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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것을 더 가진 아이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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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두 장씩 나눠 주고 풀게 하였습니다. 

한참 후, 한 녀석이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저 시험지 한 장 안 받았는데요.” 

다가가서 보니 녀석은 시험지를 두 장 갖고 있었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두 장 다 받았구만.” 

그러자 녀석이 짝궁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는 석 장인데요.” 

 

© glodimiessi, 출처 Unsplash



아닌 게 아니라 그 짝궁은 시험지를 석 장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앞에 있는 녀석이 말했습니다. 
“아마 두 장은 똑같은 것일 거예요.” 

그러자 짝궁이 쑥스러운 듯 웃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웃음이 났습니다. 짝궁은 똑같은 시험지를 왜 두 장이나 가지고 있었을까...... 
텅 빈 것을 더 가진 아이. 그 텅 빈 것에 마음을 빼앗겨 박탈감을 느낀 아이. 

마치 우리네 삶의 텅 빈 소유와,

타인의 그 텅 빈 소유에도 부러움을 느끼는 우리네 초동급부들의 상실감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우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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