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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첨병, 헐리우드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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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첨병, 헐리우드

 

 

 

대중성을 담보로 한 시장 확보의 선봉

미래는 영상산업이 주도하는 영상 시대. 영상 산업은 여러 매체로 전이 되면서 세계 시장을 파고드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혹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봐라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 한편이 올린 수익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을 능가한다. 이런 담화는 청와대에서 거론되어 매중 매체를 타고 우리에게 강박적으로 매일 쏟아부어지고 있다. 너무 들어서 지겹지만 이 글의 필요성이 그 지겨운 담화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필자 역시 지겨워하면서도 이런 상투구에서 이야기를 도입한 것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한국에서 영상 산업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일가견이 없으면 시대에 낙오되는 것처럼 온 나라가 영화, 영상 산업에 대한 진단과 청사진으로 난리 법석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분야보다 일찌기 세계 시장에 나가 세계가 돌아가는 추세에 누구보다 밝은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영화에의 진출을 선언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박자 안 맞는 정책으로 아직까지는 까먹기식 경쟁인 케이블 TV에서도 영화 채널만은 삼성(CATCH1)과 대우(DCN)가 따냈고, 오락 채널인 현대 TV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영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게다가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영화 전문지들. 늦기는 했지만(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최적의 시기란 말을 남긴 이에게 경배를! ), 어쨌든 국가적으로 동원된 우리의 세기말적 영상산업 강박증은 분명 미래의 삶에 대한 비전과 연결된다. 왜냐하면 미래 정보화 사회의 요체는 결국 문자 데이터의 영상 데이타로의 전환이고, 그 노하우를 제공하는 영상 산업은 그 토대가 되는 동시에 21 세기를 대표하는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과 연결하라!" 이 말은 아마도 그 시대를 끌어갈 개인, 혹은 집단에게 약속된 비밀의 사원으로 들어갈 문을 여는 '열려라, 참깨'일 수 있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한국에서 헐리우드 영화 점유율 85퍼센트, 영국에선 90퍼센트, 기타 유럽 지역이 80퍼센트 내외. 디즈니 가족 공원이 망할 정도로 미국 문화가 잘 안 먹혀들어간다는 프랑스에서조차 헐리우드 영화가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듯 영화를 비롯한 비디오, 방송물 등 미국 영상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퍼센트를 웃돈다. 미국 내에서도 영상 산업은 자동차 산업을 이미 제쳤고 군사, 항공 우주 산업까지도 제치고 수출 1위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한 세기간 축적돼온 헐리우드의 저력

스필버그와 루카스가 팀을 이루어 특수 효과 영화로 70년대 칼라텔레비젼의 위세에 주눅들었던 헐리우드를 재기시킨 공헌이 근 20년째 지속되고 보니, 헐리우드 영화제국의 세계 지배를 최근의 사건인 양 떠들지만 사실 그 저력은 한 세기간 축적되어온 것이다. 최초의 영화 발명은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기록했지만 사실, 같은 시기 에에디슨이라는 발명왕은 이미 비디오 매체적인 영화 장사를 꿈꾸며 키네마 토폰을 발명했다.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독점하고자 한 에디슨의 지나친, 그리고 너무 앞선 비전이 그를 초라한 영화 장사꾼으로 영화사에 기록했지만 에디슨의 이런 발상은 이미 헐리우드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영화가 탄생(1895)하자마자 곧(1920)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개념으로 산업화시킨 선두 주자는 프랑스와 미국이다. 그러나 규모와 생산성이라는 하드웨어적 측면은 물론, 당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엄청나게 밀려든 이민자들의 다양한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고 평균화 작업을 이룬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미국 영화는 이미 세계성의 싹을 품게 된다. 영화 산업 초기부터 프랑스는 거대한 샤를르 빠떼사와 고몽사의 독주와 이에 반항하는 영화 예술가들의 투쟁으로 영화의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긴장전을 벌이고 있을 때, 미국은 일찌감치 돈과 사회적 모랄을 결혼시킨 영화산업이라는 명확한 결론으로 경쟁 체제의 8(big 5, little 3) 메이저 스튜디오 시스템을 잡아나간다. 얼마 전 자존심 강한 유럽 영화인이 헐리우드가 어디 미국 것이냐, 헐리우드 영화는 유럽인이 만든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사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8대 메이저를 설립한 이들 중 20세기 폭스사의 윌리암 폭스는 헝가리에서 이민와 극장을 하다 제작자가 되었고, 워너브라더스의 창립자 워너 형제도 폴란드에서 이민와 영사기를 들고 전국 순회 상영을 하던영화 따라지에서 배급업을 거쳐 제작자로 변신, 성공했다. 이후1,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아수라장이 된 유럽에서 경제적 형편이나 이데올로기 문제로 영화 작업이 불가능해진 재능 있는 유럽의 영화인들 이 잇달아미국으로 이민, 망명하면서 헐리우드는 영화 인재의 보고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영화 인재의 결집이라는 점과 영화산업 시스템의 본질이 애초 부터 배급업과 제작업을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양한 영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배급하는 니켈-오데온 극장 시스템의 극장 체인화가 20년대부터 이루어진 것은 영화의 대량 소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즉 영화 배급 수익이 통째로영화 제작에 재투자되어 산업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원형 구조를 확보해낸다. 아직도 한국에서 극장 체인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다, 헐리우드 직배 영화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극장통계와 수익 수치가 안나오는 현실을 돌아보면 헐리우드 기준의 영화산업화에서유통 시스템에 관한 한 우리는 적어도 80년을 뒤지고 있는 셈이다.

 

직배 시스템도 그렇다. 우리가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어처구니 없이 당한 건 사실이지만 헐리우드는 일찌기 미국 내에서 제작과배급이 일원화된 직배 체인으로 산업의 토대를 닦은 바 있다. 한때 메이저시스템의 제작, 배급 독점이 미국 내에서 독과점금지법에 걸려 위기를 맞긴했지만, 직배 시스템 은 80년대 이후 교묘한 형태로 합법화되어 헐리우드 영화를 해외에 이식하는 강력한 전략으로 힘을 발휘해 온 것 이다. 프랑스처럼 먹는 건 수입해도 보고 듣는 건(시청각 매체) 자유 무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정신문화옹호론자들의 나라에는 미국 영화 직배가 불가능했지만, 먹는 걸 주로 중요시하며 정신 문화에는 별로 신경 안 쓰는 한국 같은 나라에는 직배 시스템이 이미 침투한 것도 그 결과이다. 따라서 헐리우드 영화제국의 위력은 산업적 측면에서 제반 분야(제작업, 배급업, 유통업 등)의 효과적인 수직적 통합과 공격적 시장 확대 정책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다. 이제 소프트웨어인 영화 자체로 들어가 보자.

 

 

첨단 테크놀로지 영상 시대

신대륙에 이민해온 인종들의 복합체인 미국의 영화에서 오랜 역사나 전통이란 가치는 애초부터 별로 존중할 덕목이 아니었다. 낡은 대륙 유럽에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다른 예술들과 비교하며 영화의 예술성 실험에 골몰하고 있을 때, 헐리우드는 미국적 삶을 반영하는 가장 매혹적인 매체로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해서 '영화는 우선 엔터테인먼트' 라는 확실한 개념을 잡아나간다. 그리하여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효과적으로 반복해서 대량 생산하는 쟝르 시스템(웨스턴, 뮤지컬, 필름느와르,공포물, 멜로 드라마 하는 식의)이 일찌기 자리잡게 된다. 이런 식의 유형화된 영화 제작은 통조림같이 똑같은 영화를 복제하는 '영화공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쉽고 편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겐 가장 잘 먹혀드는 제작 형태인 것으로 판명났다. 쟝르 시스템에 덧붙여 고정된 이미지를 가진 카리스마적인 매력의 스타들을 스튜디오마다 전략적으로 양성하는 스타 시스템이 구축되어, 대중이 동일시하며 집착하는 스타들이 연이어 탄생함으로써 헐리우드는 통조림 공장이 아닌 '꿈의 공장'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5,60년대 들어 타성에 젖은 쟝르 시스템과 스타 시스템이 퇴조하지만 헐리우드는 자신의 대립항인 동부의 저 예산과 고감도 아이디어로 빛나는 인디펜던트 영화의 배급과 제작 참여라는 기민한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사실 지금도 헐리우드의 쟝르 시스템과 스타 시스템은 다른 나라 영화 제작의 교과서처럼 받들어지고 있다.

 

이후 칼라 텔레비전의 도전을 화려한 특수 효과의 스펙터클 영화로 극복한 스필버그 사단의 등장으로 이제는 감독스타 시스템의 구조까지 가세해 보다 정교하고 전문화된 제작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세기말 헐리우드 영화산업은 영상과 정보의 결합이라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더욱 더 과학적 테크놀로지와 결합함으로써 21세기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최근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극도로 전문화된 시나리오에서부터([아폴로13], [크림슨 타이드] ) 첨단 테크놀로지의 스펙터클 전시장으로서의 화 면([쥬라기공원], [콩고], [베트맨 포에버] )에이르기까지영화 개념 자체가 테크놀로지를 전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꿔 말해, 고도의 테크놀로지와 특수 효과를 뺀 헐리우드 영화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제작과 영화 보기의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최초의 영화들이 움직이는 이미지라는데서 장터 구경꾼들에게 신기한 볼 거리였듯이, 이제 헐리우드 영화는 일상의 테크놀로지보다 한걸음 진보한 고도의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또 다른 차원의 신기한 볼거리라는 개념으로 세계 관객을 길들이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이런 테크놀로지 영화의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노하우를 가진 곳은 오직 헐리우드 뿐이라는 데 있다. 홍콩 영화나 심지어 한국 영화에서도 컴퓨터 합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특수 효과를 부분적으로사용하거나 실험중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헐리우드와 견줄 바가 못 되는 것도 인정할수 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헐리우드의 고민과 빈틈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 영화산업 내부의 또 다른 문제는 아이디어 고갈로 인한 영화의 질이다. 최근 쏟아져나오는 졸렬한 시나리오의 속편들, 심지어는 상대적으로 저예산과 비스타를 내세운 B급 영화가 성공하면 A급 제작 규모로 둔갑해 어설픈 시나리오를 얼기설기엮어 특수 효과로만 승부를 보려는 뻔뻔한 작태([언더 씨즈 2], [프리윌리 2] ), 상큼한 아이디어의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하면 즉시 아이디어값을 치르고 미국판으로 리메이크([ 뉴욕 세 남자와 아기], [아빠는 나의 영웅],[나인 먼스] )하는 전략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디어 부재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헐리우드의 신기한 볼거리에만 촛점을 맞춘 전략이, 허구로서의 이야기 창조성 측면에서 빈틈을 보이고 있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이것이야말로 물량과 시장 테크놀로지 면에서 헐리우드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세에 몰린 비헐리우드권 영화산업이 세계 영화 시장에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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