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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위력과 평화의 윤리 - 김용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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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위력과 평화의 윤리

김용준

 

 

1

우리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사람이 사용해 온 에너지에 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최초의 발견은 불의 사용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300만년전의 유적이라고 추정되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홈 베이스(Home Base)라고 명명된 유적은 인간의 조상들이 불을 피어놓고 음식을 나누어 먹은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이란 인간들의 사람으로서의 생활을 풍족케 하는 평화의 상징이었다고 고고학자들은 입을 모아서 주장하고 있다.

 

이 이후로 사람들이 최초로 얻은 동력은 짐승들의 힘을 제외한다면 주전자의 물이 끓어서 들썩거리는 주전자 뚜껑에서 힌트를 얻어 설계된 증기기관이 그 효시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의 발전소의 원리가 바로 이와같은 증기터빈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화력발전소이든 수력발전소이든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알려진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이란 네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핵력(核力)이라고 말하여지는 강력(strong force)과 동위원소(同位元素)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으로 대변되는 약력(weak force), 오늘의 기술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전자기력(電磁氣力) 그리고 뉴톤의 역학으로 확립된 중력(重力), 이렇게 네 종류의 힘으로 집약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문명에 공헌한 힘이란 주로 중력과 전자기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둘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거시세계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 힘은 그 거시적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내부의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조금 문을 열어서 보여주신 물질내부에 내장되어 있는 힘이란 참으로 엄청난 것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질량의 에너지전환에 관한 공식을 발견한 이후로 실제로 사람이 핵에너지를 방출시킬 수 있게 되기까지의 30~40년간의 여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아주 우수한 과학자들조차도 원자핵이 분열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1938년에 오토 한은 스트라쓰만과 같이 우라늄에다 중성자를 조사(照射)하면 원자핵분열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우라늄 핵이 분열되면 고속의 중성자가 2~3개 튀어나온다. 분열 연쇄반응에서는 이 중성자들이 다른 핵들을 분열시키고 이 분열된 핵들이 다른 중성자를 낳고 그리하여 또 다른 핵들이 분열되고 하는 식으로 계속 반응이 진행되어 핵분열성 물질이 다 소모되거나 분산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끝이 난다.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와 같은 물질의 경우는 충분한 양의 물질이 한곳에 모여있기만 하면 자연연쇄반응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연쇄반응만으로 폭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폭발이 일어나려면 연쇄반응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핵분열성 물질을 급속히 팽창시켜서 반응을 종식시키기 이전에 폭발에너지가 축적될만큼 오랜 시간의 반응이 지속되어야만 한다. 이와같은 현상을 야기시키려면 핵분열성 물질을 대단히 높은 밀도로 갑자기 압축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중성자는 더욱더 단단히 결합된 원자들 사이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분산으로 인해 연쇄반응이 중단될 때까지 대단히 많은 세대의 분열된 핵들을 낳게 된다. 새로운 매 세대마다 분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후기 세대들에 이르면 엄청난 에너지가 매우 급속도로 생성된다. 10만톤의 TNT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되려면 반응이 끝나기 전에 58세대의 분열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에너지의 99.9퍼센트는 전부 마지막 일곱세대 동안에 방출된다고 한다. 각 세대가 요하는 시간은 1억분의 1초를 넘지 않기 때문에 이 에너지는 천만분의 1초이내에 전부 방출된다.

 

수소폭탄의 기본원리인 핵융합에 의해서도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 원자핵들이 융합되려면 그 각각의 양자들 간의 전기반발이 극복되고 강한 핵력이 그것들을 새로운 하나의 핵으로 결합시킬 수 있을만큼 빠른 속도로 서로 부딪치게 해야 한다. 핵융합에 가장 적합한 원자핵은 가장 가벼운 것들이어야 한다. 그 까닭은 양자(陽子)수가 가장 적어야 극복되어야 할 전기반발의 양도 가장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와 그 동위원소들이 사용된다. 전형적인 수소폭탄은 네 단계를 거친다.

 

1단계에서는 재래식 폭발이 이루어지고 졔2단계에서는 재래식 폭발이 실제로 원자폭탄의 경우와 같이 핵분열반응을 유발시킨다. 이렇게 되어서 형성된 고온상태에서 핵융합반응이 제3단계로서 일어난다. 핵융합반응이 일단 일어나면 예컨대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합쳐서 헬륨이라는 새로운 원소로 융합된다. 이 경우에 중수소라는 수소의 동위원소는 양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를 가지고 있고 삼중수소는 양자 하나와 중성자 두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두개의 수소의 동위원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면 양자 두개와 중성자 두개로 되어 있는 헬륨이라는 새로운 원소로 바뀌면서 중성자 하나를 밖으로 밀어내어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제거하게 된다. 바로 이 제거되는 에너지가 핵 융합반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4단계에서는 핵융합반응에서 뛰쳐나온 중성자들에 의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핵분열물질들이 첫번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핵분열을 재차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구조상 그 위력이 훨씬 크게 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래식 폭탄이 단지 한가지의 파괴효과 즉 충격파 밖에는 일으키지 못하지만 핵무기는 여러가지 파괴효과를 가져온다. 충격파 이외에 최초 핵방사선이라는 것이 있다. 이 핵방사선은 대단히 높은 에너지형태의 전자방사선(電磁放射線)인 감마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메가톤급 핵탄(TNT 백만톤의 폭발효과를 갖는 폭탄으로 현대 핵무기수준으로 보면 중형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을 공중폭파시킬 경우 이 최초 핵방사선은 약 10평방킬로미터(사방25)이내의 지역에 있는 노출된 사람들을 죽이게 된다.

 

두번째 파괴효과는 이와같은 강력한 감마선이 대기에 작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전자기충격파효과(電磁氣衝擊波效果)이다. 높은 온도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그 전자기 충격파에 의해 안테나, 지상전선, 파이프, 철로등 여러가지 전도체를 통해서 전압이 급격히 높아지고 따라서 넓은 지역의 전기장비가 못쓰게 된다. 미 국방성 민간 대비처에서 1977년에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오마하 네브라스카 200킬로미터 상공에서 수천톤급 핵탄 하나만 폭발하여도 강력한 전자기충격파로 인하여 미대륙 전체와 카나다 및 멕시코 일부 지역의 고체회로(固體回路)가 파손되어 이나라들의 국가 경제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번째 효과는 열선효과(熱線效果)이다. 이는 핵분열 및 핵융합반응이 끝나면 하나의 화구(火球)가 형성되며 이것이 팽창하면서 에너지는 주위의 대기에 의해 X선 형태로 흡수되고 그 대기는 그 에너지 중 일부를 다시 열선(熱線)(강한 빛과 고열의 파장)의 형태로 방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1메가톤급의 폭발에서 생기는 열선은 10초 정도 지속되며 거리로는 16킬로미터, 넓이로는 주변 450평방킬로미터 이내 지역에 있는 노출된 사람들에게 2도화상을 입힌다고 한다. 네번째 효과는 사방으로 몰아치는 폭풍이다. 공중폭발된 10메가톤급 핵탄으로 인한 폭풍효과는 반경 7킬로미터 이내의 아주 견고한 건물을 재외한 모든 건물을 쓰러뜨리거나 파손시킨다고 한다. 화구는 자체연소됨에 따라 주위의 대기로부터 수분을 응축하면서 위로 올라가 특유의 버섯구름을 이룬다. 소위 지상폭발의 경우 화구(火球)가 지표면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폭탄이 지상에서 가깝게 폭발한다면 탄공(彈孔)이 형성되고 수톤의 먼지와 파편이 핵분열로 생성된 고방사능 물질들과 섞여서 버섯구름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이 혼합물이 대부분 미세한 재료로 이루어져 있는 낙진이 되어 시장으로 되돌아 오는데, 이것을 다섯번째의 파괴효과 즉 방사능낙진(放射能落塵)이라고 한다.

 

최초의 핵방사선, 전자기 충격파, 열선, 폭풍 그리고 방사능낙진을 가리켜 핵무기의 국부적 1차효과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같은 1차효과 이외에 무수한 2차효과들을 생각할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든다면 핵무기는 건물이 밀집한 지역을 강타하여 대화재를 일으키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같은 2차적인 재난이 1차적 파괴효과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상상은 충분히 근거를 갖는 소리가 된다.

 

만약 서울 상공에 1메가톤급의 핵폭탄이 투하되었다고 상상해보면 그 참상은 가히 생지옥을 방불케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 지구상에 미치는 생태학적 균형(生態學籍 均衡)의 파괴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멸종을 가져오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전 지구적인 파괴효과로서는 첫째가 전 세계적인 방사선 낙진현상이요, 두번째의 효과는 지상폭발에 따라 수백만톤의 먼지가 상층으로 올라가 태양광선을 차단하게 되는 소위 지표면의 냉각현상이다. 속칭 핵겨울(Nuclear Winter)현상이다. 세번째가 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오존층의 파괴현상이다. 북반부에 1만메가톤급의 폭발이 일어날 경우 북반구에서의 오존감소는 약 70퍼센트, 남반구에서는 약 4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오존의 수준이 원상복구 되려면 약 3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보유하고 있는 핵이 전부 터질 경우, 지구를 11번 가루로 만들고도 남는다 한다.

 

 

2

핵에너지의 평화적이용의 일환으로서 원자력발전은 화석연료가 점차로 고갈되어 가는 상태에서 대체연료로서 각광을 받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핵에너지의 무서움은 여전히 핵에너지발전에 있어서도 상존하고 있다고 하겠다. 핵폭탄이 일정한 농도로 농축한 핵분열물질을 일시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그 핵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사시키는 장치라면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일정하게 조절해서 그곳에서 얻어지는 열을 이용해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들고 증기터빈을 돌려서 발전을 하는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핵발전의 핵심부는 원자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원자로의 중심부에서 핵연료가 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원자로의 중심부에 핵연료인 농축된 우라늄을 반경 약 1센티미터, 길이 약 1.8센티미터의 원통형 환약으로 만들어 이것을 특수 방수합금(防水合金)통 속에 세로로 세워서 장치한다. 이 방수합금통은 반경이 약 1.8센티미터이고 깊이가 3미터60센티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와같은 통속에 핵연료 환약 4~5천개를 장전하게 된다. 이 모양은 원통속에 담배를 세로로 세워서 포장해 놓은 옛날의 담배갑을 상상하면 된다. 이와같은 핵연료가 핵분열을 시작하면 그곳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는 연쇄반응을 계속하게 되는데 그때의 속도는 흑연이나 물을 매체로 하여 조절되고 있다. 이와같이 핵분열이 진행되면 열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 핵연료가 장전되어 있는 특수합금통안에서는 항상 물이 증기로 바뀌면서 이 증기는 증기터빈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로의 특징은 연쇄반응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 연쇄반응은 조절되어야 한다. 만약에 한꺼번에 많은 핵분열이 일어나면 발생하는 열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연쇄반응을 조절하는 또다른 스테인레스 스틸 튜브에 조절용 시약이 장전되어서 이 조절봉(調節棒)이 발사되는 중성자를 적절하게 흡수하도록 장치되어 있다. 이 조절봉을 어느 정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핵분열의 연쇄반응이 조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절봉은 발사되는 중성자를 흡수하지만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자로의 냉각은 주로 물을 순환시켜서 이루어진다.

 

이상의 설명이 대체적인 원자력 발전용의 원자로의 구조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의 문제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핵연료는 일정한 핵분열의 연쇄반응이 끝나면 폐기물로서 제거하게 되는데 그것은 핵연료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지만 여전히 다량의 방사능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핵연료의 폐기물 이외에 원자로는 굉장한 방사능을 저장하게 된다. 중간형의 원자로만 되어도 그 방사능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방출한 방사선의 1,000배 가량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로는 대단히 두꺼운 철근 콘크리트의 커다란 원통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 만약에 지진이나 또는 그 어떤 강타로 이 두꺼운 콘크리트의 원통이 부서지는 날이면 거기서 방출되는 방사능의 피해를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냉각수의 순환이 중지되는 경우에는 원자로의 온도는 급상승하게 되고 온도가 섭씨로 3,000도 가까이 오르게 되면 핵연료는 용융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자로 그대로 땅속으로 침몰하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가열되는 수증기의 폭발은 이를 막을 수가 없게 된다.

 

미국에서 1979328일에 발생하였던 드리마일섬의 사고 및 1986425일에 발생한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사고가 바로 이와같은 가열에서 빚어진 사고였다. 이 끔찍스러운 사고가 모두 사람들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3

현재 미·소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약 5만기에 이른다고 추산되고 있다. 이것은 200억톤의 TNT에 해당되는 폭파력을 지니고 있으며 일본 히로시에 투하된 원폭의 약 160만배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에 산재하고 있는 미군부대 중 722개의 단위부대(單位部隊)가 원자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시험된 핵무기의 최대크기는 1961년 소련이 58메가톤급의 핵무기를 폭발시켰고 1954년에 미국이 14.8메가톤급의 핵무기를 실험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보통 1메가톤 내지는 10메가톤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이 13,000킬로톤급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 폭발력이 얼마나 대형화하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 끔찍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난지 6개월 후 현재로 30개국에서 374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에 있고, 157개가 건설중이며 116개가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102개가 가동중이고 24개가 건설중이며, 영국이 38, 일본이 34개의 핵발전소를 가동중인 것으로 나와 있다.

 

1985년까지 미국에서 배출한 고방사능 핵발전 폐기연료는 12,000톤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한 개의 축구장을 30센티미터 두께로 쌓아올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2000년까지는 72,000톤의 고방사능 핵연료 폐기물이 배출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높은 방사능을 함유하고 있는 핵연료 이외에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벽돌, 사람들이 입고 있었던 옷들을 포함해서 저방사능 폐기물의 양은 엄청난 숫자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 10억입방피트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미국대륙 횡단 4차선 고속도로를 30센티미터 두께로 포장하고도 남는 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폐기물의 처리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제안되고 있는 핵발전소 폐기물의 처리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첫째는 이 폐기물을 우주선에 실어 우주공간으로 날려 보내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번의 챌린저호의 폭발을 상기한다면 자살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 만약에 공중폭파라도 한다면 어찌될 것인가. 두번째 제안은 지구의 남북극의 빙산 속에 묻어버리자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매년 200억톤씩 방출되는 탄산개스의 양으로 지구가 온실효과를 입어 자칫하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하게 되어 남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려 지구의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게 된다고 야단들인데, 전혀 실현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 제안은 이 폐기물을 바늘모양으로 만들어 바다 밑으로 쏴내려 해저에 꽃히게 하자는 것인데 이 제안도 문제점이 많다고 하겠다. 네번째의 제안은 땅을 약 10킬로미터쯤 파내려가서 그곳에 매장하자는 말이지만 지진이라도 난다면 어쩌잔 말인지, 이 역시 한번 해 본 소리에 불과하다. 결론은 속수무책이라도 밖에는 말할 것이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경우 특수방수통을 만들고 700톤의 콘크리트벽에 시속 150킬로미터의 속도로 이 통을 충돌시켜서 그 안정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밖에도 700미터의 높이에서 이 통을 낙하시키는 실험, 또 철로상에서 약 150km의 시속으로 달리는 기관차와 충돌시키는 시험, 또 비행기연료의 불구덩이속에 방치하는 시험 등을 거쳐 그 안정성과 견고도를 검사한 통 속에 폐기물을 넣고 발전소 옆 철제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에서도 이 원전의 폐기물처리는 별다른 신통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67년에 소련의 우랄산맥의 키슈팀지방에서 핵연료 폐기물의 폭발사고가 있었던 사실을 원전발전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물론 소련 당국의 자세한 발표가 없었으니 자세한 데이타를 알 수 없지만, 대단한 방사능이 방출되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마치 큰 화산폭발을 방불케 하였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어떠한가. 6공화국이 되고서야 간신히 조금씩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정직한 소리일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확실한 데이타는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근자에 국정감사 등을 통하여 밝혀진 것을 종합해 보면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7기이고 11호기와 12호기가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다른 2기가 착공 준비단계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00년까지는 17개의 핵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원전발전기의 계약을 둘러싸고 별별 소리가 나돌고 있다. 군사비밀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알 길이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000개의 전술 핵탄두가 배치되어 있다고 공공연히 보도되고 있다. 완전히 핵우산 속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4

195579일 소위 럿셀·아인슈타인 선언이 세상에 발표되었다. 이 선언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하에서 우리들은 과학자들이 대량파괴 무기의 발달로 말미암아 야기된 위기를 평가하고 그리고 첨부된 초안의 정신을 가지고 하나의 결의를 토의하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이 경우에 우리는 이 나라 저 나라가 한 국민으로서 또는 어떤 대륙이나 어느 종파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그 존속이 의문시되고 있는 인류 즉 인간 종()의 일원으로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분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소한 분쟁들을 뒤덮고 있는 그림자는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 사이의 거대한 싸움인 것이다.

 

정치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사람도 이와같은 문제들에 관해서 강한 주견(主見)을 가지 고 있을 줄 알지만 우리들은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와 같은 감정을 벗어버리고 그 어느 누구도 놀랄만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리고 그 멸종을 원치 않은 하나의 생물종(生物種)의 일원으로서 당신 자신을 생각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와같이 시작되고 있는 럿셀·아인슈타인 선언은 19543월에 비키니섬에서 미국이 행한 수소폭탄의 실험에서 밝혀진 위력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500배나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만약에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세계전쟁은 반드시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인류의 멸망을 가지고 올 것이 분명하니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평화적인 수단으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하는 결의문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선언은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11명의 서명자의 명의로 발표되었고 아인슈타인은 이 선언문에 서명한 지 이틀 후인 1955413일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일주일 후인 419일에 세상을 뜬다. 이 선언이 계기가 되어서 푸궈시(Pugwash)운동이 전개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선언문에서 사람이라는 생물종의 일원으로서 말하고자 한다는 럿셀경의 애절한 호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역사적인 선언에서는 우리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핵무기 및 핵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더 나아가서는 윤리적인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오늘이라는 과학기술문명사회가 올바로 인식해야 할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철학적인 해석과 윤리적인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반핵운동이 근본적으로 왜 필요한지 그리고 반핵운동이 지녀야 할 윤리적인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우리는 위에서 소개한 럿셀·아인슈타인의 선언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군비경쟁은 그칠 줄 모른다. 현재 세계적으로 90초마다 100만불(7억원)씩 군사무기 제조비로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한 해에 1,500만명이 아사(餓死)하고 있고 1,500만명이 영양실조로 시달리고 있는데도, 대한민국 인구만큼이나 아사 및 영양실조로 인류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핵의 논리는 분명히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구의 운명은 멀지 않았다고. 이것은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 없는 핵의 논리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 핵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또다른 윤리를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찌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과학은 이와같이 위험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참 문제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안에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고쳐먹고 그리고 용감히 상대방에게 호소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어떠한 비밀도 그리고 변명도 있을 수 없다. 가슴에서 일어나는 이해와 세상사람들의 끊임없는 부르짖음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야말로 자각과 서로 교통하는 연쇄반응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신문이 모든 학교가 그리고 교회가 공적인 모임에서나 사사로운 모임에서나 이웃과 이웃끼리 이 제안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이웃들과 한 마음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오로지 우리의 희망과 안전이 깃들고 있다. 이렇게 서로 열려져 있는 시민정신은 주검이 아니라 삶의 승리를 구가하리라고 믿는다.”

언젠가 咸錫憲 선생님이 노자(老子) 강의시간에 하신 말씀이 가끔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저 깊고 오묘한 세계를, 하나님의 무궁무진한 저 깊고 넓은 세계를 조금 열어 보여주신 것이 바로 원자력이 아닐까라고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 반핵운동의 뜻을 되새겨 보는 것이다.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와 사랑의 새로운 윤리를 모색해야만 하는 커다란 숙제가 우리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전환점을 딛고 일어설 때, 참으로 인류의 황금시대는 도래할 것이 아니겠는가. (1988)


김용준.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과학인의 역사의식,현대과학 어디까지 왔나, 현대과학과 윤리, 혼돈과 질서등이 있다.

 

 

 

개인별 탐구 과제

1. 이 글의 필자는 사람이 핵에너지를 방출시킬 수 있게 되기 까지의 30-40년간 의 여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 인가?

2.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와 같은 물질이 연쇄반응을 통해 폭발을 하기 위 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했는가?

3. 수소폭탄의 네 단계를 정리해 보자.

4. 핵무기의 여러 파괴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5. 원자력 발전용의 원자로의 구조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파악해 보자.

6. 럿셀아인슈타인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자.

7. 함석헌 선생의 저 깊고 오묘한 세계를, 하나님의 무궁무진한 저 깊고 넓은 세계를 조금 열어 보여주신 것이 바로 원자력이 아닐까라는 말의 함축적 의 미는 무엇인가?

 

 

모둠별 토의 과제

1. 97년 초 대만이 핵폐기물을 북한으로 수출한다는 보도가 나갔을 때, 우리 정 부와 반핵 단체들은 즉각 우려 표시와 함께 반대 시위를 했다. 만약 핵폐기물

이 북한에 보관된다고 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본문의 내을 토대로 정리해 보자.

2.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된 핵발전소의 현황을 조사하고 핵발전소가 지닌 장점 은 무엇이며, 또 핵발전소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인지 본문의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 보자. 아울러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핵발전소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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