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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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관한 물음이 우리 시대에 요청되는 배경과 까닭은 무엇인가?

 

▶답 : 근대 자연과학적 혁명 이래 기술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인간과 자연을 합리적으로 개혁하고자 했던 계몽주의 이념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실현되는 듯 보였다. 더욱이 19세기의 진화론적 사고는 인류를 위한 무한한 물질적 성장과 도덕적 진보까지도 산업 기술에 의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고작해야 자연과학의 성과를 응용한 것에 불과하다라는 통상적인 관점에서만 해석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자연 지배를 탄탄히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 간주되었을 뿐, 기술 자체가 특별한 철학적 문제거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기술은 우주의 궁극적 원리나 본질을 탐구하는 형이상학에 비해 열등한 활동 영역으로서 형이상학의 관심 분야 밖에 방치되었다.

 

하지만 사유하지 않는 시대가 걸머진 댓가는 엄청난 것이었다.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기술의 야누스(Janus)적 얼굴은 기술에 대한 환상을 좌절로 뒤바꿨다. 물질적 성장의 한계, 부풀려진 인간의 욕망, 경제 계급간의 갈등, 핵폭발의 위협, 자원의 고갈, 생태계의 파괴 등은 벌써 캐캐묵은 고전적 슬로건이 되었고 이제는 복제 인간과의 만남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따라서 오늘날처럼 기술이 인간의 삶 전체를 점점 더 속속들이 옭아매는 현실에서는, 더욱이 인간의 합리주의적 이상을 실현해주던 기술이 현대의 모든 악에 대한 속죄양으로 대두한 오늘의 상황에서는, 기술에 관한 물음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물음으로 다가온다. 즉 기술의 본질을 묻고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기술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물음이 우리 시대의 과제로서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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