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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 '선가귀감'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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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정 '선가귀감'
(96.11.1, 한국)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것으로 유명한 휴정(휴정.1520


~1604년)은 불교 선종과 교종의 오랜 대립을 선에 중심을 두되교의 효용성도 인정하는 선에서 상호 융합시켜 불가의 통일을 이루려던 승려로도 명성이 높다. 휴정은 자신의 유연한 선사상을 바탕으로 불전의 주요한 부분들을 새로이 해석, '선가귀감'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우선 "스스로를 낮게 보는 것은 교를 숭상하는 사람들의 병이고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보는 것은 선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병"이라고 해 선이나 교 가운데 한가지에 집착하는 것이 사상적인 결함을 동반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 이 책은 선과 교에 대해 명쾌한 과학적 구분을 해낸다.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선이요 말씀을 전하고자 하는 것은 교이다. 또 선은 부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의 말씀이다. 선은 무언에서 무언으로 이르는 것이고 교는 유언에서 유언으로 이르는 것이다. 마음은 곧 선이요 말은 곧 교이다"
  휴정은 이같은 개념화를 바탕으로 "교, 즉 법은 이름도 없고 형상마저도 없는 것이므로 말이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를 말로 표현한다면 이미 썩어버린 얘기가 될 것이다"라며 "그러나 마음으로 얻는 것들은 시정의 잡담이라도 훌륭한 설법"이라고 해 선이 교에 앞섬을 역설한다.


  그러나 그는 이 대목에서 선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강변하지 않는다. 휴정은 이 책에서 "교를 통해서도 결국 선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해 선가가 교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냈다.


  휴정은 자신의 논리를 여기까지 전개한 뒤 선가의 승려가 정진하는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 "활구에 들고 사구에는 들지 말라""공부할 때는 닭이 알을 품듯, 고양이가 쥐를 잡듯, 굶주릴 때 밥을 생각하듯, 목마를 때 물을 구하듯, 아이가 어미를 그리듯 투철해야 한다" "도에 통하기 원하는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으면서 스스로 낮추지도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음탕한 마음으로 참선하면 찐 모래에다 밥 짓는 것과 같아서 마도만 이루게 된다" 등 4가지 계율이 그것이다.
  휴정은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임제종 조계종 운문종 법안종 등 선가의 주요 종파들에 대해 설명해 불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선가귀감'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불가에서 높이 평가받아 이후 우리나라 불교는 휴정의 '교 통합적 선사상'으로 귀일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휴정의 불교사상은 선.교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틀림 없지만 지나친 문중의식 때문에 이후 우리 불교계에 파벌주의라는 좋지 않은 전통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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