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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W.H. Gates III),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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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W.H. Gates III),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

 

21세기에 다다른 지금 미래 사회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코드(code)는 컴퓨터이다. 여기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우리의 과학 문명은 이미 컴퓨터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 지는 단계를 지나서 컴퓨터가 없으면 도저히 사회를 유지할 수도, 삶을 이어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이제 컴퓨터는 문명을 지탱시켜주는 '산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인 빌게이츠는 이 처럼 중요한 컴퓨터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MS-DOS, 윈도즈(Windows)를 내세워 컴퓨터 기분 운영체계를 둘러싼 전세계의 모든 시장을 석권하였다. 이제 컴퓨터 운영의 세계적인 기준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다. 이를 거부하고 다른 체제를 쓰려는 사람들은 평생 산소마스크를 쓰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만큼이나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게이츠의 '미래 예언서'인 이 책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그가 '앞으로 세상은 -일 것이다'라고 하는 말은 곧 '나는 미래 세상을 -하게 할 것이다' 쪽에 더 가깝다. 윈도즈 외의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판단과 행동은 곧 세계의 컴퓨터 시장의 미래를 그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므로 말이다.

 

이 책은 '정보 고속도로'가 가져올 미래를 그리고 있다. 1994년에 그가 꿈꾼 미래는 이미 많은 부분 현실이 되었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한 정보 고속도로는 아마도 지금 구현되고 있는 인터넷 세상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20년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가정까지 들어오는 네트워크망은 5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이미 구축되고 있다. 컴퓨터 칩의 용량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빌게이츠의 상상마저도 뛰어넘고 말았다. 그리고 과거의 자동차와 고속도로의 발전이 단순한 기술의 발전 만이 아닌 문명 전체의 변화를 의미했듯이,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컴퓨터 통신의 급격한 발달은 이제 새로운 종류의 문명을 창출해 내고 있다.

 

 

 

빌게이츠는 과학, 사회, 정치, 교육 전반에 걸쳐 '정보 고속도로'에 의해서 달라질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나온 지 6년이 되는 지금에서, 이 미래는 더 이상 우리에게 새롭지도 놀랍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소름끼치는 것은 그의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예측이다. 그가 변화를 예견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렇게 변화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정도로 말이다. 그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정보 고속도로로 가는 최초의 문턱을 넘어서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그 문턱을 스스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과거의 어떤 권력도 지니지 못한 문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종류의 권력- '기술권력'이다.

 

변화는 항상 사람을 설레게도 하지만 두렵게도 한다. 더욱이 너무 빠른 변화는 기대보다 두려움을 갖게 한다. 변화를 이끄는 소수 축에 들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가야 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들에 대한 빌게이츠의 '배려(?)'는 간단 명료하다. 두려움은 무지(無知)에서 생기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이므로 누구나 평생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은 물론 컴퓨터와 첨단 기술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수양한다는 전통 사회의 공부관은 이제 구닥다리가 되었다.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인간 정신을 꽃피우는 문명을 만든 인류는 끝없는 생존의 위협 속으로 학습과 학습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빌게이츠는 끝없는 낙관 속에서 미래를 전망한다. 그는 정보고속도로가 가져올 문제를 진단하고는 있지만 처방에 대한 고민에는 매우 인색하다. 그가 내세우는 장밋빛 미래를 회의에 찬 눈으로 보게되고, '우리 앞의 놓인 길(The Road Ahead)'이 왠지 불안하고 암울하게 여겨지는 것은 단지 빠른 발전을 쫓아가느라 숨이 가쁜 나만의 느낌일까? 비판없는 기술 발전은 퇴보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중동고 철학교사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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