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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생명을 넣자 - 최완수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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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에 생명을 넣자

최완수

 

문화체육부에서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지정하였다 하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현재의 문화활동치고 어느 것 하나 과거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현재라는 것은 과거와 미래의 연결 선상의 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의 문화활동이 올바르게 전개되려면 과거의 문화활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시대 어느 곳의 문화민족치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를 구분해 과거 문화를 사장하는 것으로 문화 창조를 자부했던 경우는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문화 현상은 어떠한가. 문화의 기반이 되는 의식주에서 고유한 전통을 하나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고, 2천여년 동안 우리 역사를 기록해 온 문자인 한문 교육을 시키지 않아 20여년 학교 교육을 받고도 제 나라 역사를 한 줄도 직접 읽을 수 없는 문맹으로 만들어, 역사는 있으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우리는 반만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일궈온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단절될 수밖에 없어 그 사이 허다하게 만들어진 우리 문화유산은 현실 생활과 무관한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었고, 기껏해야 골동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 진열장 안에 사장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아마 문화유산의 해라는 구호를 듣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박물관에 진열될 수 있는 골동품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쯤으로 이를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문화유산을 진열된 골동품으로 사장해 그 생명을 단절시켰음에도 문화 유산 보존에 성공하였다고 만족한다면, 그것은 벌써 우리가 우리 민족임을 포기한 것이고, 우리의 현재 문화도 우리 문화와는 무관한 것이 되는 것이다. 정복 민족들이 항용 피정복 민족들의 문화유산을 그런식으로 보호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어느 나라에게 정복당하여 식민통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또 실제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스스로 단절하여 그 명줄을 끊어 놓고, 문화유산을 사장해 골동품으로만 보존하려 하는가.

 

일제 36년간의 식민통치 여독이 그 화근인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렇다 치더라도 광복후 이제 반세기가 지났으니 그것을 청산하고도 남을 만한 세월이 지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청산하기는커녕 일제시대에는 저들의 강압에 의해 자행되던 일들이 이제는 관행처럼 우리 스스로가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지식인들이 말이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었다. 일제시대에 저들의 식민통치를 위해 세워진 학교에서는 당연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을 교육과정에서 제외했고, 일본화한 서구문화와 일본문화를 주입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았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광복후 우리 교육을 이끌어갔고, 또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중에 서구문화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부강과 편리로 우리를 압도해감으로써 더욱 서구 교육 일변도로 교육을 이끌어가게 되었으니, 이후 학교 교육에서는 더더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의 비중이 낮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위에 산업사회로의 급진적인 전환을 모색하던 제3공화국에서 한문 교육을 완전 폐지함으로써 학교 교육을 받은 지식인은 전통문화에 관한 한 문맹상태의 무식인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각 가정, 각 문중에서나마 생명을 지키며 살아 숨쉬던 문화유산마저 알 수 없는 골동품으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게 되었던 것이니, 이제부터라도 교육제도를 바로잡아 우리 문화유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학교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담당하게 해주어야 하겠다.

 

문화유산의 해를 맞이하여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어떤 가시적 전시효과에 치중하는 행사보다는 이런 근원적인 교육개혁에 관계 기관들이 협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조직위원회가 할 일도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신문 1997130일 목요일 시평>

 

 

개인별 탐구 과제

1. 필자가 현재의 우리 문화 현상에 대해 비판한 내용의 핵심은 무엇인가?

2. 필자는 전통문화의 맥을 스스로 단절하여 그 명줄을 끊어 놓고, 문화 유산 을 사장해 골동품으로만 보존하려 하는가라고 비판하면서 그 근거로 학교 교육을 들고 있다. 그 근거가 되는 것을 요약해서 정리해 보자.

 

 

모둠별 토의 과제

1. 올해는 문화 유산의 해로 지정되었다. 전통 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위해 우 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일까? 본문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토의를 하 고 그 결과를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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