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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수고'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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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수고』

 

 

마르크스는 산업 사회에서 인간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창조한 사물과 자연 및 다른 인간에 의해 자신의 삶을 지배당하는 상태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철학자이자 실천가였다.

 

소외란 '모든 사람이 비인간적인 힘의 횡포 아래 지배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사회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한 연구를 그의 가장 기본으로 삼았던 마르크스의 철학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아래, 잘못 알려지고 왜곡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평화와 평등과 자유를 갈구하는 모든 이에게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칼 마르크스

 

마르크스는 1818년 프러시아의 라인주에 있는 트리에르에서 팔 남매 중 셋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르크스의 아버지는 유망한 법률가였고 계몽 시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개방적인 사람이었으며 후에 기독교로 개종했다. 낭만주의자였던 마르크스는 본 대학에 입학했었고, 그 후에 예나 대학에서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학설을 비교하는 논문을 써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천재성은 일찍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인 신문> 창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모제 헤스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 아마도 현존하는 철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진정한 철학자, 오래지 않아 전독일의 시선을 집중시킬 철학자인 마르크스 박사는 중세의 종교와 철학에 그 최후를 선언할 것이다. 루소, 볼테르, 돌바하, 레싱, 하이네, 및 헤겔이 단순히 나란히 서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융화된 것을 상상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그 인물에게서 마르크스 박사를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1830년과 1848년에 각각 혁명을 경험한 유럽에는 신흥 자본가계급과 구귀족 세력들을 옹호하고 민중들을 억압하는 반동적인 정부가 들어서 있었다. 이러한 때에 인간의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을 얻기 위해 이론적, 실천적으로 투쟁했던 마르크스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프랑스 벨기에 영국 등 유럽 각국을 떠돌아다녀야 했고,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마르크스는 1883년 사망할 때까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한몸에 감싸안은 채 방대한 분량의 사회 과학과 철학, 경제학 및 정치적 저술을 펴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토록 간직했던 소망인 '보편적인 인간의 해방'을 기원하면서 그러한 고통을 기꺼이 감수했다. 사랑의 기술의 작가인 에리히 프롬은 대부분의 학자나 일반인이 마르크스를 오해하고 있는 이유는 이데올로기 조작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마르크스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후일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을 조금만이라도 직접 대해본다면 마르크스야말로 오늘날 미국에서 적대시하며 비난하는 인물도 아니고, 구소련에서 자기네 것으로 우상화시켜 놓은 사상가도 아닌 오히려 서구적 전통에 뿌리박은 휴머니즘의 완성자요, 인간 해방의 철학자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프롬이 거론한 초기 저작이 바로 경제학 철학 수고이다.

 

 

시대적 배경

 

이 책은 마르크스가 1843년 파리에 도착한 후 영국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와 리카르도의 저작과 함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자료들을 읽고 노동자 집회에 참석하면서 갖게 된 사상을 서술한 것이다. 경제학 철학 수고(手稿Manuscripts)또는 1844년 파리 유고(遺稿)로 알려진 이 책은 당대의 소외된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휴머니즘적 공산주의에 대한 묘사 및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살아있을 때는 출판되지 않았다. 출판을 위한 초고(草稿)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수고' 또는 '유고'로 불린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는 노동 소외에 관해서, 2부는 공산주의에 대해서, 3부는 헤겔의 변증법을 비판한 것이다. 이 난에서는 마르크스 사상의 총 집합체인 소외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마르크스의 일생의 과제는 바로 이 소외로부터의 해방을 성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생각한 소외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그의 전사상을 꿰뚫어보는 지름길이 된다.

 

 

경제학 철학 수고의 주요 내용

 

마르크스는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이 말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경우의 노동은 인간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표현이다. 마르크스는 진정한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실현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자각적 존재가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은 단순히 생산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목적 그 자체여야만 한다. 이러한 가치 있는 노동이야말로 인간 에너지의 의미 있는 표현이며 기쁨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킨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소외는 네 가지 양식으로 크게 구별된다. 첫째 노동 과정으로부터의 소외, 둘째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셋째 동료들로부터의 소외, 넷째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소외다. 먼저 자본주의에서의 인간은 그의 노동 과정에서 분리되어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모두 생산 시설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임금 노동자가 된다. 따라서 노동자는 과거와 달리 생산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에 아무런 역할도 담당하지 못한다. 그러한 일은 경영자나 자본가의 일이 돼버렸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하루종일 단지 부품들을 조립하는 노동자들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주어진 수만큼 부품을 조립할 뿐 전체 생산 공정에 참여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자는 휴식을 가질 때만 편안함을 누리고 일할 때는 불편함을 느낀다.

 

다음으로 이러한 과정은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과의 단절을 가져온다. 그는 자신이 생산한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지불 받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도 자신이 기여한 노동량만큼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수요량만큼만 지불 받게 된다. 오늘날 실질임금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

 

또 인간은 그의 동료들과도 분리되어 있다. 본래 인간은 유적(類的) 존재다. 즉 사회적으로 협동하며 공동체적인 연대감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면서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경쟁과 적대감 때문에 인간적 교류를 동반하는 협동 작업이 불가능하게 된다. 직장내 동료들 간의 경쟁을 보자. 그들은 승진이나(특히 오늘날과 같은 IMF시대에) 자리 보존을 위해서 내면적으로 항상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그는 그 자신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며 그의 인격은 삶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되지 못하고 체념 속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추상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즉 개인은 자신이 꿈꾸는 인간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감옥의 벽을 벗어나서 존재하는 인간의 행위영역이란 없으며, 이로부터의 도피는 주변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소외의 원인인 사유재산을 실질적으로 철폐하고, 그에 따라 인간의 자기소외도 실질적으로 폐기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 본질의 회복이 실현되어 "풍부하고 전면적이며 심오한 인간"을 생산해내는 사회 체제가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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