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 논점 파악과 논지의 전개
by 처사21논점 파악과 논지의 전개
Ⅰ. 논점 파악
논점이란 논의해야 할 문제점이자 논제가 제기하는 핵심적 문제 사항이다. 이는 달리 말해 출제자의 출제 의도라 할 수 있다. 논술에 임하는 학생들이 첫 번째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논점 파악 -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논리적 체계가 번듯한 글을 썼다 해도, 또 아무리 분량을 빼곡이 채웠어도 논점을 제대로 파악치 못한 채 아전인수 식으로 문제를 해석해서야 그 글은 헛수고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서술하기에 앞서 논제의 정확한 파악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해 놓아야 한다.
1. 논점 파악의 방법
논술의 문제 유형에는 단독 과제형, 자료 제시형, 완성형, 논쟁 유도형 등의 형태가 있다. 이런 유형들은 하나의 형태로만 출제되지 않고 뒤섞여 나오기가 쉬운데 어떤 문제 형태가 되었든 논점을 파악하는 방법은 다음 순서를 거치는 것이 좋다.
1) 주어진 문제를 여러 번 읽는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문제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논제를 몇 차례 정독해야 한다. 눈빛이 종이를 뚫을 정도의 집중력으로 적어도 2,3차례 문제를 읽어 보라.
2) 부분과 전체를 정리한다.
어떤 문제든지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답의 내용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부분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다음 문제를 보자.
17,8세기 이후 이른바 근대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본 관점은 정복과 지배 대상으로서의 자연이었다. 달리 말해 자연은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이용되고 소비되는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인류는 수많은 자연 법칙을 밝혀 내고 자연을 인간의 삶에 유익한 원료로 끌어들여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한 그것으로 거듭 개선해 온 역사를 일구어 냈다. 그러나 요즈음 만물의 영장으로서 이처럼 자연 위에 군림해 온 인간에 대한 반성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자연에 대해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군림해 온 탓에 인간은 그 업보에 해당하는 재앙을 당하고 있으며 만약 그러한 태도를 계속 시정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멸망까지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그것이다. 학생 여러분들은 근대적 자연관이 가져 온 현실의 폐해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거론하고 이의 시정을 위해 근본적으로 우리들이 갖추어야 할 자연관은 어떤 것인가를 제시해 보라.
[유의 사항]
1.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견해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견해를 피력할 것.
2. 미래의 바람직한 자연관을 우리의 전통적인 자연관에서 구해 볼 것.
3. 예시문 속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치 말 것.
위의 논제는 전체적으로 근대적 자연관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의 전통적 자연관에서 찾아 서술해 보라는 것을 주된 논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제를 전개함에 있어 근대적 자연관이 초래한 현실적 폐해의 구체적 사례 예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고에 대한 반성적 성찰 미래의 바람직한 자연관을 우리의 전통에서 찾으라는 부분적 요구들을 만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에 이런 요구 중 하나라도 소홀하거나 답함이 없이 넘어간다면 감점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부분적인 요구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논점 파악의 관건이다.
3) 유의 사항을 정확히 반영하라.
대개 논제에는 유의 사항이 따라 나온다. 유의 사항은 논제의 성격을 부연하기 위해 또는 채점의 공정성이나 편의를 위해 제시되는 것인만큼 반드시 충실히 수용해야 한다. 위의 예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유의 사항에서 문제의 성격을 명백히 한정해 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쓰지 말라는 내용이나 견해는 쓰지 말아서 논점이 일탈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지정한 분량을 지켜서 감점 요인이 발생치 않도록 해야 한다 대개 지정 분량의 10% 정도의 오차를 각 대학에서 허용하는 편이다.
2. 논점 파악에 도움이 되는 훈련
효과적인 논점 파악을 위해서는 평소에 늘 문제 의식을 가지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에 그런 사항 몇 가지를 요약해 본다.
1) 평소에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늘 사고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달리 말해 현재의 우리 삶을 보다 나은 것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해결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의식을 늘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신문의 사설, 칼럼 등에서 이러한 시사점을 얻기가 용이하므로 이런 란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신문의 견해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2) 대학 신입생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자질과 교양은 어떤 것인가에도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관, 도덕관, 학문관, 종교관, 사회관 등에 대해 숙고해 두라.
3) 풍부한 어휘를 평소에 학습해 두어야 한다.
논제의 이해를 위해서, 또 자신의 견해의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 평소에 사전을 옆에 두고 언제나 펼치는 습관을 갖추라.
4) 통계 자료를 활용활 수 있는 연습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다.
Ⅱ. 논지의 전개
논지의 전개란 논점 파악이 끝난 후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를 글로 현실화시키는 단계다. 주제가 설정된 후 글쓰기는 보통 다음 단계를 거쳐 실현된다.
⑴ 취재와 정리 - ⑵ 구상과 구성 - ⑶ 집필 - ⑷ 퇴고
이 과정에서 ⑴과 ⑷는 수험 현장에서, 제한된 시간에 일정한 답을 제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절차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논점에 따라 자신의 사고력만으로 글감을 마련해야 하는 수험생들이 다른 책을 참고하거나 다른 통계를 찾아 볼 수 있는 여유나 기회는 없다. 그러므로 ⑴의 단계는 수험생 자신들의 평소의 간접 경험(독서)이나 직접 체험을 통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⑷의 단계 역시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안에, 쓴 글을 다시 고쳐 완벽한 글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이때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어긋난 부분은 없는지를 우선 점검하고 그 다음 부분적으로 문장 표현을 가다듬는 정도의 퇴고에 머물 수밖에 없다. 글 전체의 틀을 바꾼다든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평소에 구상과 구성 연습을 부지런히 해 두어야겠다.
1. 구상
구상이란 생각하는 바를 얽어 짜는 정신 활동을 말한다. 주어진 문제의 논점은 무엇인가에 따라 자신이 떠올린 내용은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전체적인 틀은 어떻게 짤 것인가. 문체는 어떤 어조로 구사할 것인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는 건축에 있어 일종의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완벽한 구상이야말로 주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첩경이 된다. 구상은 세 단계로 성립된다.
⑴ 주어진 문제의 논점을 파악하고 자신이 쓸 주제를 마련한다.
⑵ 자신이 쓸 주제를 살릴 세목을 결정한다.
⑶ 앞의 두 항목을 종합하여 개요를 작성한다.
2. 구성
구성이란 글에 통일적인 맥락을 부여하는 일이다. 앞에서 말한 구상은 구성에 의해서 더욱 구체화되고 체계화된다. 구상이 아직은 의식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 구성은 실제적인 문장화의 단계와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나 구상은 대개 구성을 생각하면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상과 구성을 특별히 분리하지 않는 학자도 있음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논술의 경우는 대개 삼단 구성이 일반적이다. 삼단 구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⑴ 서론 (도입) : 주의를 환기하고 문제를 제기한다. 즉 읽는 이로 하여금 읽고자 하는 흥미를 유발케 하고 자신의 논점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⑵ 본론 (전개) : 자신이 제기한 문제를 논증해 나가는 단계이다. 인과 분석, 비교, 대조, 유추 등을 통해 문제를 분석 증명하고 해결법을 제시한다.
⑶ 결론 (정리) : 논의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자신의 해결책을 강조 확산시키는 부분이다.
3. 논지 전개 과정에서의 유의점
논지의 전개 순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되겠지만 논지의 전개 과정에서 각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아래에 정리된 내용들을 잘 참고하여 논지 전개에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하겠다.
1) 논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반영할 것
논제의 부분과 전체를 골고루 파악하여 논제가 요구하는 답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그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문제를 대충 파악하고 자기 멋에 겨운 답을 장황하게 써내려 가는데 이것은 헛수고에 가까운 일이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논제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수용하도록 하라.
2) 주제를 압축하라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최대한 압축해야 한다. 주제를 너무 관념적으로 그리고 광범하게 잡으면 논의가 산만해지기 쉽다. 예컨대 “혼돈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쓰라” 했을 때는 있을 수 있는 혼돈의 예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이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식이다.
3)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글 전체의 논지는 흐트러짐 없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가 한 주장을 자기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없지 않다. 가령 정보화 사회의 문제점을 잔뜩 언급해 놓고 결론에서 “우리는 정보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면 이를 납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본론에서 문제점을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분석해 나갈 때 논리가 흐트러지는 수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가령 ‘우리 교육제도의 병폐를 지적하라’는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증하는 경우이다.
첫째, 우리 교육은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에 치중하고 있어 문제이다. 이는 창의적 인간의 양성을 저해한다.
둘째, 지나친 교육열도 재고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학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 하고 그것만이 출세의 지름길로 알고 있어 문제이다.
셋째, 모든 학생들을 시험 성적으로 일괄적으로 평가하려는 폐단이다. 학생들의 예술적 재능이나 훌륭한 인간성 등은 시험 성적으로 잴 수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논지 전개는 일견 상당히 논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논지 전개이다. 첫째와 셋째의 분석은 논제의 요구에 부합하지만 둘째의 분석은 교육 제도의 문제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것은 교육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인 현상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교육열이 교육 제도와 연관되어 문제점으로 지적되려면 교육 제도의 어떤 특징 때문에 말미암는 것인지를 더 부연 설명하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4) 논지의 창의성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논술을 시행한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의 글에 창의성이 부족함을 공통적으로 지적하였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대개 논술 학습을 나름대로 하기는 하였지만 자기들이 연습한 내용들을 거의 무반성적으로 옮긴 탓이라 생각된다. 창의력의 양성은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관찰하는 가운데 개발되는 것이다.
5) 주제는 타당한가?
주제가 논제가 묻는 질문의 핵심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가령 “오늘날 자연 파괴 현상을 가져 온 요인을 인간 의식의 측면에서 논하라”고 했을 때 자연 파괴의 현상만을 장황히 나열하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어떠한 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해서는 논제에 타당한 주제가 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인간 의식의 어떤 문제가 자연 파괴를 가져 왔는지를 논증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다른 사람이 납득할 수 없는 편견을 주제로 내세워서도 안 될 것이다. 가령, 인공수정은 인륜을 그리치는 것이므로 절대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인공 수정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고 편견에 사로잡힌 주장을 하는 것에 불과한 답이 된다.
6) 논증의 객관성을 확보하라
논술에서는 객관적 논증이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이 제시되면 반드시 이에 합당한 논증이 있어야 한다. 이때 편협되고 특수한 사례를 논거로 제시해서도 안 되고 부정확한 논거를 제시해서도 안 된다. 또 논증이 있어야 할 부분에 논증 없이 뛰어 넘어가서도 안 된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은 역지사지의 태도, 즉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내 글을 읽었을 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7) 정확한 어휘와 논술문 다운 문장
논술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논리를 세워 읽는 사람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글이다. 논리성과 합리성이 최고 요체인 글인만큼 냉정하고도 날카로운 문제와 어조를 유지할 것이 요구된다. 마치 수필 쓰듯 쓴 논술은 그 성격을 잘못 파악한 글이다. 그러므로 어휘 또한 적재적소에 정확한 개념을 실은 어휘를 구사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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