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통일
by 처사21독일의 통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독일의 통일(1990)
1990년 10월 3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옆에 위치한 제국 의회 의사당 광장에는 수십 만의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 인파 앞에는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 빌리 브란트 전 총리, 동독의 바이츠제커 대통령, 데메지에르 총리, 인민 의회 의장 자비네 베르그만 폴 여사 등 동․서독 지도자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 독일 국기인 삼색기가 천천히 게양되었고 군중들은 일제히 독일 국가를 합창했다. 이어 군중의 함성이 터지며 폭음과 함께 불꽃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동․서로 분할되었던 독일이 45년만에 통일되는 순간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독일․영국․프랑스․소련 등 4개국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고, 수도 베를린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분할 점령되었다. 이렇게 지난 45년간은 동․서 분열로 인해 같은 민족이 대립과 적대 행위로 지내왔으며 서독에서 베를린에 가자면 소련 점령 지역을 통과해야만 했고, 철도의 고속도로는 소련이 관리하고 있었다.
독일 문제에 관해서는 1947년 모스크바 외상 회의에서 의제로 다루어진 바 있었다. 그 때 통일 독일에서 배상금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소련이 통일을 주장했으나, 다시금 강대한 독일이 탄생하는 것을 두려워 한 프랑스가 통일에 강력하게 반대하여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방측 점령 지역에서는 그 점령지를 마셜 플랜의 수혜 지역으로 정하는 등 차차 분리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소련은 불신감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48년 6월 28일, 소련은 베를린과 통하는 고속도로와 철도의 수리를 위해 서독에서 서베를린으로의 통행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서방측에 통고해 왔다. 이른바 베를린 봉쇄가 행해지게 된 것이다. 생활 필수품의 대부분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베를린으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베를린 봉쇄에 대항하기 위해 서베를린 시민은 숲을 개간하여 비행장을 만들고, 서방측으로부터 대 공수 작전이 가능하게 했다. 결국 1년 후에 봉쇄는 해제되었으나, 그 사이에 베를린으로 물자를 나른 대형 수송기는 약 30만 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이나 소련 모두 직접적인 충돌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고속도로를 호송차로 강제 돌파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소련도 점령 지역 상공을 날아가는 수송기를 저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1949년 5월, 서독에 독일 연방 공화국(선거 결과 대통령에 호이스, 수상에 아데나워)이 수립되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동독에도 독일 민주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로써 동․서 독일의 분열은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동․서 독일의 성립 이후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피난민이 격증하여, 1949년에서 61년까지 10여 년 동안에 무려 300만 명 이상의 탈주자가 발생했다. 그 이유는 사회주의에 대한 염증과 동․서독 사이의 생활의 격차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와 같은 현상은 동독의 경제 발전에 큰 방해가 되는 동시에 동독의 체면에 관한 문제이기도 했다. 이의 방지를 위해 동독 측은 1952년 서독과의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그 때문이 직접적인 이동은 불가능해졌지만, 베를린은 4개국의 공동 관리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이동이 자유로웠다.
1961년, 미국에서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했는데, 그는 아이젠하워에 비해 반공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에 흐루시쵸프는 빈 회담을 제안하며, 거기서 베를린 사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 후인 1961년 8월 베를린 장벽이 구축되었다.
분단 이후 동독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이 답보 상태에 있었으나, 서독은 착실하게 부흥을 이루어갔다. 서독 건국 후의 선거에서 베를린 문제가 악재로 불거져나와 공산당은 약체가 되었고 기독교 민주 동맹과 기독교 사회 동맹의 자매당이 승리했다. 그 결과 기독 민주 동맹의 아데나워가 초대 수상에 취임했다. 서독은 이후 이른바 '라인 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1954년 파리 협정에 의해 1955년에는 주권을 회복하고, 그 결과 재군비를 하게 되었다. 또 NATO에도 가맹했다. 아데나워는 서방과의 협력에 의해 경제적 및 군사적 압력을 강화한다는 힘의 정책을 추진했고, 이와 병행하여 프랑스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유럽 통합을 추진해갔다.
아데나워의 뒤를 이어 1963년에 에르하르트가 수상에 취임했으나, 60년대 후반부터 경제 위기가 심화되었고 그 때문에 사회 민주당의 세력이 강해졌다. 그 결과 1969년에 브란트를 수상으로 하는 사회 민주당 정권이 성립하게 되었다. 서방과의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동독을 흡수하려 하는 아데나워의 힘의 정치에 반해, 브란트는 동구권의 강대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동방 외교를 추진했다. 즉, 소련 및 동구 여러 나라들과의 화해 외교를 편 것이다. 1970년, 서독은 소련과 무력 불사용 협정을 체결하고, 폴란드와의 조약에 의해 오데르 강과 나이세 강 국경선을 확정했으며, 1972년 양 독일 협정에 의해 동․서독이 상호 국가 승인을 했고, 이듬해엔 각기 유엔에 가입했다. 이와 같은 정책은 동․서독의 긴장 완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에 더하여 소련의 고르바쵸프에 의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동구권 국가에 혁명을 가져다 주었다. 1989년 10월 9일, 라이프찌히에서 '자유, 민주'를 외치는 10만 군중의 시위로 시작된 동독의 개혁은 마침내 그 해 11월에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데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꼭 1년만에 서독으로의 흡수․통합에 의한 독일 통일로 종결되었다. 1990년 10월 2일 저녁 9시, 동독의 샤우슈필 하우스에서는 동독 정부 해체식이 거행되었고 그 다음날인 10월 3일 0시를 기해 동독 곧, 독일 민주 공화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서독이 흡수 통일을 이루어 독일 연방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 독일은 통일되었으나 지난 45년 동안에 이르는 분단은 동족간의 많은 이질감 때문에 지금까지 심각한 통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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