그러한 열 복사선을 찾으려는 안테나를 거의 완성한 단계에서 펜지아스와 윌슨에게서 열 복사선의 발견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 프린스턴 대학의 그 교수는 '다 잡았던 노벨상을 놓쳤다'고 탄식한다고 한다.

대폭발 이론이 남긴 과제들

우리가 사는 우주가 영원한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최후의 대수축을 통한 소멸의 과정을 겪을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어쩧게 답할 것인가. 물론 이는 프리드만의 팽창 우주 방정식이 가질 수 있는 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재미있는 결론 중의 하나는, 현재 주어진 공간 내에 들어 있는 물질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우리 우주의 궁극적 진화 모습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물질의 양이 어느 기준치 이하이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하고, 그것이 그 이상일 경우에는 우주의 궁극에 어느 한 점으로 수축, 소멸해 버린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전자의 우주, 즉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를 '열린' 또는 '평평한' 우주라고 부른다. 결국에 가서 수축, 소멸해 버리는 우주를 '닫힌' 우주라 부른다. 현재로서는 관측 자료가 풍부하지 않으므로 현재 우리가 사는 우주가 궁극에 가서 수축 소멸해 버릴지, 또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기존의 망원경 관측을 통해 찾아낸 물질의 양에 따르면 우주는 영원한 팽창을 계속할 것 같다는 시사가 강하다.

또한 80년 이후 현대 우주론의 혁명을 일으킨 초팽창 이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열린 우주와 닫힌 우주의 정확한 경계점, 즉 평평한 우주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초팽창 이론이 옳다면 우리 우주는 정확히 '평평한'우주의 팽창 속도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초팽창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 이를 알아보려고 현재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범국가간 합작품인 초대형 망원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의 최후에 대한 수수께끼, 즉 우주가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 또는 궁극에 가서수축, 소멸을 해버릴까 하는 문제를 학계에서는 '오메가 문제'라 부르고 있다.

(1)코비가 풀어 낸 숙제

우주에는 물질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즉 물질의 밀도는 우주의 곳곳에서 장소에 따라 평균 밀도보다 큰 곳도 있고 작은 곳도 있다. 이런 밀도 변동을 '물질 요동'이라고 한다. 물질 요동의 기원 문제는 대폭발 이론 등장 후 70년 이래 난제중의 하나로 최근에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대폭발 이론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현재 밤하늘에 관측되는 은하나 별들의 형성 근원이 되는 물질 요동, 즉 은하의 '씨앗'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또한 이들이 어떻게 현재의 은하나 별들로 자랄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 같지만 이는 현대 우주론의 손꼽히는 난제에 속한다.

이를 세분해 보면 두 개의 더 작은 문제가 있다. 첫째는 그러한 물질 요동이 과거 우주에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창조됐느냐에 대한 것이다. 다행히도 학계에서는 1980년에 발견된 초팽창 이론이 이에 대한 만족할 만한 설명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인정되는 바 이 문제는 풀린 셈이다.

둘째로 그러한 물질 요동들이 초기 우주에 초팽창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우주 배경 복사선의 온도 차이가 펜지아스와 윌슨의 안테나와 같은 장비를 통해 관측될 수 있어야만 한다. 실제로 우주 복사선 내에서 이들을 찾으려는 노력은 벌써 지난 30년 세월에 걸쳐 미국과 유럽 연구진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계속돼 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관측 방향에 다른 복사선의 세기 변동, 즉 복사선 요동은 최근에까지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1922년 미국 버클리 대학의 입자 천체 물리 그룹은 이들을 포착하는 데 성공 했다. 이러한 요동을 찾기 위해 특별히 제작 발사된 코비(COBE)라는 인공 위성을 통해 우주 복사선이 지닌 10만분의 6정도의 통계적 요동을 잡아낸 것이다. 이는 현재 세계천체 물리학 분야에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뉴스거리로 조만간에 또 다른 노벨상이 우주론 분야에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충만돼 있다.

우리는 코비 위성의 덕택으로, 우주의 나이가 10여 만 년이었을 때 현재 은하나 별들의 모체가 된 수 있는 조그만 물질 요동의 '씨앗'들이 정말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미소 요동의 발견이 남은 과제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즉 그러한 요동의 성공적 포착은 은하와 우주의 전체적 구조, 즉 광역 구조의 형성 문제를 악화시켰으면 악화시켰지 결코 도와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남은 더 큰 문제는, 우주의 나이가 10여 만 년이었을 때 존재했던 10만분의 6정도의 통계적 물질 요동이 어떻게 지난 2백억 년 동안 현재 밤하늘에 보이는 은하, 은하군, 별, 성단 등의 응축 물질로 변할 수 있었느냐에 있는 것이다. 물론 중력이 있으니 그러한 물질 요동들은 만유 인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끌어 모으며 천천히 커 온 것이라 대답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커가는 속도가 너무 느린 데에 있다. 우리의 우주 나이 2백억 년이란 시간은 초기 10만분의 6정도의 요동들이 별이나 은하로 자라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는 점이다.

(2) 우주 나이 1백조 년 ?

구체적인 내용을 예시해 보자. 대폭발 이론에서 중력을 통한 요동의 성장 속도는 대학생 정도의 물리 지식을 가지면 누구나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간단한 계산에 따르면 우주 나이 10녀 만 년 때의 통계적 물질 요동이 10만분의 6정도인 경우 그들이 현재의 은하로 자라려면 최소한 적어도 1백조 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 비록 2백억 년 이라는 우주의 나이가 기나긴 세월처럼 들릴지라도 이는 별이나 은하의 형성에는 어림도 없이 짧은 시간임을 알 수 있다.

2백억 년과 1백조 년 사이의 비율은 1만분의 1정도다. 그러므로 은하들이 1백조 년이 아닌 2백억 년 내에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마치 '정상적으로 10개월이 걸리는 아기의 탄생을 30분만에 해결할 수 있다는 억지'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직도 만족할 만한 해 없는 이 난제는, 흔히 '우주의 광역 구조 형성에 관한 문제'라고 불리고 있다.

암흑 물질의 존재는 나선 은하를 관측하던 관측 천문가들에게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을 통한 분광 관측을 계속하던 일부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나선팔 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별들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이 문제의 가장 간단한 해는 은하의 외곽 지역에 망원경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은하 총질량의 수배가 넘는 암흑물질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처방은 앞서 말한 은하와 광역 구조의 형성 문제에 골치를 아파하던 학자들에겐 뛸듯이 기쁜 소식이었다. 왜냐 하면, 결국 은하나 우주의 광역 구조 형성이 2백억 년의 세월로는 불가능한 근본 이유는 은하나 광역 구조의 형성의 형성 과정이 중력이라는 미약한 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에 은하의 총질량이 암흑 물질을 더함으로써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 그만큼 중력은 강하게 되고, 그만큼 은하나 광역 구조의 형성 과정이 촉진될 수 잇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물리적으로 아무런 결함이 없는 논리로 은하와 광역 구조의 형성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가장 알맞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암흑 물질이 있다면 그것이 앞서 말한 여러 문제들을 손쉽게 풀어 주는 하나의 방편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피하고 단지 문제를 다른 형태,다른 분야로 미뤄 버린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암흑 물질에 따른 새로운 미해결 문제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말로 그러한 암흑 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면 그들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고,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지금 얼마만큼의 양이 우주에 존재하는가?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이에 대한 만족할 만한 해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지금까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보려는 여러 실험이 모두 실패했기에 일부 학자들은 처음의 기쁨을 가라앉히고 이런 암흑 물질이나 은하의 형성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결하려 연구하고 있다. 이런 최근 상황을 잘 빗대어 주는 페르미 연구소의 천체 물리학자 마이클 터너의 표현을 빌려 보자.

"살인 현장, 시체 바로 옆에서 피묻은 칼을 든 용의자가 있어서 범인은 쉽게 검거된 듯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피의자는 총에 맞아 죽었음이 확인됐다."

(3) 부활을 기다리는 우주 상수

우주 상수 문제를 일부로 못본 체하거나 간과하려는 기존 학자들의 비겁한(?) 태도를 우리는 '타조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타조가 머리만 모랫속에 감추고 눈앞에 있는 위기를 일부러 못 본 척 무시하는 태도를 비유한 말이다. 이처럼 우주 상수 문제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의 하나로, 아직까지 해결은커녕 문제의 정확한 형태도 잘 이해되지 않은 상태이다.

우주 상수 문제란 이미 앞에서 소개했던, 아인슈타인이 일정한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우주, 즉 정상 우주를 만들기 위해 일부로 도입했던 그 상수항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알다시피 프리드만의 팽창 우주론은 우주 방적식상에 나타나는 그 우주 상수항의 존재를 무시함으로써 존재한다. 그렇다면 수학적으로 아무런 결함이 없는 우주 상수항을 왜 우리는 무시해야만 하는가? 오히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성공담의 하나인 양자장론 에서는 그러한 우주 상수의 값이 0이 아닌 매우 큰 값을 가질 수 있다는 결론도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묻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0이 아닌 우주 상수의 값을 도입했던 아인슈타인과 지터의 시도가 맞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물론 이는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드 지터가 도입했던 우주 상수 항은 그저 방적식 안에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팽창 또는 수축하려는 속성이 제거되도록 어떤 특정한 값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 이러한 전제 조건은 매우 인위적인 것이어서 이는 마치 인쇄소의 폭발 사고로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우주 상수 문제의 근본 뿌리는 현대 물리학의 제반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이 문제가 정확히 이해되는 순간 현대 물리학을 뒤흔드는 큰 혁명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자연 법칙을 토론할 때에는 우주 상수의 값을 0에 가까운 값으로 미뤄 놓는다. 왜냐 하면, 성공적인 근대 물리학의 양자론, 양자장론, 통계 물리학, 일반·특수 상대성 이론 등은 모두가 우주 상수의 값이 0에 가까울 때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학자들은 이 우주 상수의 문제가 코페르니쿠스 이후에 이루어 온 우리의 자연 현상에 대한 성공적인 물리지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오히려 진리는 눈앞에 존재하는데 우리의 능력이 못 미쳐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자위감이 팽창 우주 이론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아인슈타인의 다음과 같은 글귀를 되새겨 봄직하다.

"우리가 자연 법칙들을 좀더 쉽게 이해하지 못함은 신이 고의로 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너무 촌스러워 그들의 고상함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주 자기장 문제라든가, 별의 탄생 과정, 반입자의 위치, 양자론적 우주의 탄생, 기타 대폭발 이론의 다른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지면 관계상 현재 일본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대표적 과제들만 선별해 설명했다. 여기서 꼭 언급해야만 할 말이 있다. 그것은 자연 과학에서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대폭발 이론이 정말로 성공적 이론이라 하더라도 이 이론이 상식을 벗어나는 문제들을 노출시킬 때,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이론 역시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같은 운명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도 된다.

즉 이론 자체의 근본적 모순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들을 관측 불가능한 주전원이라는 처방을 통해 해결하려 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엄격한 논리적 추론 과정이라도 물리적 오류를 잉태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있는 법,거미의 눈을 멀게 하고 다리를 자른 다음 "움직여!"라고 외쳤을 때에 그 거미가 움직이지 않으면 혹 "거미는 눈을 멀게 하면 귀머거리가 된다."는 '논리적'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라대일/미국 버클리 대학 입자 천체 물리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현대 물리학의 제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대폭발 이론을 통해서 우주의 생성과 기원을 비교적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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