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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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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걸 보면

 

돈 쓰는 걸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평상시 돈의 흐름이 옷 사는 데로 집중되는지,

책 사는 데로 집중되는지,

남을 돕는 데로 집중되는지,

먹는 데로 집중되는지를 보면,

조금은 그런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이 쓰이는 대상도 조금씩은 다른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위해서는 절대 돈을 쓰지 않으면서

자기 가족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있고,  
공동의 선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는 돈을 아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개인을 위해서는 옷 한 벌 사 입지 않으면서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큰 돈을 쾌척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개인을 위해서는 썩 필요하지도 않은 자개농을 갈아치우면서도

소녀가장인 옆집의 밥솥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을 사용하는 의도



돈을 사용하는 의도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돈을 써서 몇 배로 되돌아올 것인지를 생각하며 돈을 쓰는 사람이 있고,
별 생각 없이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돈을 써서 그 고마움을 알아줄 만한 사람에게만 돈을 쓰는 사람이 있고,
이 돈을 써서 자신의 명예나 인격에 도움이 될만한 일에만 돈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대로 족족 써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돈은 쓰려고 버는 것이고, 인생은 즐기려고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정말 구두쇠처럼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은행계좌나 부동산 이외에, 돈을 써야할 곳에 대하여

그들은 가급적 눈과 귀를 닫으려 합니다.
노후에 고생하지 않고 편안히 살기 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이 있고,

그냥 은행계좌에 쌓이는 재물 자체가 좋아서(그것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다)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습니다.

 

 

 

© joshappel, 출처 Unsplash

 

 

욕망과 자기만족을 위해


돈을 저축하는 것이 무조건 미덕으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무조건 모으는 것이 무조건 미덕일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과 자기만족을 위한 부의 축적에,

다른 사람들이 '미덕'이라는 아름다운 면류관을 씌워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획일화된 잣대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돈은 반드시 그것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나치게 돈을 아껴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입니다.
노후(생명)란 우리의 노력으로 보장받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일 당장 우리는 우리를 지탱시켜주었던 두툼한 통장들과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던 재산들을 두고 먼 길을 떠나야 할지 모릅니다.


최근에 읽었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란 시가 떠오르는군요.

살아있는 동안에
당신의 돈을 쓰십시오.
그것을 쌓아두고 자랑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그것을
결코 가져갈 수 없습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으니까요.

당신이 누워있을 묘지에서는
아무 것도 당신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당신이 큰 부자라 할지라도
죽음의 순간이 오면
당신도 역시 빈 털털이입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으니까요.

인생길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서
당신의 돈을 쓰십시오.
훗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그것만이 하늘에서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은행계좌입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으니까요.
                                                                       작자미상.

 

 

 

© Pub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최근 한국 최고의 부자 이건희씨가 별세했습니다.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신문 등에 실린 기사들을 보니 나름 훌륭한 분이더군요.

반도체와 휴대폰을 세계 제1의 반열에 올려놓은 열정과 패기가 돋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평소에 돈벌이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단지 일본을 극복하는 일, 그리고 세계 최고가 되는 일에 온 삶의 에너지를 쏟았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업적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게 되어서 본인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을 마치기가 무섭게 상속세가 너무 지나치다면서

세금을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는 엉뚱한 논쟁들이 미디어를 통해 벌어지고 있더군요.

이는 삼성이 판단할 일이고 또 상속법에 의해 진행될 일인데 언론들이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녀들이 공짜로 받은 재산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며 더 많은 상속세를 낼 수도 있는 일 아닌가요.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최고 부자 삼성이 약 11조원이나 되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불쌍하게 비춰진 걸까요.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것인지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저는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입니다.

부자들이 어디 로빈슨 크루소처럼 고립된 섬에서 혼자 돈을 번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의 형성에는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도움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요.

 

(저도 삼성의 물건들을 많이 샀습니다. 거기에서 회사는 이윤을 남겨 돈을 축적했겠지요. 그 이윤의 크기가 크다면 조금은 사회에 환원하며 더불어 사는 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기업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능력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편법과 변칙으로 부를 축적해 온 측면도 부인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업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고 때로 어느 정도의 적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된 데에는 기업이나 정부, 미디어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 사망 뒤 ‘상속세 폐지’ 주장 왜 말이 안 되냐면요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www.hani.co.kr

어쨌든 이건희씨는 영면에 들어갔고 그의 수의에 호주머니는 없었을 겁니다.

그가 일류기업으로 키운 삼성이 그 많은 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건희씨의 돈에 대한 태도도 어느 정도는 결정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땐 상속세 충분히 내도 삼성은 충분히 부자이지 말입니다.

그 상속세 좀 냈다고 기업 운영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삼성은 코로나 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3분기에만 12조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공짜로 아버지의 재산을 그렇게 많이 물려받았는데,

그리고 그 재산형성에 편법과 반칙이 그렇게 많았는데,

세금 좀 더 내면 안되겠습니까(감정 조금 섞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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