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윤리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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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개념을 통해 본 한국 사회 윤리관의 변화

 

 

 

토마스 쿤은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과학 혁명을 설명하기 위해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 때 사용된 패러다임은 특정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즉 한 사회를 지배하는 사고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과학의 분야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개념을 이용해서 한국 사회의 윤리관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윤리관은 원시 신앙과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들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면서 형성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윤리관은 기본적으로 유불도 사상과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보다 사회를 중시여기고 인간 관계에 감정․정서를 더 강조하게 된다. 즉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단군 신화와 유불도 사상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모든 일을 판단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 접어듦에 따라, 특정한 인간 관계나 감정․정서를 중시했던 전통적인 윤리관으로만은 모든 일을 대처하기가 힘들어졌다. 수많은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 사회의 위계적 질서를 중시하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조화와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하는 것은 경쟁에서 뒤 처져 낙오하기 쉽다. 즉 유불도 사상의 패러다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가족주의적 전통 윤리와는 달리, 합리적인 인간 관계,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서구의 현대 시민 윤리관이 도입되어 전통 윤리관과 서구의 현대 윤리관의 조화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된 것이다.

 

요컨대, 사회의 기본적 신념 체계인 패러다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부딪히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혁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의 윤리관의 경우도 전통적인 윤리관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서 전통적인 윤리와 서구 사회의 윤리관의 조화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혁이 생기게 된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설명하는 견해로서 패러다임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 때 패러다임이란 한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 기술 등을 이르는 것으로 이것의 체계가 혁명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날 경우 기존의 것이 위기를 맞고 교체되며, 과학 기술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패러다임 이론은 단지 과학 기술의 변화에만 적용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회 변화 양상에 이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인문 과학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이전의 한국 사회의 윤리관은 소위 유교적 윤리관이었다. 즉,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엄격한 계급 윤리가 존재했고 남녀와 적서의 차별을 당연시했다. 따라서 타고난 신분에 의해 대개 한 사람의 일생이 정해지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유교적 윤리관은 지금의 관점에서는 불합리하지만 그 당시의 사회 구성원 사이에는 이러한 윤리관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다. 즉, 당시에는 이 같은 윤리관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윤리관에 비해 현대의 윤리관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현대의 윤리관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는 점에서부터 과거의 윤리관과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현재에는 대단히 이상하게 여겨지는 일이 많다. 예컨대 과거에는 나이든 하인이 나이 어린 주인에게 존대말을 쓰고 여자가 칠거지악을 어기면 쫓아내는 등의 일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의 윤리관에서 볼 때 이것은 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된다. 따라서 과거의 윤리관, 즉 과거의 윤리 패러다임이 변혁을 통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과거 윤리관과 현재의 윤리관이 마치 과학의 패러다임의 이론처럼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앞서의 내용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나아가 과학의 패러다임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지 못할 때 위기를 맞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교체된다는 점 역시 개화기 무렵의 유교적 윤리관이 처한 위기 상태나 서양의 윤리관의 갈등으로 쇠퇴한 점 역시 패러다임 이론에 부합한다.

 

요컨대 한국 사회의 윤리관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개념을 통해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인문 사회 과학의 여러 현상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모든 사회 현상을 패러다임의 개념이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이 개념은 사회의 변동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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