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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논리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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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논리

 

 

 

학문이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라고 했을 때, 이러한 행위는 무엇보다도 논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논리화되지 않은 체험에 의거하거나, 논리적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확신을 근거로 한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 예술도 진실을 탐구하는 행위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나, 논리를 필수적인 방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므로 학문이 아니다.

 

물론 논리를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는가는 의심스러울 수 있다. 논리에 대한 불신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무익한 것이다. 논리를 신뢰할 것인가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본권의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학문은 논리에 대한 신뢰를 자기 인생관으로 삼은 사람들이 독점해서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학문을 한다면서 논리를 불신하거나 논리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논리를 불신하면, 학문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학문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으며, 학문보다 더 좋은 활동이 얼마든지 있어서 학문을 낮추어 보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문을 하겠다면서 학문의 기본 요건인 논리를 무시하고 논리에 어긋난 방법을 쓰겠다고 하는 내부의 변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런 폭거에 맞서서 학문을 지켜야 한다.

 

 

교수이기는 해도 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학문을 와해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편하게 지내기 좋은 직업인 것 같아 교수가 되었는데, 교수는 누구나 논문을 써야 한다는 악법에 걸려 본의 아니게 학문을 하는 흉내는 내야 하니, 논리를 무시하고 논문을 쓰는 혼란을 방지하려면, 교수라는 직업이 아무 매력도 없게 하거나, 아니면 학문을 하지 않으려면 사람이 교수가 되는 길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앞의 방책을 택하면 나라가 망하고, 뒤의 방책을 택하면 학문 발전이 가속화된다.

 

학문은 새로운 진실을 밝히는 모험이므로,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논리를 떠난 모험은 학문이 아니다. 학문은 논리를 사용하는 모험이어야 하고, 논리의 모험이어야 한다. 논리를 준수하는 행위는 모험이 아니고 실패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논리는 타당해도 사실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사실에 맞는 논리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논리 가운데 다른 것을 가져다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논리 자체를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학문은 논리를 사용하는 모험에 그치지 않고, 논리의 모험이기도 하다. 논리의 모험은 논리 개발을 모험의 내용으로 삼는 행위이다.

 

학문은 논리를 이용하는 모험이지만, 논리가 사실과 다를 수도 있으므로 논리 자체를 새로 개발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기존의 논리를 불신하면서 새로운 논리를 개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학문의 혁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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