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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전제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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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전제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교육

 

97년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주당 2시간씩 영어가 정규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치열해질 21세기 국제 경쟁 속에서 우리 2세들이 승자(勝者)로 살아 남게 하려면 세계 공통 언어가 되다시피 한 영어를 조기 교육시켜야 하고 중, 고교의 영어 교육을 '듣고 말하기' 위주로 가르쳐야 하겠다는 정책 의지의 결과이다.

 

1) 조기 영어 교육의 필요성

 

우리의 영어 교육은 공식적으로 가르치는 시기가 중학교에 들어가는 12세 때 시작하면 완벽한 외국어를 할 수 없다는 외국 언어학자들의 학설을 봐도 너무 늦은 게 사실이다. 또 가르치는 교과서 내용이나 교육 방식과 영어 교사들의 실력 수준도 '말하고 듣기' 위주의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기성 세대는 더 말할 것 없고 다소 나아졌다는 젊은 세대들마저도 중, 고교 6년의 영어 교육을 받고도 말하고 듣기를 제대로 못해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조기 교육을 시작하고 교육 방식도 말하기와 듣기 위주의 회화 중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을 반기며 기대도 하게 되는 것이다.

 

2) 조기 영어 교육의 문제점

 

조기 영어 교육의 성패는 57천 명이나 소요된다는 영어 교사진을 어떻게 확보하고 교재와 교습 방법을 얼마만큼 잘 개발하는 가에 달려 있다. 지금의 교육 대학 졸업자로 영어 조기 교육을 맡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확한 영어 발음을 하지 못하는 교사에게 배우게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해외 동포 2세 등 원어민 강사를 초빙하는 등 영어 교사로서 자질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고른 수준의 영어 교사 대량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교육 대학과 사범 대학의 영어 교육학과 교육을 개혁, 질 높은 영어 교사를 대량 배출하는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조기 교육만 서둘러서도 안 된다.

 

3) 영어 조기 교육에 있어서의 고려할 점

 

첫째, 국어 교육을 강화해 조기 영어 교육이 2세들의 언어 교육을 훼손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초등학교 12학년에까지 영어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영어 조기 교육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그것이 이질(異質) 국민을 양산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동질성 유지를 저해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된다.

 

 

 

조기 영어 교육과 말의 자주성

 

극성스런 교육열과 국제화 열기에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유치원에서 교사를 초빙하여 하기도 하고, 그룹을 지어서 또는 비싼 학원에 보내어 원어민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말은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도구이다. 말은 의사 소통의 도구인 동시에 민족이나 공동체의 문화를 전승하고 발전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말을 건강하게 지키지 못한 민족이 번성한 적이 없고, 말을 형상화한 글을 갈고 닦지 못한 공동체가 높은 문화를 이룬 역사가 없다. 우리말은 조선조 초기에 한글이라는 표현 방법을 얻기 전까지는 중국의 한자 문화에 예속되어 있었다. 왕족과 사대부를 중심으로 한 지배 계급은 철저히 한문 교육을 몸에 익힌 '교양인'이어서 정신적으로 '중화 문화권'의 변방에서 맴돌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글인 한글이 나랏말로서 주인 구실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서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말이 '국어'가 되고 한글은 '조선어'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사용을 하면 안 되는 불행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8.15 뒤에도 한글은 한문을 숭상하는 관료들이나 지식인들에게 푸대접을 당하고, 갑자기 들이닥친 영어 바람에 밀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러다가 의무 교육 과정의 교과서들과 출판물, 그리고 일부 언론 매체가 한글 전용을 하면서 한글은 이름과 실질을 같이하는 나랏말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 어떤 부문보다 보수적이고 반역사적인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한글을 온전한 나랏말로 대접하기를 거부하고 있어서 '말의 자주화'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가 우리말을 좀먹고 있다. 영어가 으뜸가는 국제어이고, 영어를 모르면 국제 사회에서 학문적으로도, 정치, 경제적으로도 뒤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지나치다. 학교 교육에서 영어는 국어를 제치고 제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만 뜨면 영어 책을 마주하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영어 노래와 영화, 영어 비디오를 보고 듣는 청소년들 가운데는 그것을 모국어로 착각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한 나라의 국어는 주체성의 상징이다. 우리 나라 말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국어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섣부르게 영어를 교육시킨다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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