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사회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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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회와 인간
 
 
  
산업 사회는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서 인간에게 큰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 희망도 매우 현실적이지만 그 위협도 매우 절실하다. 그러므로 모든 국가와 사회가 산업화를 위해서 앞을 다투지 않을 수 없지만 인간의 운명을 위해서 그 위협에 대처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의 기술 문명의 시대에 있어서는 산업화를 포기하면 노예화를 자초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 반면에 산업 사회에서의 인간 조종이 더욱 발전하면 인간은 자율적인 인격을 상실하고 로봇처럼 되어 갈 것이며, 이로 인해서 산업 사회의 그 무한한 잠재력이 파괴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의 자율적인 인격과 이성에 의해서 규제되지 못하면 과학과 기술의 능력은 우리의 희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 윤리적인 자각을 위해서 산업 사회의 본질적인 특징을 이러한 측면에서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산업 사회에 있어서는 인간의 삶과 인간의 삶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이 이른바 합리화되고 기계화되면서 문화적인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다. 모든 개별적인 기업들이 산업 사회에서의 경쟁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더욱 생산적이고 더욱 기계적인 집단적 기업들로 뭉쳐져 가고 있다.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합리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기계화하고, 기계화하기 위해서는 집단화하는 것이 산업 사회의 특징이며, 이것이 인간의 삶과 그의 존재를 거의 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효율화와 합리화와 기계화와 집단화는 경제적인 생산력을 놀랄 만치 증대시키면서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또한 인간의 삶의 개성적인 자유와 문화적인 가치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는 정치와 경제와 교육이 하나의 강력한 체제를 이룩해서 그의 효율화와 합리화와 기계화와 집단화를 추진한다. 그래서 이러한 사업 사회는 다만 기술적인 지능만을 가진 인간을 창조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고 행동의 의미를 반성하고 하는 이성은 거의 마비되어 간다.

 

  원래 기술적인 지능이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도구화된 지성으로서의 기술적인 지능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도 쉽게 이용될 수 있다. 산업 사회의 이러한 수단 우위성은 인간의 도덕 의식을 배제해 가고 있다. 산업 사회에 있어서 전통적인 논리이념과 도덕의식이 거의 완전히 몰락하게 된 것도 도구화된 지성이 가져온 하나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 차제가 목적이기 때문에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될 수는 없다"고 한 칸트의 경고는 오늘날의 산업 사회에 적중하는 것이다.

   발전된 산업 사회는 인간을 단순한 수단으로 지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러 사회 과학들과 심층심리학이 이를 위해서 동원되고 있다. 목적이나 이념의 문제를 배제하고 가치 판단으로부터의 중립을 표방하는 사회 과학들은 쉽게 인간 조종을 위한 기술적 합리적인 수단을 개발해서 대중 지배에 이바지한다. 마르쿠제는 발전된 산업 사회에 있어서의 이러한 도구화된 지성을 비판하면서 이것을 현대인의 '일차적인 사유'라고 불렀다. 비판과 초월을 모르는 도구화된 사유라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 사회에서의 합리화라는 것은 기술적인 수단의 합리화를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발전된 산업 사회는 이와 같이 사회 과학과 도구화된 지성을 동원해서 인간을 조종하고 대중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향상된 생산력을 통해서 인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거의 완전하게 지배한다. 곧, 발전된 산업 사회는 그의 높은 생산력을 통해서 늘 새로운 수요들을 창조하고 이러한 새로운 수요들을 광고와 매스컴과 모든 선전 수단을 동원해서 인간의 삶을 위한 불가결의 것으로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도 생활 조건을 변화시켜서 그러한 수요들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인간들로 하여금 그것들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렇게 사업 사회는 늘 새로운 수요의 창조와 그 공급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거의 완전히 지배하고 그의 인격을 사로잡아 버릴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텔레비전에 열중하고 패션 쇼에 마음을 빼앗기고 늘 새로운 상품들을 소비하는 그러한 인간을 조종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

   산업 사회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반면에, 인간의 인격과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에는 우리에게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자체의 이론적 자각이 필요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려면 산업 사회의 특징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생산력의 증대를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는 합리화, 기계화 그리고 집단화를 추구해 왔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 것은 사실이나 적지 않은 부작용도 낳았다. 이러한 산업 사회 특징들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기술적인 지능만을 갖춘 인간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산업 사회는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게 되었고 사회의 전통적인 윤리이념과 도덕의식을 파괴하게 되었다. 결국 기술적 지능의 도구화가 인간의 개성적인 자유와 문화적 가치를 몰락시키게 된 것이다.

   이런 도구화된 지성은 인간을 수단으로 조종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 과학과 심층심리학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대중 지배를 위한 기술적, 합리적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인간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완전하게 지배하기 위해 산업 사회의 생산력이 동원된다. 즉, 높은 생산력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조하고 그것을 공급함으로 해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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