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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경제문제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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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의 경제문제

 

전 택 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

 

 

.서 론

 

현재 우리 나라의 취업자 수는 어림잡아 약 2,000만명에 육박한다. 매일 새로이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고, 기존의 일자리를 떠나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사람도 있으며, 직장 생활을 아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나 어느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고 개인들의 바램과 시장의 조건에 의해 자연스레 이루어진 결과이다. 대신 국가나 사회조직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이처럼 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2,000만명 중의 하나인 우리는 모두 매일 일자리로 출근하여 오늘 점심으로는 어떤 음식점에서 무슨 음식을 사먹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때로는 일터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고, 식사시간 전에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마음 속으로만 결정하고 음식점에 예약을 하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어느 음식점에 가서 먹으라고 지시받은 바 없으며, 또 어느 음식점도 무슨 종류의 식사를 얼마나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음식점에 음식이 없어서 굶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듣지 못했다.

 

이상에서처럼 2,00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가고 매일매일 점심을 해결하는 과정은 개개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결국 쌍방간의 합의에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막힌 조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열거된 두 경제활동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경제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경제문제는 의식주 및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것 그리고 여가활동 등을 총망라한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이들 대부분이 위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조화는 바로 가격이라는 신호에 의해 달성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서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경제문제들이 왜 발생하는가 그리고 그 해결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제 2장에서 살펴보고, 3장에서는 시장의 개념과 발생과정을 정리하기로 한다. 본 논문은 어떤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고 현장의 교육자에게 교육용 참고자료를 제시하는 데 의의를 두는 바이다.

 

.일상생활의 경제문제

 

1.경제 문제의 종류

 

모든 인간의 일상적인 삶은 추위를 차단하는 동시에 동물과 구별짓는 옷, 생존에 필요한 음식,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위해를 차단하고 휴식을 제공하는 집을 어떻게 하면 용이하게 마련할 수 있는가, 즉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다. 즉 연필자전거자동차기차비행기 등의 교통장비, 건설장비, 공장의 기계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시설과 물품이 있으나,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의식주 문제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존재해 왔으며, 독신 생활이나, 가정 생활에서도 존재하며, 여럿이 모여사는 사회생활에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국가나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역시 의식주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며, 동양이나 서양, 자유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이다.

 

경제학에서는 복잡한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단순한 경제모형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소비에 필요한 상품을 자신이 직접 생산하는 가장 간단한 경제를 우리는 자급자족 경제라 한다. 이러한 간단한 모형으로 미국의 많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나오는 크루소의 섬생활이 매우 자주 인용된다. 다음에서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을 요약각색하여 제시함으로써 일상 생활의 경제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모험심이 많은 로빈슨 크루소는 그가 탄 배가 풍랑을 만나 좌초함에 따라 외딴 섬에 홀로 남게 되었다. 그는 해안가로 밀려 온 배에서 몇 가지 내의와 건빵설탕빵가루치이즈 등의 식료품, 손도끼숫돌가위 등의 도구, 그리고 금화를 꺼내어 왔다. 처음에는 바람과 비를 피할 목적으로 천막을 설치하였으나 맹수나 식인종으로부터의 위협을 염려하여 칼, 손도끼 등의 연장을 이용하여 굴집을 짓고 살았다. 밤이 되어 심심함을 느낀 그는 산양을 잡아 그 기름으로 촛불을 만들어 성경책을 읽었다. 그러는 사이 빵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발견한 그는 근처에서 물고기를 잡고 산양이나 노루를 사냥하여 식량으로 대용함으로써 빵을 절약하려 하였다. 하루는 로빈슨 크루소가 근처 지역을 정찰하던 중 야생보리를 발견하였다. 야생보리를 한 곳으로 모아서 3년간 농사를 지었더니 빵을 만들 만큼 충분한 양의 보리를 생산하게 되었다. 그는 진흙을 구워 냄비, 접시, 단지 등을 만들어 빵을 굽고 식량을 보관하는 데 이용하였다. 그리고 덫으로 산양을 생포하여 집에서 길들이고 이를 번식시켜 목축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양젖과 고기를 얻어 실컷 먹었고, 나중에는 버터나 치즈를 만들어 빵에 발라 먹게끔 되었다.

 

이러한 생활이 27년간 계속되던 어느 날 로빈슨 크루소는 식인종의 포로 한 명을 구해주게 되었다. 그 포로를 프라이디라고 이름 지어주고 매일 영어를 가르쳐주며 총으로 사냥하는 법, 산양의 젖을 짜는 법을 교육하였으며, 때로는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프라이디는 그의 주인을 위해 심부름도 하고, 주인이 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이 두 사람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비하였으며 야수나 식인종으로부터의 침입을 공동으로 막았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부하들의 반란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큰 범선의 선장을 구해주게 되었고, 그 은혜로 선장은 로빈슨 크루소를 영국으로 데려다 주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로빈슨은 무인도에서 채취한 많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자기처럼 탐험을 좋아하는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의 일상생활을 보면 의식주를 구성하거나 의식주와 관련되는 물품들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이었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천막집을 짓거나 야수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굴집을 짓는 동안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식량을 먹고 마시며, 식량의 소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식량의 생산도 도모하였다. 그리고 크루소로부터 젖짜는 법과 농사짓는 법을 배운 하인 프라이디는 식량 조달에 전력하고 로빈슨은 섬주변을 정찰하면서 식인종의 침입에 대비하였다. 이는 양자가 서로 시간과 노력을 교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나, 더욱 분명한 예는 영국에 돌아와서 다이아몬드로 타인이 생산한 의식주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활동이다. 한편, 그들은 공동으로 생산한 것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로빈슨이 서로 얼마만큼 쓸 것인가를 결정하였을 터인데, 이는 기왕에 보유하고 있던 물품과 새로이 생산한 것에 대한 분배문제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처럼 로빈슨이 겪은 일련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일상생활은 의식주를 위한 생산, 교환, 분배 그리고 소비로 구성되어 있다. 추울 때에는 따뜻한 옷을, 그리고 모임에 참석할 때에는 좋은 옷을 입으며, 매일 세끼의 식사를 하고 모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부모의 집에서 살다가 성년이 되면 분가하고, 처음에는 작은 집을 구하고 여유가 생기면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의식주의 소비생활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다.

 

한편, 의식주를 위한 소비는 해당 상품의 생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생산도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가 다 생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어린이, 환자, 노인 등은 생산에 참여할 수 없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 토지 그리고 노동력을 보유한 사람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신혼부부가 보금자리로 마련할 집을 필요로 한다고 할 때, 주택업자는 자금을 조달하여 토지소유자로부터 택지를, 건축자재업자로부터 건자재를 구입하고, 토목기술자의 지식과 일반 노동자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집을 지을 것이다. 식품이나 의복의 생산에서도 마찬가지의 과정이 발생할 것이다.

 

다음으로 교환활동을 생각할 수 있겠다. 로빈슨이 외딴 섬에 홀로 살게 되었을 때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을 스스로 생산하였으므로 교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충복 프라이디가 사회 구성원으로 들어왔을 때에도 필요한 것을 공동으로 생산하였으므로 명시적인 교환활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였으므로 노력의 교환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로빈슨이 영국으로 돌아와서 다이아몬드를 팔고 의식주 관련 상품을 구입하며 청년들의 탐험 생활을 지원하였다면, 이는 본격적인 교환활동을 의미한다.

 

현실생활에서는 교환활동이 항상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쌀이나 보리를 생산하는 농부는 논, 씨앗, 비료, 농기구, 일꾼 등의 생산원료를 필요로 한다. 생산자인 그는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들 생산 원료를 구입해야 할 것이고, 생산한 쌀을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자가 생산원료의 보유자에게 지불하는 대가는 생산자에게 수입이 된다. 우리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어떤 형태로든 항상 교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배 행위는 생산된 소득과 축적된 부가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 어떻게 나누어지는가에 관한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재산으로 알려진 부란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 자원의 축적이어서 소득의 원천이 되며, 소득은 소비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 많은 자원 혹은 더 가치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거나, 같은 자원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더 많은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혹은 공공 단체가 모든 자원을 보유하고 모든 상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으면 국가나 공공 단체가 각자의 소득을 결정할 것이어서 시장경제의 경우와 상이한 분배행위가 발생할 것이다. 로빈슨과 그의 충복 프라이디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로빈슨이 모든 부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그 분배형태는 이와 유사하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의식주와 관계되는 상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품질과 기능면에서 차이가 나며, 품질이나 기능과는 무관하게 미관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의류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등 각각의 계절에 맞는 옷이 존재하며, 같은 겨울 옷이라도 등산용, 야외운동용, 방한용 등 기능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생산된다. 같은 기능이라도 품질이 서로 다르며 디자인도 서로 다르다. 식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류가 생산·소비된다. 미곡류,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이 생산·소비되면서 동시에 각 종류에 있어서도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 집도 크기와 형태에서 차이가 나며, 같은 크기나 형태라도 그 품질에서 높고 낮음의 차이가 난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에서도 이용된 건축자재에 따라 그 가격이 다르며, 위치나 건축회사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이상의 의식주 이외에도 이와 관련되는 상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경제문제가 순차적으로 결정되었음을 전제로 하였다.

 

첫째 어떤 종류의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있으나 그 종류와 양은 서로 다름을 앞에서 보았는데 이 모두가 결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집을 몇 채나 그리고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등을 어떤 비율로 지을 것인가, 혹은 쌀, 보리, , 육류 등을 얼마나 그리고 어떤 비율로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사회에서 적합하다고 결정된 상품의 종류와 양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을 짓는데 시멘트, 철근, 나무 등을 어떤 비율로 이용할 것인가, 노동력과 기계를 어떤 비율로 투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쌀을 생산하는 데에도 비료와 퇴비의 사용 비율, 노동력과 경운기의 채택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사회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상품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배당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소비의 원천인 각자의 소득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이다. 권력자에게 많이 주어지는지, 아니면 유명한 가수나 마라톤 선수에게, 혹은 가난한 사람에게 많이 분배되는가 등이다.

 

이상의 세 가지 경제문제들은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술한 것에 불과하며, 바로 일상적인 삶의 내용을 구성한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항상 존재해 왔으며, 그 해결 방법은 시대적·지리적으로 달랐다. 다음의 두 절에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가를 설명하겠다.

 

2. 경제문제의 발생원인

 

인간은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적 동물이라 한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은 순간순간에 변하고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모두 다르게 느낀다. 그들의 기호도 서로 다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새롭고 고도화된 것, 즉 금전적으로 더욱 비싼 것을 추구한다. 이에 비해 자연은 어떤 기간을 설정해 놓고 보면 주어진 것이며 변화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경제문제들은 변화하는 인간의 특성과 주어진 자연의 특성간의 상호 작용과 그 관계에 의해서 발생한다. 즉 다양하게 변화하고 무한하게 추구되는 인간의 욕구는 주로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생산자원에 비해 크고 다양하므로 양자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간욕구는 무한하나 생산자원은 유한하다 말하면서 이 무한성과 유한성의 대립 때문에 모든 경제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다음에서는 인간욕구의 무한성과 생산자원의 유한성, 그리고 이 양자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희소성의 뜻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며, 그 과정에서 희소성이 모든 경제문제를 유발시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욕구의 무한성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의 물질적인 욕구를 채우는 데 있어서 그칠 줄 모른다. 소비자들의 쾌락과 만족감은 물건이나 서비스의 구입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충족될지 모르나 조만간 새로운 것, 혹은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TV를 사고 나면 VTR을 사고 싶고, 다음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사기를 원한다. 286급의 컴퓨터를 처음 샀을 때는 너무나 기뻤으나 곧 프린터를 사기를 원하고, 나아가 386, 486급 혹은 그 이상의 고성능 기종을 원한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기호의 변화 속도는 급격하여 AT 는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윈도우 95’의 보급이 확산되고 정보은행으로서의 인터넷의 가치가 중요하게 인식됨에 따라 1996년 현재 586급이 PC시장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혼 초에는 규모나 장식 혹은 위치에 관계없이 내집 마련 그 자체가 중요하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큰 평형의 집, 고급스런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모른다.

 

이처럼 우리의 욕구나 만족감을 충족시켜주는 상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음식 그리고 집과 같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며, 영화자가용 승용차향수요트밍크 코트 등과 같이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나 편리와 쾌락을 높여주는 것이 있다. 이들과는 달리 형태는 없으면서 우리의 만족을 충족시켜주는 것으로서 법률적 조언, 병의 치료, 교육이나 이발, 자동차 수리 등이 있는데, 이를 용역 혹은 서비스라 부른다. 전자의 경우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를 일차적 요구 혹은 기본적 수요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물품이 존재하는데, 숨쉴 공기, 먹을 음식, 어느 정도의 옷가지 그리고 피난처로서의 집이 이에 속한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종류를 먼저 획득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처럼 생존에는 직접적으로 꼭 필요한 욕구는 아니지만 쾌락과 편리를 더해 줌으로써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을 이차적 욕구라 부른다. 먹는 음식류에 있어서 매 끼니는 일차적 욕구이지만 술이나 후식은 이차적 욕구라 볼 수 있다.

 

이차적 욕구는 일차적 욕구가 충족된 다음에 요구되는 것이어서 그 정도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형태의 상품을 요구하는 욕구를 무형욕구라 부를 수 있는데, 이는 물질적인 것에 의해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기술이 발달하고 문화가 진보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아 왔다. 많은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한국경제도 산업화되면서 우리 국민은 더 다양한 종류의 재화와 용역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물질적 욕구는 욕구의 재생산 기능을 갖는 법이다. 새로운 상품은 우리의 새로운 기호를 부추기며 각종 매체를 통한 광고는 새로운 물건을 사도록 설득한다. 컬러 TV나 냉장고, 에어컨 등은 한때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나 이제는 우리 주변의 어느 집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나 기본적 생계는 시간에 걸쳐 변화확대되는 것이며 사회문화적 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생산자원의 유한성

 

1973년 이전 선진국에서는 휘발유 값이 수돗물보다 저렴하여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 국민들은 아늑하고 안전한 8기통의 대형승용차를 가장 좋아했고 여가의 상당부분을 자동차 여행으로 보냈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바아를 포함하여 세계 석유수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3개 국이 석유 수출국 회의(OPEC)를 결성하고 1973년 석유생산의 감축을 결정하면서 석유가격을 약 500%인상하였다. 1973년 제1차 석유값 인상에서 배럴당 2.5달러 하던 것을 11.5달러로 인상했으며, 1980년에는 32달러 내지 34달러로 인상하였다. 물론 석유는 항상 희소하여 누구나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졌던 때는 없었으나, 1973년 이후부터 일반인들은 석유의 부족함과 귀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오는 휘발유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였다. 모든 주유소에는 휘발유를 사기 위해 항상 줄을 서야 했으며, 심지어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짝수 날에는 짝수 번호의 차량에만, 홀수 날에는 홀수 번호의 차량에만 휘발유를 파는 것이 허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부족감은 경제활동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생활에서도 발견된다. 세상에는 남자가 절대적으로 무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의 대상으로서 남자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에서 버틀러와 스칼렛은 연인 사이인데도 스칼렛은 동시에 애쉴리를 사랑한다. 사랑의 대상으로서 스칼렛에게 가치있는 사람은 버틀러와 애쉴리 두 사람 뿐이지만 스칼렛이 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면 남자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버틀러는 스칼렛이 애쉴리를 계속해서 만나면 절교하겠다고 말한다고 하자. 이것이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면 스칼렛은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남자 수에서 제한성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계속해서 애쉴리를 만나면 버틀러와의 관계를 잃게 된다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제한된 대안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만일 그녀에게 제약이 없다면 버틀러와 애쉴리 중 어느 하나와 사귀든지 동시에 사귀든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버틀러는 스칼렛에게 제약을 가하므로 그녀의 결정은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물론 여기에는 금전적 비용은 수반되지 않지만 그녀에게 가치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관적인 비용이 따르게 된다.

 

우리가 여기서 부족감 혹은 제한성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상대적인 의미를 내포하므로 희소성이라 해석될 수 있다. 희소성은 경제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용어 중에 하나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위 사례에 대한 설명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상대적인 부족함을 나타내는 경제학에서의 희소성의 의미는 절대적인 부족함을 나타내는 일상생활에서의 의미와는 서로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의식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수많은 종류의 재화, 자원, 용역을 사용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양보다도 더 많이 갖기를 원하는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희소성이라 부른다. 휘발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사회는 금, 다이아몬드 등의 귀금속을 과거보다 더 많이 보유하지만 이들에 대한 부족감, 즉 희소성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소득이 낮아 생계만 걱정하던 예전에는 귀금속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이제는 소득이 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금속을 갖기를 원해 그 희소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희소하다고 말할 때에는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차가 너무 많고 강원도 사북에는 희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말할 때에는 이는 부적합한 표현이다. 서울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기만 하면 모두 승용차를 보유하기를 원하나 탄광촌인 사북에서는 승용차를 살 수 없는 사람이 많으며, 협소한 지역인지라 서울만큼 필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더운 지역인 텍사스에서는 에어콘이 풍부하고 추운 지역인 알래스카에서는 희소하다고 말하나,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알래스카는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에어콘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므로 희소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운 지역인 텍사스에서는 에어콘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더위 때문에 어디서나 에어콘을 설치하기 원하므로 여기서는 희소성이 존재할 수 있다.

 

특정 품목에 대한 희소성이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볼 수도 있다. 석탄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땔감나무가 그 희소성을 더해갔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인근 야산에서 화목용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산에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항상 더 많은 양의 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땔감나무에 대한 희소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각자가 필요로 하는 나무를 스스로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땔감나무 수집상, 즉 나무 장사가 제공하는 제한된 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희소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연탄이 가정용 에너지로 보편화되면서 땔감나무에 대한 희소성은 줄어들고, 연탄에 대한 희소성이 증대하면서 연탄의 생산을 들러싼 각종 파동이 줄을 이었다. 이제는 사용하기에 편리한 전기, 도시가스 등이 가정용 에너지로 보편화되면서 연탄에 대한 희소성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곳곳의 탄광에는 석탄의 재고가 축적되어 급기야는 사북탄광 등 대부분의 탄광이 폐쇄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였다.

 

이상의 예들이 의미하는 바는 어느 재화나 용역이라도 희소할 수 있으며,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희소할 수 있다. 그래서 희소성의 본질적 요인은 항상 변화하는 인간의 욕구, 즉 일차적 욕구와 이차적 욕구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욕구나 기호는 때로는 계속 증가하기도 하고 서서히 감소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희소성의 정도를 주로 결정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상품이나 용역의 양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때로는 희소함을 느끼기도 하고 풍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생산 요소인 자원의 제한된 양도 희소성을 초래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공기의 경우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제한되어 있으나 인간이 전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아서 희소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공기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의사결정하는 경우는 없다. 고추, 마늘, 배추 파동 등과 같이 매년 소비하고자 원하는 양보다 적은 해에는 희소하게 되나, 그 생산이 풍년인 해에는 희소하지 않게 된다.

 

3.경제 문제의 해결 방법

 

특정 재화나 품목이 희소하다는 것은 우리가 마음대로 고르고 원하는 양만큼 충분히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을 생산할 때 우리는 여러 생산원료 중 덜 희소한 원료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흉년이 들어 물이 부족한 경우 저수지의 물을 공업용수로 쓸지, 아니면 농업용수나 생활용수 혹은 기타 목적으로 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과정이 앞에서 제시된 세 가지 경제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므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선택의 문제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누가 선택의 주체가 되느냐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택 행위와 관련된 이해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선택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경우는 정부내의 어떤 계획기구가 여러 대안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개개인에 의한 선택이 시장에서 조정되는 경제를 우리는 시장경제라 부르며, 국가 혹은 어느 한 기관에 결정되는 경제를 명령경제라 부른다.

 

그러나 현실에 있으서는 모든 경제문제를 순전히 개인이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전시에는 국가기관이 배급하기도 하고 생산품목을 결정하며, 평시에도 많은 자본과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복리에 관계되는 경제활동에 개입하기도 한다. 국가의 명령과 개인의 선택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혼합경제라 부르기도 하지만, 국민경제의 대부분이 개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미국경제를 시장경제라 간주하기로 한다. 네번째 해결방법은 전통에 의한 결정이며, 이를 전통경제라 부른다. 전통경제하에서는 경제활동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습관, 관습 혹은 종교적 전통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제도하에서는 국민들은 현실에 만족하며 변화를 추구하려 하지 않는 경향을 갖는다.

 

독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으면서 시장경제원리를 이해시키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개개인의 선택과 국가의 명령에 의한 해결방법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다음에서는 이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

 

.개개인의 선택

 

앞에서 모든 경제활동이 생산, 교환, 분배, 소비 등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대상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이들 경제활동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개인 혹은 개인의 집단에 의해서 사리추구 동기로 결정된다. 이들 개별 경제주체들은 개별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소득 혹은 효용을 최대로 높이려 한다고 본다. 이러한 결정과정은 시장경제의 핵심 내용으로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전적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한국경제도 추구하고 있는 바이다. 각자의 기호나 의사결정이 시장이라는 마당에서 서로 교통하고 조화되어 개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무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교환분배소비하면 자원의 사용에서 효율성이 제고되고, 경제안정이 이룩되며, 나아가 지속적인 발전이 보장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생활에 진입하기 전에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 학교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는다. 얼마 정도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할 것이며 어느 직장을 선택할 것인가를 국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물론 경제적 사정으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할 수도 있고, 입학시험에 탈락하여 마지못해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도 모두 자신의 결정에 의존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모든 결과는 자신의 책임하에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출발점에서부터 실패와 성공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했더라도 단순한 월급장이로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으며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로 직업을 갖더라도 성실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결국 대기업의 경영자 혹은 소유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 많은 사례가 있지만 최근에 회자되는 두 사례를 다음에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할 수 있다.

 

우리는 PC로부터 원하는 노래를 듣고 부르게 되었으며 원하기만 하면 싼값으로 모든 가정에 PC노래방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한 젊은 발명가이자 경영자의 집념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옥소리 사장인 김범훈씨이다. 김씨는 시골 농촌 마을에 있는 영화관 주인의 아들로 태어나 영화관 경영을 도와주면서 자랐다. 1978년 부산에 고등학교 졸업여행을 가면서부터 그의 인생을 달라졌다. 고졸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연수생 모집에 응시하여 금성사 중앙연구소에서 첫 직장을 갖게 되었다. 1985년까지 여기에 근무하면서 자신의 발명능력을 확인하게 되었다. 퇴사 후 수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 그는 1987년에 회사경영을 배우고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쌓기 위해 ()옥소리의 모태인 삼호전자에 입사하고 1989년에 이를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씨는 1%의 성공확률을 오직 집념 하나로 현실화시켜 오늘날 사운드카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3년만에 연간 매출액 30억원에서 6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개인용 컴퓨터(PC)그 자체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며 MS-DOS라 불리우는 운용체계의 지원을 받을 때에만 우리는 문서편집이나 계산 등을 수행할 수 있다. PC의 도입으로 오늘날 사무실이나 연구실은 물론이거니와 상점이나 백화점의 영업활동 그리고 가정의 각종 관리나 계획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가정의 예를 들면, 홈뱅킹에 가입하면 은행에 가지 않고도 통장 사이의 예금이체는 물론이거니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불행위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DOS는 하버드대학의 중퇴자인 빌 게이츠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으며 그는()마이크로 소프트를 설립하여 20여년 만에 세계 최대의 소프트 웨어 기업으로 일구었다. 그는 세계 최대의 명문인 하버드대학을 다니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컴퓨터 기술자의 길을 선택했다.

 

빌 게이츠나 김범훈 사장은 대학을 다닐 것인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이가, 그리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이나 노동력을 어디에 집중시킬 것인가 등을 본인이 직접 결정하였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경영자로서 매년 많은 소득을 올렸으며, 빌 게이츠는 1995년 현재 약129억 달러의 개인 재산을 가져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김씨는 회사의 성장에 재투자하여 회사를 급성장시켰다. 이것은 위에서 제시된 세 가지 경제문제 중 마지막인 소득분배와 관련된 것이다.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나 김범훈씨의 ()옥소리는 어떻게 하여 이렇게 급성장하였는가? 두 회사의 혁신적인 상품이 소비자들의 기호에 적중하여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 우리 논의의 첫번째 문제인 어떤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는 개개의 이해당사자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생산자들은 가능한 한 높은 이익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상품을 원하는 양만큼 생산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상품의 생산자는 이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생산자는 덜 생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윤을 얻고자 하는 생산자의 욕구와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의 상호작용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회사 경영자들은 충분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려 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윤이란 판매가격에서 생산비용을 차감한 것이다. 그런데 다수 기업이 경쟁하는 사회에서는 한 회사가 자사상품의 가격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생산비용을 줄이는 데 최선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인 상품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할 것인가이다. 이는 이윤을 높이고자 하는 생산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경영자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자기 재산의 투자, 노동의 고용, 부족 자금의 침입, 원료의 구입, 혹은 리스 등을 적절히 도모할 것이다. , 노동력, 기계시설, 여러 생산 원료들 중 각각을 생산활동에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를 생산비가 가장 저렴한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다. 이상에서 세 가지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 기업주 그리고 경영자 등과 같은 개인이 행사한 선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각종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방법이고 두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정부조직의 명령

 

우리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정부조직 혹은 정부의 위임을 받은 기관, 권력자의 명령 혹은 지시 등이다. 1980년대 중반 이전만 해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러시아가 개혁개방하고 나서도 북한과 쿠바 등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방법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상당한 부분의 경제활동을 개인의 의사결정에 의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에서는 정부가 개개인의 직업과 직장을 결정하며, 각자의 소득도 결정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이를 따르도록 명령하고 있으나 그 정도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 그래서 인력에 대한 국가의 계획이 개인의 주관적인 적성, 취향, 능력에 우선한다. 이런 경제에서는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처럼 간주한다. 경제문제에 대한 이러한 해결방법의 이면에는 모든 문제를 개개인의 선택에 의존하면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격차가 심화되며, 유산자인 자본가가 무산자인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철학적 배경이 깔려 있다. 학업과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국가기관이 결정하는 사례를 보기로 한다.

 

중국 대학의 각 전공별 입학생 정원은 매년 변하며 정부의 계획에 의해 결정된다. 각 대학당국은 이렇게 결정된 정원 내에서 북경과 각 의 고등학교 졸업생으로부터 몇 명을 뽑을 것인가를 국가교육위원회로부터 허가를 얻은 다음 교직원을 각 지역에 파견하여 입학생을 선발한다. 예를 들면 북경대학 한국어전공 학생 15명이 필요하다고 국가가 전망하면 북경대학은 북경시내에서 8, 길림성에서 5, 산동성에서 2명을 뽑을 계획을 세워 정부의 허가를 얻은 다음 각 지역에 교직원을 파견하여 선발한다. 대략 19912년 전까지는 국가가 졸업후 개개인의 취업을 전적으로 결정하였다. 정부는 각 혹은 연구소가 필요로 하는 인원을 종합하여 대학에 제시하고, 각 대학은 학생의 희망, 출신지역, 성적, 능력 등을 고려하여 졸업생들에게 직업과 근무지를 결정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국가에 의한 배치가 줄어들고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 양자의 비율이 약 50 50에 이르렀다. 북경시내 대학 졸업생이 정부의 배치를 거부하고 북경에서 직업을 찾으려 하는 경우 6개월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내에 직업을 발견하지 못하면 국가 배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 북경에서 직장을 가질 경우에만 북경 거주 허가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없으면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 즉 생필품 배급, 자녀교육, 의료서비스, 주택의 제공 등을 누릴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중국정부는 지역적 평등과 학력수준에 맞추어 임금을 결정하여 왔다. 그 결과 현재 북경시내에는 의사, 교수, 공무원 등의 직종에 관계없이 학력수준이 비슷하면 월급의 수준도 그에 따라 비슷하다. 그리하여 의사나 교수는 본업을 등한히 하고 오히려 일과시간 후의 부업에 더 열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중앙의 조직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에서는 중앙의 통제자가 어떤 모델을 얼마나 생산할지를 파악하여 생산업자에 지시하면, 생산업자는 지시된 대로 주어진 종류와 주어진 양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두 몇 켤레를 생산해야 된다면 구두의 질에 관계없이 수량만 채우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자는 생산방법에 관해서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또한 생산요소의 가격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주어진 목표를 편리하게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것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상과 같은 경우는 고대 이집트왕국이나 로마제국 그리고 중세 봉건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봉건시대에서는 영주가 모든 생산요소를 소유하고 있어 농노들에게 생산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시하였다. 물론, 이 때에는 위에서 말한 철학적 배경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다. 현대에 와서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명령에 의한 문제해결의 예를 찾을 수 있다. 북한, 쿠바, 중국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들 국가들은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고, 공산당 간부들이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그들이 구두보다는 철강을 더 생산해야 한다면 소비자의 욕구와 무관하더라도 철강을 더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 경제교육 제5권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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