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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의『거대한 변환』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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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의『거대한 변환』

 

 

 

폴라니는 산업 혁명 이후 서구의 시장 체계가 인간 사회의 총체적 기능과 완전성을 박탈해 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 체계가 경제적 가치를 명예, 용기, , 자비, 지혜, 사랑 등 다른 가치에 우선하는 지배적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보았다. 그 결과 인간과 자연을 상품화하는 '자기 조절적 시장'이라는 '악마의 맷돌' 속으로 사회를 던져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되돌려 우리가 인간 생존에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분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사회의 지배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시장에 대한 간섭을 없애야 한다는 자유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또 마르크스주의적 경제 결정론도 거부하는 자세다. 이러한 사상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의해 파괴되는 사회를 방치하지 말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며, 인간이 반드시 회복시켜야 하는 공동체의 가치는 경제 메커니즘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감과 정의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칼 폴라니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성장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학문 연구와 사회적 실천 두 분야에서 모두 활동했다. 부다페스트 대학과 빈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 학위를 받았다.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적 문화 운동을 주도한 갈릴레이 서클을 창립하여 헝가리의 젊은 층에게 지적인 열정을 심어주었다.

 

그후 빈의 인민 대학에서 강의했고 경제학과 정치학의 이론적 논문들을 발표하여 자유주의적 저술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유럽 대륙에서 파시즘이 대두되자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생활을 접하게 되면서 계급 사회에 대한 혐오감과 인간에게서 인간다움을 빼앗아간 시장 사회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게 되었다. 그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경제학,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평생을 학자로서, 그리고 사상가, 교육자, 사회적 실천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시대적 배경

 

이 책은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44년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폴라니는 의식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기 위하여, 2차 세계 대전 후의 세계 상황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거대한 변환을 썼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대두된 파시즘이 히틀러의 과대망상적 야욕이나 인종적 편견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라 '자기 조절적 시장'의 성장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후의 세계가 보다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제시하고자 하였다. '시장 사회'에 대한 그의 격렬한 혐오와 새로운 대안에 대한 희망이 거대한 변환의 분석을 이끌고 가는 힘이 되었다. 거대한 변환에는 세계사적으로, 그리고 인류학적으로도 중요한 두 가지 변환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첫째, 중상주의(重商主義)로부터 시장 사회의 출현, 둘째 파시즘과 세계 대전으로 인한 시장 사회의 몰락이다. 아래에서 이 두 가지 변환에 대하여 살펴본다.

 

 

세계사의 두 가지 변환

 

폴라니의 경제인류학적 분석에 의하면 미개사회와 고대 사회의 경제는 친족간, 그리고 정치종교적 의무 수행을 위한 부수물에 지나지 않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친족이나 친구간에 선물을 교환하는 '호혜성'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재화를 사용하는 '재분배'를 바탕으로 경제적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또 인간의 생존을 위한 요구사항들은 언제든지 도덕적 권리로서 당연히 인정되었다. 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등장한 '시장 교환'이라는 새로운 경제 유형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라는 전혀 새로운 사회 경제 체제를 성립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유방임적 시장은 인간의 교환 욕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다. 폴라니는 중세 도시가 배제 정책과 보호 정책을 통해 교역의 전국화, 즉 시장의 전국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았다. 시장의 중심이었던 각 도시가 도시로 집중되는 시장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리기 위하여 시장의 확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상주의적 정부가 세수입과 영향력의 확대를 위하여 인위적으로 시장의 확대를 꾀했다. 정치 권력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시장의 전국적인 그물망은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없었다.

 

폴라니는 사회의 모든 부문이 시장의 법칙에 종속되는 '시장 사회'는 자기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시장 경제는 그 자신의 법칙에 따라 발전하도록 내버려두기만 하면 거대하고 항구적인 해악을 창출하게 되어 있었다." 즉 시장이 방치된다면 사회는 시장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시장의 파괴 작용은 조수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일상적인 반복운동이 아니라 해일처럼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고 황폐화한 흔적만을 남겨놓는 거대한 힘이었다. 시장 사회에서 인간과 자연은 판매를 위해 생산된 재화로 취급된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인간과 자연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도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장으로부터 보호되어야만 했다. 파시즘이 대두된 것도 시장 경제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던 독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파괴적 힘을 직접 겪은 각국 정부는 2차대전 후 그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온 사회의 자기보호적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한다. 즉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 입법과 사회 입법, 자연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토지 입법과 토지 과세, 화폐의 상품화를 억제하기 위한 중앙 은행 제도와 관리 통화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입법화하였다. 폴라니는 이처럼 시장의 기능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시장의 합리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이 종말을 고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시장 경제의 소멸을 새로운 문명을 향한 하나의 진보적인 걸음으로 인식하였다. "우리는 여러 국가의 내부에서 경제 체계가 더 이상 사회를 지배하지 않게 되고, 사회 쪽이 경제 체계보다 더욱 중요하게 되는 것을 보증하는 하나의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즉 시장 체계는 원칙적으로조차도 더 이상 자기 조절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시장 체계가 노동, 토지, 화폐를 포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폴라니는 이러한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권력과 경제에 대한 여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책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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