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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 정의의 관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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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 정의의 관계

 

 

법의 정의

 

법이란 어느 사회의 정당한 정치 권력이 그 사회의 공동선을 위하여 자연 질서에 근거를 두고 그 사회의 도덕, 관습, 필요성 등 합리적 가치 요소들을 반영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제정하거나 확인, 적용하는 강제적 생활 규범으로서, 여러 주체들 간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정의 실현 내지는 질서 유지를 내용으로 한다.

 

법은 첫째, 그 사회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인간의 활동은 직간접적으로 어떤 목적에 연결된다. 그러므로 그 목적을 완전히 제쳐놓고 어느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법도 마찬가지로 목적이 있어야 하며 이 법의 목적은 어느 특정 구성원이나 권력자의 이익이 아니라 그 구성원 모두를 고려한 공동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법의 근거를 생각하여야 한다. 법규정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의사를 제한하게 되는데, 이러한 강제 규범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설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근거가 법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주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의사 밖에서 구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정확한 의미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역시 자연과 사회의 객관적 관찰을 통해 검토할 수밖에 없다. 사회를 포함하여 이 우주가 상당한 질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일이다. 여기서 질서란 법규범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 및 자연의 법칙을 포함한 상위 개념이다. 사회 질서가 우주 질서의 일부분이라면 사회 질서인 법규범도 궁극적으로 이 자연 질서에 근거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법은 인간 이성에 기초를 둔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 합리성은 그 사회의 모든 합리적 가치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사회의 도덕, 관습, 필요성 등 모든 가치 요소들을 기준으로 검토할 때 합리적이어야 한다.

 

넷째, 법의 구체적 기능이나 적용영역은 여러 주체들 간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정의 실현 또는 질서 유지를 하는 것이다. 법과 도덕과는 달라서 모든 면에서 '올바른 것'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체들과의 관계에서 각자의 행위 한계를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다. 도덕 규범은 사람이 혼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도덕에는 내면적 의도가 중심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규범은 다른 주체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섯째, 법은 강제적이다. 여기서 '강제'라는 것은 객관적인 강제이다. 법을 위반하면 객관적인 제재를 받도록 구체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여섯째, 법은 형식적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당한 정치 권력이 정당한 방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이것은 학문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나 현실적으로 오히려 형식적 요건을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

 

 

 

법과 사회 정의

 

원시 공동 사회에서 부족 국가 사회를 거쳐 오늘날의 국가 사회에 이르기까지 법은 윤리나 규범의 테두리를 벗어나 강제성을 띈 규칙으로 우리의 생활 전부가 되었다. 법률, 법령, 조례 등의 사회적 규칙이 바로 그것들이다. 즉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법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창과 방패의 모순적 측면이 또한 없을 수 없지만, 현대의 복잡 다단한 산업 사회로의 이행 과정상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나름대로 구성원의 생명과 안녕, 공공의 질서 유지에 최선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며 절대적인 것이다.

 

그러나 법이 필요하다고 하여서 절대적일 수 없으며 절대적인 것이라 하여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측면에서 법의 절대성이 옹호될 수 있겠으나 그런 법은 필요성을 잃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법 이전의 윤리성이나 도덕적 규범에 어긋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역사상 수없이 잇따른 법률의 개폐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지 아니한가. 6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군사 정부가 낳은 많은 졸속적 악법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 중에도 노동 관계 법령 등이 더욱 그러하다. 경제 제일주의를 내세워 나이 어린 근로자들을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턱없이 싼 임금에 상상하기에도 몸서리치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혹사시켰다. 청계천 피복 노조 사건, YH 사건 등은 법으로 인한 희생자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법들이 일부 폐지되거나 수정 보완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법들이 지배 세력의 통치를 정당화시키는 쪽으로 기능해왔던 것은 분명히 비판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이런 셰에서 법과 사회 정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요성과 절대성은 경우에 따라 상치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은 자신이 악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법을 지켜야 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소크라테스의 예를 들어보자. 법 그 자체는 나쁘지만 법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버린 소크라테스의 용기는 우리 모두가 존경한다. 그는 정의를 위해 살았고 법을 존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스스럼없이 행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법은 나쁘지만 그 법을 지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조국과 개인과의 관계를 저버리지 아니하려 하였다.

 

'질서는 없고 자유만 있는 삶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만약 질서는 없고 자유만 보장된다면 사람들은 자기 자유만을 위해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는 강자가 군림하는 약육 강식의 세계가 된다. 따라서, 자유가 보장되는 한때는 좋지만 질서의 보장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약자가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한편, 질서가 있고 자유가 없는 삶은 굉장한 제약이 가해지지만 질서가 지켜지므로 전자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질서라는 것은 법을 포함한 여러 사회 규범이며, 특히 질서 유지에 중요한 것이 법이다.

 

법은 분명 개인에게 제약을 가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자신의 인권과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법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개인 개인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의 필요성, 절대성 이전에 윤리, 규범이 사회 정의로 먼저이어야 하고 먼저인 것임을 지각해야 할 것이다. 사회가 고도의 산업화로 치닫고 있고 그만큼 유기체적인 다양성이 추구되는 사회에서 인간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방법은 법이라는 것을 통해서 인간이 합리적으로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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