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by 처사21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지은이), 선주성 (옮긴이)
책소개
독일의 정치인 요쉬카 피셔의 인간적인 다이어트 경험담을 담은 책. 유명한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절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112킬로의 뚱보 요쉬카 피셔라는 한 사람이 달리기를 통해 75킬로그램의 몸 상태로 바꾸고 자기개조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요쉬카 피셔는 연방의회 의원으로서 헤센 주 환경부 장관으로 성공적인 정치인이었으나,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 스트레스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게 되자,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해서 112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뚱보가 되었다. 결국에 그는 결혼 생활마저 파국을 맞게 된다. 결혼 생활이 깨진 것 말고도, 개인적인 생활 태도, 자신의 외모, 생각까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삶의 위기를 맞이하여, 그는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변화시키기로 결심한다. 우선 다급한 것은 체중이었다. 비만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간단하다.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피셔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그때까지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달리기는 장비와 기술이 아주 적게 필요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특별한 조건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에 거의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피셔는 달리기를 통해 새 삶을 얻게 되었다.
그는 1996년 여름 개인적인 위기를 겪은 지 1년 9개월 만에 그리고 50년 생애에 도달하는 시기에 그의 첫 번째 마라톤인 함부르크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완주한다. 살빼기에서 출발해 마라톤을 완주를 한 것이다. 달리기는 단지 체중의 변화만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달리기는 그의 생활방식, 하루 일과, 식습관과 기호, 그리고 삶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그에게 자부심과 내적인 평온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요쉬카 피셔 (Joschka Fischer) - 독일 연방의회 의원, 연합당과 녹색당 대변인을 거쳐, 현재 독일 연방공화국의 외무부 장관이자 부총리.
선주성 - 서울대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조선일보 편집부 기자를 거쳐, 마라톤 벤처사업에 투신하여 달리기 보급에 힘쓰고 있다. 현재 서울마라톤클럽 홍보이사.
작가의 말
"나는 달린다"를 옮긴 선주성입니다. 이 책은 현재 독일 슈피겔지 책순위에서 7위에 올라 있습니다.
원저자 피셔는 현직 외무장관으로 일하면서도 112킬로그램의 몸을 1년만에 달리기를 통해 37킬로그램 빼고 마라톤을 완주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 책에 적었습니다.
단순히 살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을 개혁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했습니다. 자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명상효과를 경험하고 "자신 속에 있는 부처"로 표현하는 '런너스 하이'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건강에 관심있고, 달리기의 재미를 알고 싶은 분, 자신을 개혁하고자 하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00년 9월 27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 선주성(역자) (
미디어 리뷰
국민일보 : 나는 달린가, 고로 존재한다
<나는 달린다>(궁리)는 독일 외무장관 요쉬카 피셔(52)가 2년 동안 '달리고 달린' 이야기다.정치적인 냄새가 묻어나는 에세이집이 아니다.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는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인 '달리기'에 대한 기록이다.1952년 헬싱키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은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던가.
피셔에게 48세였던 1996년은 위기의 절정이었다.아내와 이혼했고, 75㎏이었던 몸무게는 과로와 폭식, 운동부족으로 112㎏으로 늘었으며, 어릴 때부터 즐겼던 축구는 더이상 할 수 없는 취미가 됐다.
"나는 나의 삶 전체를 변화시켜야만 했고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체중을 줄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내 삶을 재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운동을 시작해야만 했던 피셔는 평소 '너무나 지루한 운동'으로 생각했던 달리기를 선택했다.장비와 기술이 특별히 필요없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1996년 가을 아침 독일 본의 정부청사 앞에서 피셔는 달리기를 시작했다.당시 환경부 장관이던 피셔는 기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모자가 달린 '땀복'을 입고 500m를 달린뒤 멈췄다.심장은 터질 것 같았으며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다.하지만 피셔는 중단하지 않고 매일 아침 달렸다.갈수록 몸의 상태가 호전됐다.일과를 마친뒤 술집을 기웃거리는 것에 대한 유혹도 사라져갔다.몸무게는 일주일에 평균 700에서 1100g씩 줄어들었으며, 달리는 거리는 3㎞에서 5㎞, 10㎞, 20㎞로 계속해서 늘었다.
매일 아침 라인 강변을 따라 달린 지 1년 만에 피셔는 몸무게 75㎏을 회복할 수 있었다.98년부터는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며 함부르크, 보스톤 마라톤대회 등에서 달렸다.현직 장관의 달리기와 엄청난 감량은 당연히 독일 언론의 관심을 모았고, 한 신문으로부터는 '체중 감시'까지 당했다.
피셔가 달리기에서 얻은 것은 감량과 건강 만이 아니었다.그것에 그쳤다면 이 책이 독일에서 출판된지 2주 만에 7만부가 팔려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피셔가 정치인이고 현직 장관이기 때문도 아닌듯하다.35세에 녹색당 소속으로 연방의회 의원이 된 이래 헤센주 환경·자원부 장관, 녹생당 원내 의장, 외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피셔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
책에는 자신을 극복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한 50줄에 들어선 초로의 남자의 투쟁기가 녹아있다.피셔는 자신의 달리기를 정치적 선전용이 아니냐고 의심하거나, 몸무게가 줄었으니 이제 뭘 할 것인가를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달리기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육체와 운동, 노력과 내적인 평온.나는 이런 매일의 체험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나는 달리기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목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왜냐하면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찾았기 때문이다.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서울마라톤클럽 홍보이사이자 역시 '달리기 중독자'인 역자 선주성은 책 앞머리에서 술, 시간부족, 업무 등을 핑계대며 운동을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당신이 독일 외무장관 보다 더 바쁜가". - 남도영 기자 ( 2000-10-02 )
대한매일 : 푸줏간집 아들로 태어나 가출 끝에 고등학교 중퇴, 택시운전사를 거쳐 일국의 부총리에까지 이른 사람. 요쉬카 피셔 독일 연방공화국 부총리 겸 외무부장관의 일대기는 굴곡진 인생역정만으로도 책으로 묶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피셔 장관의 책쓰기는 안이하게 그점을 부각시키려들진 않았다. 단지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달리기를 통해 터득한 생의 진리를 귀띔해주는 책이 '나는 달린다'(궁리)이다.
원제가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장거리 달리기'인 책에서 피셔 장관은 "돈, 명예, 지위 등의 획일화된 행복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행복을 위해 생활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라!"고 결론을 제시한다. 물론 행복한 생활의 전제로 그가 첫손에 꼽는 것은 건강이고, 운동이다.
4년전 여름 키 181㎝인 그의 몸무게는 112㎏. 그로부터 딱 1년만에 40㎏을 줄인 과정은 단순히 '성공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눈물나는 자기와의 싸움이었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달리기를 위해 생활습관을 혁신하고 마침내는 정신 개조에까지 성공한 독일 현직장관의 기록은 평범한 일상속에서 자잘한 진리를 찾아내는 기쁨을 나눠준다. 독일 출간 당시 2주만에 7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 황수정 기자 ( 2000-10-03 )
동아일보 : 달리기로 삶을 바꾼 사람,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인 요쉬카 피셔(52). 이 책은 그가 어떻게 달리기에 빠져 들고 달리기를 통해 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소개한 자전 에세이.
헤센주 환경장관으로 있던 1980년대말.자리가 자리인만큼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닥치는 대로 먹었다. 먹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이었고 즐거움이었다. 몸무게가 75㎏에서 112㎏로 급증했다. 1996년, 결별을 선언한 부인.
“당신같은 뚱보와는 함께 살 수 없어!”
남자 나이 마흔여덟에 찾아온 심각한 위기였다. 육체도 바꾸고 정신도 바꿔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달리기. 한번 두번 달리다보니 푹 빠져들었다. 1년 뒤엔 국제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완주할 정도가 되었다. 몸무게도 75㎏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자아의 발견이었다. 40대 후반, 이혼과 함께 찾아온 삶의 위기를 달리기로 극복한 것이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는 자아여행이었다.
고교 중퇴의 학력에 택시운전사를 거쳐 외무장관까지 오른 피셔.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피셔. 그는 지금도 일과를 마치고 매일 자정 무렵 본의 거리를 달린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정체된 삶도 달리기 시작한다.”
- 이광표 기자 ( 2000-09-30 )
조선일보 : 48살, 112㎏의 몸무게, 그리고 그 거대한 몸집이 한 이유로 작용한 13년 결혼생활의 파경. 거울을 보고 사내는 수시로 실망해왔을 터이지만, 외모는 둘째문제다. 정신의 위기. 몸과 마음이 함께 송두리째 무너질 것 같은 좌절감이 사내를 휘감는다. 이럴 때 독일 외무장관이란 번듯한 직업마저 무색해진다. 잘나가는 정치인이지만, 사내는 몸과 함께 비대해진 자신의 삶을 총체적인 위기로 인식한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파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완전히 변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요시카 피셔는 운동화끈을 질끈 죄어 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안락한 생활, 포도주를 탐닉하던 즐거운 시간을 잊고 그저 달렸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는 한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의 말을 되뇌이며, 그렇게 달렸다. 1년 9개월후 그가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함부르크에서 뛰고 있을 때, 그의 몸무게는 75㎏이었다. 훌륭한 다이어트임이 분명하지만, 어디 그게 다이어트일 뿐인가?
“달리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게 역자의 독후감이다. 피셔에게 달리기는 명백히 살을 빼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나중엔 달리기 자체가 목적이 됐다. 정신과 육체의 합일, 내적인 평온. 피셔는 “그같은 매일의 체험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게 됐다. 달리기를 통해 그는 내적인 개조작업을 완수했으며, 새로운 생활패턴을 발견했다고 한다. “달리는 동안 ‘부처’를 체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란 고백까지 할 정도가 됐다.
이른 아침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정치인으로서의 일정. 밤 10시는 돼야 끝나는 일과이지만, 그는 요즘에도 자정 무렵이면 거리로 뛰쳐나가 1시간 가량 달린다고 한다. 그에게 달리기는 무엇일까.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계속 이어지는 단조로운 발걸음 속에서 자신의 육체에 대해 느끼고, 자연과 교감하고, 고통의 단계 이후에 머릿속이 깨끗하게 빈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한다.” 피셔에게 달리기는 ‘정신과 육체를 순수하게 가다듬는 일종의 자아여행’이며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개혁’이다.
푸줏간집 아들로 태어나 가출과 노숙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피셔. 인생 초반,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택시운전사였던 그가 독일 외무장관이 될 때까지 파격과 변신은 눈부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일생에 있어 가장 큰 파격과 변신은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달리기로 봐야할 것 같다. 꼭 살이 빠져서라고, 또 꼭 성공으로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피셔는 세번째 부인과의 이혼 충격을 22살 연하 신부와의 네번째 결혼으로 날렸다고 한다.
- 이지형 기자 ( 2000-09-30 )
중앙일보 : 책을 읽는 데에는 다분히 공리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그것이 쾌락이든 교훈이든 상관없이 뭔가를 기대하고 읽는다.읽기 쉽고 재미있으면서 얻는 것도 많을 때 그 책의 공리적 수준은 한층 높아지는데, 그런 측면이라면 이 책은 어렵지않게 합격선을 유지한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인 건강 혹은 다이어트에 대한 유념할 만한 가이드인 동시에 중년의 나이에 자기 혁신을 통해 전혀 다른 삶의 길을 살게된, 본받을 만한 한 인간의 의지의 내력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읽어도 그 가치가 살아난다.
저자 요쉬카 피셔는 현 독일 슈뢰더 내각의 부수상이자 외무장관. 푸줏간 집 아들로 태어나 변변한 학력도 없이 '거리의 혁명가'에서 인기높은 직업 정치인으로 성장한 입지전적 인물이다.그러나 남들이 쓴 몇 개의 잡문(雜文)에 피셔의 그런 역정이 드러나 있을 뿐, 전체적으로 성장사에 치중한 자서전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초점은 '달리기'다.
그것도 42.195㎞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라톤. 물론 피셔가 그것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물경 1백12㎏, 허리에 두툼한 '철갑 삽겹살'을 두른 초비만 때문에 이혼을 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40대 말의 그가 마라톤을 통해 '자기개조'를 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책은 그 과정에 대한 면밀한 기록으로 다이어트 교본 구실을 한다. 다이어트 용품의 과대 광고에서나 있을 법한 37㎏ 감량 성공 사례를 놓고 어느 비만증 환자인들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하나 문제는 의지다. 그 초인적 의지에 감탄할 수 있다면 몇 ㎏의 감량 운운은 오히려 사소한 일처럼 보인다.
그는 말한다. "매일 달리기는 단지 살빼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피셔는 달리기를 통해 이같은 내적 평온을 얻었고, 이는 정치인으로서 정력적인 활동을 하는 힘이었다.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하는 데, 피셔에게 마라톤은 그야말로 인생 그 자체로 보인다. 달리기를 통해 명상에 가까운 집중을 얻을 수 있다는 대목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나는 달린다'는 다분히 실용적 보고서이기 때문에 문학작품 같은데서 맡아지는 향기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흔한 성공담과는 구별되는 것도 분명하다. 번역자 역시 '달리기 중독자'. 마라톤 완주기록을 보유한 그는 지난해 뉴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피셔 장관과 함께 뛰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번역이 깨끗하다. - 정재왈 기자 ( 2000-09-29 )
한겨레신문 : 요슈카 피셔(52)는 독일 정부의 현직 부총리이자 외무장관이다. 녹색당 출신으로 요직에 올라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은 그는 정치적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됐다. 1996년까지만 해도 몸무게 112㎏의 `배불뚝이'였던 그가 1년 만에 75㎏의 날씬한 체격으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이 언론의 흥미를 끌어당긴 것이다. “피셔씨, 당신의 다이어트 비결은 뭡니까?” <나는 달린다>는 숱하게 받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솔직한 대답을 하면서, 몸의 변화가 불러일으킨 삶의 변화를 담담히 적어간 책이다.
피셔의 이력은 보통의 정치인과는 조금 다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삶의 밑바닥을 방랑했던 그는 68혁명을 겪으며 좌익 혁명가로 변모해 빈민운동, 노동운동을 하다 83년 35살의 젊은 나이에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85년에는 녹색당원으로는 최초로 헤센주 환경장관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즐겨 이때까지만 해도 181㎝에 75㎏의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했던 그는 정치적 성공에 뒤따르는 과중한 업무압박으로 몸이 불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 해결한 셈인데, 96년 드디어 일이 터졌다. 아내가 결별을 선언하고 떠나 버린 것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그는 한동안 의기소침 상태에 빠져 있다가 “이전처럼 계속 그렇게 살면 결국 파멸할 것”이라는 위기감 앞에서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내뱉었다. “옛날의 몸매로 되돌아가자.” 그는 먼저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비곗살을 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기로 한 것인데,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였다. “나는 달리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새벽의 여명 속으로 뛰어나가면서 나의 새로운 인생은 시작됐다.”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어떤 체중 감량 치료도 받지 않았고, 어떤 약물도 복용하지 않았으며, 특별한 식이요법도 하지 않았고, 물리치료나 날씬해지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데 돈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달렸을 뿐이라는 얘긴데, 굳이 비결이 있다면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는 결심을 밀어붙인 불굴의 의지와 끈기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500m도 달리기 힘들었던 그는 점차 5㎞, 10㎞, 20㎞를 달리게 됐고, 마침내 98년 4월 50회 생일을 막 지낸 뒤 열린 함부르크마라톤대회에서 42.195㎞를 3시간 41분 만에 주파했다. 개인적 위기를 겪은 지 1년 9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그는 몸무게를 청년 시절로 돌렸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달리기가 휴식이 되었고 명상이 됐으며, 그로 인해 하루하루의 삶이 활기차졌다는 사실이다. “약 1시간 정도 10㎞를 뛰고 나서 땀에 젖어 집에 돌아오면 나는 새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과 피곤이 완전히 사라진다. 골치아픈 이런저런 정치적인 문제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달리는 중에 때때로 머리 속에 놀라운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쉬지 않고 달리겠다고 한다. “이제 달리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됐다. 육체와 운동, 노력과 마음의 평정, 나는 이런 매일의 체험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 - 고명섭 기자 ( 2000-10-02 )
한국일보 :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시드니 올림픽을 보면서 자신의 게으른 생활을 되돌아 보게 된다. 특히 건각으로 트랙을 질주하는 육상선수들의 힘찬 모습을 볼 때면 순위에 관계없이 감탄과 일종의 경이마저 느끼곤 한다. 그들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몸과 정신을 단련시킬 때, 우리는 새벽잠의 달콤함에 취해 있지는 않았는지.
<나는 달린다>는 현직 독일 외무장관이자 슈뢰더 내각의 부수상인 요쉬카 피셔(52)의 '달리기 예찬론'이다. 여기서 저자가 독일 최고의 인기장관이라는 것과, 예찬의 대상이 살빼기를 위한 달리기라는 것은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그가 112㎏이라는 몸무게를 1년여만에 75㎏으로 줄였다는 사실도 한갓 호기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가 달리기를 통해 잃어버렸던 인생의 소중한 의미를 되찾고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더욱 소중하다. 요쉬카 피셔는 1996년 여름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세번째 부인과의 이혼 직후 거울 앞에 선 그는 48세의 나이에 배가 동그랗게 나온 몸무게 112㎏의 뚱보에 불과했다.
당시 독일 녹색당 연방의회 원내의장이었던 그는 오로지 먹을 것과 잠자는 것만을 탐하며 살아온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되돌아봤다. 피곤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먹고 마시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는 수많은 자기변명들...
그는 이와 동시에 택시기사에서 직업혁명가로, 다시 녹색당원으로, 그러면서 아마추어 축구선수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의 날씬하고 건강한 삶이 그리워졌다. 그는 결심했다.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결국 파멸하리라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젊은 시절의 이상적인 체형으로 되돌아가려는 험난한 여정은 시작됐다.
이후 책이 자세히 적고 있는 달리기 훈련과정과, 이와 병행한 식생활 습관의 변화는 사뭇 감동적이다. 처음에는 얼마간 달리지도 못하고 주저앉아야 했던 그가 나중에는 단조로운 발걸음 속에서 무념무상의 경지에까지 오르는 과정은 스님들의 선(禪)수행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결국 1998년 4월 19일 함부르크 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3시간 56분 13초의 기록으로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그 때 몸무게는 젊은 시절의 75㎏으로 변해 있었다.
저자는 '자기 개혁'을 위한 달리기를 시작했을 무렵의 착잡한 심정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지난 세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정치적 성공을 위해 바쳐왔다. 너무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아와 육체에 대해 소홀했다. 달리기는 이런 생활의 우선순위를 바로 자신을 위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1년여만에 예전의 자신을 되찾았을 때의 기쁨도 적었다. 독일의 거의 모든 신문이 그의 체중감량의 구체적 수치를 감동적으로 보도한 뒤였다.
"갑자기 매일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생겨났다. 항상 해야 할 일과 나의 업무 효율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일들이 내 생활리듬 속에 너무나 잘 통합됐다. 나는 달리면서 진정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인 강변에서 만난 어떤 마라토너는 내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의 부처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라고."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