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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유적답사 이렇게 하자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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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유적답사 이렇게 하자

대담 유 홍 준(영남대교수 ; 사회문화1부장, 조선일보 94.07.09 15)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여행문화를 바꿔놓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답사기를 손에 들고 휴가를 떠나게 된 것만도 상당한 변화라고 해야겠습니다.

"우리 문화유적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은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잠재했던 문화적 욕구가 분출한데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일반인을 위해 쓴 것도 아닌 제 책이 많이 읽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사기에는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87년 해외여행 자유화를 계기로 조선일보는 '일본속의 한민족사 탐방'을 시작해 예상밖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달리 문화의 아름다움은 체계적인 학습과 숙련이 없이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외국문화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에서 우리의 문화사나 미술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구체적인 설명없이 '우리 문화가 찬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맹목적인 애국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유산에 대한 교육은 서양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외국에 나가면 '당신들의 역사는 무엇이 남과 다른가' '당신들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런 질문에 자신있게 답변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유산의 특징과 자랑스러운 점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문화유산을 이해해야 남에게 설명도 할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유물을 좋은 선생님과 함께 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유물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국립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을 먼저 본 뒤 유적지 등의 야외유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박물관의 설명 자체가 좋은 선생님이니까요. 볼 것이 많아 시간이 부족할 때는 진열장안 유물부터 감상할 것을 권합니다. 그것들은 고르고 고른 좋은 유물입니다. 야외유물은 평소 관심을 갖고 기회있을 때마다 여행을 통해 확인해야겠지요. 이때도 꼭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좋은 답사안내서들이 많이 나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행은 세번의 즐거움을 준다고 합니다. 사는 곳을 떠나는 즐거움, 보고싶은 것을 만나는 즐거움, 모르는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이 지요. 그동안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여행쪽으로만 관심을 보여 뜻있는 사람들이 걱정했는데, 요즘 자연을 즐기면서 동시에 문화를 배우는 답사여행이 새롭게 각광을 받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바람직한 답사여행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답사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을 만끽하려면 목적지 문화유산에 대한 사전 공부가 꼭 필요합니다. 답사하려는 유물 유적은 말할 것도 없고 그곳에 얽힌 역사와 인물에 대한 지식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아울러 야생초 등 도중에서 만나는 자연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유래와 의미, 특성 등을 익힌다면 여행문화가 한결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화유산을 볼 때는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 입장에서 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대웅전의 부처님을 바라보기보다는 부처님이 보는 방향을 볼 때 더욱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방학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학생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은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두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교육의 가장 큰 과제는 수학여행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우리는 일제시대 이래 학년단위의 수학여행을 고집하고 있는데 수학여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학급단위로 떠나야 합니다. 또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보는 방식도 바꾸어야 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는 경주 수학여행에서 가장 좋은 것 하나를 골라 그림이나 사진, 글로 내는 방식을 채택했더니 아연 활기를 띠면서 성과가 컸다고 합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은 동시에 국토에 대한 교육이고, 국토사랑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것도 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모두 교육과 관광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답사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해야겠습니까.

 

"일정표를 꼭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지에 가서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계획적인 여행이라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식사도 관광지 식당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에서 본토 사투리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여행자들에게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휴게소보다는 인근 유적지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방법입니다."

 

여행지에 가면 자기 얼굴을 담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오래 남는 것은 현지의 풍물을 담은 슬라이드 사진일 것입니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유적을 돌아볼 때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널리 알려진 곳뿐 아니라 구석구석까지 돌아볼 것을 권하고 싶습 니다. 경주를 가더라도 불국사 석굴암 경주박물관 등만 가지 말고 감은사터나 남산 감실처럼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서 오히려 경주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돌 한 뿌리 풀 한 포기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비로소 참된 안목을 얻게 됩니다. 또 현재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빼놓아서는 안되겠지요."

 

일본에 가면 각 지역마다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가꾸고 있는 데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우리도 지역의 행정기관과 문화인이 자기 고장의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수욕장 주변의 유지나 문화인들, 특히 향토사학자나 교사들이 해안문화학교 등을 개설해 자기 지역을 적극 알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전 감사패를 받으러 강진군을 다녀왔는데 '이상적인 문화유산 보존지역'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에 보이지 않던 다산초당과 영랑생가를 소개하는 소책자가 등장하는 등 내고장 문화유산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도 인심과 경관은 그대로였습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알릴 것은 알리고, 보존할 것은 보존하는 이런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내년 지방자치 실시를 계기로 이런 모습이 널리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정 리이선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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