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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인생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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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가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탔습니다. 
환기가 되지 않아서인지, 

객차 안에서는 화장실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새벽의 상큼한 공기와 어울리지 않는 쾌쾌한 냄새에 여행의 흥분이 잠시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냄새는 사라졌습니다. 
아니,

내 코는 훌륭하게 그 냄새에 익숙해졌습니다. 
혹은, 
마비되었습니다. 
후각은 가장 쉽게 익숙해지는 감각이라 했던가요.

더 이상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물론, 
냄새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단지 내 코가 냄새를 맡지 못할 뿐, 
객차 안에는 여전히 화장실 냄새가 떠돌고 있었을 것입니다. 

마비로 인해 잠시 잊은 내 삶의 가짜들을
다 없어져 버렸다고 자위하면서
가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 chupzzz,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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