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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Out 증후군과 싸우라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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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들과의 만남 -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위기'
 레기네 슈나이더 (지은이), 신혜원 (옮긴이)

 

 

소진(Burn-Our) 증후군
자신을 학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피로, 극도의 정신적 긴장, 우울증 등이 바로 이 병의 증상들이다. 특히 좋은 엄마와 알뜰한 주부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아내와 성공적인 직장인까지 되려는 여성들에게 이 증후군은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나 남성들도 이 병으로부터 그리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단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현재 모든 것을 잘해 나가고 있고, 사회적 요구들을 잘 충족시키고 있는데 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소진이란 현상은 내면의 욕구들을 무시한 결과로 나타난다. 개인적인 느낌과 감정들이 계속 억압되다 보면 그것들을 감추거나 일을 통해 상쇄시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모든 일을 잘 통제하고, 많은 돈을 벌고,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고 해서 오랫동안 외면해 왔고, 그래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자신의 감정들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인생은 내적, 외적인 고통의 연속이 되어 버렸고 여가시간마저도 여러 가지 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불만과 불편을 느끼고는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더 기운을 내면서 피로를 마치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적을 대하듯 물리치려 애쓴다. 그러나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소진증후군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야만 치료될 수 있는데, 우리는 흔히 육체와 정신으로부터 오는 이상 신호들을 부인하면서 언제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행동은 모든 인간이 각자의 한계와 각자의 짐,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매스컴과 광고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소진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너무 많은 책임이 부과되어 자기 자신과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아이들의 시간표에도 나타나는데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스케줄이 짜여져 있다.

오늘은 발레, 내일은 피아노, 모레는 미술 그리고 주말에는 현장학습.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능력과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의 나이에 맞지 않는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 배워야 할 것들을 너무 일찍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소진증후군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력을 다하여 더 잘하려고, 더 많이 성취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힘들어하는 이 일을 내 옆사람, 상사, 동료들은 대단히 잘해 낼 것이다. 만약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얼마나 나를 비웃을까?'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술과 약을 찾는다. 자신이 실패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언젠가 반드시 사람들은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더 이상 긴장을 풀거나, 여유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진증후군은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모가 계속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천천히 나타난다. 이 증후군은 가정, 일, 친구, 애인, 가치체계, 사회 등을 통해 생기며, 한 사람의 에너지와 인내와 내적인 힘을 빼앗아가는 과도한 요구 때문에 생기는 에너지 고갈과 극도로 피로한 상태를 말한다.

능력주의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 각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특별한 임무들을 생각해 보면 위의 설명은 더 많은 설득력을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강요와 요구에 익숙해져 피로한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여긴다.

또한 불평이나 의욕 부족, 두려움 등은 어차피 나아질 수 없는 감정이라고 여기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행위도 소진증후군의 주요한 증상 가운데 하나로, 이런 메커니즘은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멀게 만든다. 그러나 능력과 완벽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에리히 프롬의 말이 옳다. 시장경제는 오로지 그 일원들이 자신을 학대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마찰 없이 돌아간다.



내면의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라

<여성들의 소진증후군>에서는 사람들이 내면의 불만을 억누르고 부정하는 아홉 가지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부정하게 될 수 있다.

억압: 좋지 않은 기억들을 그저 억누르는 것은 어떤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을 때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이다.

화풀이: 문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사에게 당한 수모를 참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상사가 그렇게 한 것은 개인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믿게 될 때까지 말이다.

풍자화: 자신이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 상황을 우습게 만드는 것이다. 즉 분노나 좌절감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어 실망감을 축소시킨다.

전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일찍 들어왔더라면, 일찍 잠을 잘 수 있었을 텐데." 사실 그가 오기 전에 잠든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이런 불평을 통해 잠을 푹 자지 못한 것을 남편에게 떼미는 것이다.

환상과 백일몽: 사람들은 이 세상을 그들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 놓고 현실을 거부한다.

선택적 기억: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나쁜 일들은 제거하고, 원하는 일만 받아들인다.

기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행동한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낙인찍기: 남들에게 자신을 이러이러하다고 미리 말하는 것이다. 나는 노이로제가 있으며, 매사에 불만투성이고, 성격이 까다로우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것이다.

선택적인 몰이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안 들은 것으로 하겠어"라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의 사회적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방법들을 많게든 적게든 필요로 하고 있다. 스스로 벗어나기 힘든 많은 강요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는 책임과 의무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들을 되돌아볼 여유가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의식함으로써 내면의 욕구, 소망, 능력 등을 깨닫는 것이다. 이는 바로 소진증후군과의 싸움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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