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인식의 변화
by 처사21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인식의 변화
최근 '유엔 여성 10년'의 검토와 평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 참여 및 인권 존중에 대한 의식과 활동이 분명히 확대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는데도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그 발전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의 지위도 자연히 향상되리라는 신념이 널리 유포되었지만 실제의 현실은 그와 같은 신념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낙관적이었으며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아울러 일깨워 주고 있다. 이는 여성의 의식 수준과 사회 제도 및 관습 사이에 일종의 지체(遲滯, lag)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지체가 여성 개개인에게는 갈등과 좌절감을 심어 주고 사회 전체로는 발전의 장애 현상이 구조화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고 여성의 자아 실현이 가능하며 남성에 대한 평등함이 보장되는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 현대 사회와 미래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전개된 경제 개발 정책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 특히 경제 활동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 여기에는 대체로 세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정부의 수출 위주의 경제 정책에 따라 저임금의 여성 인력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대량 생산 및 대량 소비의 산업화를 통해 서비스직 및 사무직에 대한 여성 노동력의 수요가 증대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여성에게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짐으로써 여성 의식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고등 교육을 통해 여성은 과거 여성보다 훨씬 남성에 대해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평등한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여성의 자아 실현에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되었던 많은 요소들이 극복되었으며 여성 노동력에 대한 사회의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족 구조의 변화도 여성의 사회 참여에 이바지하였다. 산업화에 따라 전통 가족 제도가 붕괴되면서 가족의 규모가 작아졌다. 산업화에 따라 전통 가족 제도가 붕괴되면서 가족의 규모가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교육, 양육, 의식주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가족이 담당해야 할 많은 부분을 사회가 해결해 주었다. 각종 기계들도 여성을 집안 일에서 해방시켜 주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 긍정적인 측면만을 지닌 것은 아니다. 아직 여성의 사회 활동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에 있으며 경제 활동에 참여한 여성들도 뿌리 깊은 성차별로 인해 임금과 직무의 내용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여성의 의식 역시 가부장적인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어서, 대개의 여성들이 품었던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평등한 인격체로서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좌절되어, 보다 의존적이고 타율적이며 열등한 자아 의식을 지니게 된다. 또한 가족 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전통적인 성 역할관은 여성이 사회에 참여할 때 집안일과 사회 활동을 동시에 할 것을 강요하여 여성 개인으로 하여금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며, 남성들에게 여성들은 사회 활동에 부적합하다는 고정 관념을 심어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여성의 주체적인 노력과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의 변화,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제도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노력과 사회 전반의 변화가 실천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있어야 한다. 어떤 당위적인 주장도 그것이 현실적인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때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현대 사회와 미래 사회의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말은 대단히 실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여성 해방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여성 문제가 남성의 억압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 생각함으로써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분리된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여성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이 소외되고 불평등하게 대접받을수록 남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증대됨으로써 남성 역시 진정한 인간 해방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여성을 억압하고 제약하는 사회의 제도와 관습의 피해자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문제를 인류 전체의 보편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태도는 여성 문제가 지니고 있는 특수한 성격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취급해 문제 해결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으므로, 우리는 여성 문제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단적으로 말하면 오늘날의 여성 문제는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에서도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여성 문제는 공시적으로 볼 때 산업 사회의 모순으로 빚어지는 인간 소외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동시에 남성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의 결과이다. 또한 통시적으로 볼 때 그것은 역사적 필요에 따라 오랜 시일을 통해 형성된 사회 제도와 관습의 결과이다. 따라서 여성 문제는 하루아침에 손쉽게 해결될 수 없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서서히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이중적인 구조로 파악할 때 여성 문제의 본질이 더욱 명확해지며, 그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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