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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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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96.10.25, 한국)

 

 

에우리피데스(BC 480~406)는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비극은 나머지 두사람의 비극시인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와는 무척 다르다. 아이스킬로스가 신의 의지가 인간세상에 관철됨을 노래하고 소포클레스가 영웅의 위대함을 칭송했다면 에우리피데스는 신과 영웅을 보통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신과 영웅에 대한 부정은 당시 세계관과 종교관에 대한 일대 반란이었다. 그의 대표작 '메데이아'는 바로 이같은 에우리피데스 특유의 탈규범적 태도가 회의적이면서도 사변적인 방식으로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에서 신은 사회 규범의 수호자가 아니다. 오히려 신은 오늘날 인간미라고 불리는 종류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신은 과감히 스스로 정해놓은 도덕의 테두리를 탈출한다. 또 이 작품에서 영웅은 전혀 영웅답지 못하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자를 이용한다. 어떤면에서 영웅은 거의 사기꾼에 가깝다.

 

이 극의 주인공 메데이아는 태양신의 아들이며 콜키스의 왕인 아이에테스의 딸이다. 그는 콜키스로부터 황금양털을 구하기 위해 군사를 데리고 콜키스로 온 이아손에게 한눈에 반했다. 메데이아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남동생까지 살해하면서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 뒤 그를 따라 사랑의 도피를 해 두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막상 이아손을 따라가 살다보니 그가 황금양털을 얻으려 했던 것은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서 였다.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버리고 공주와 약혼까지 했다. 분노한 메데이아는 복수의 계책을 세웠다. 그는 독약 바른 예복과 저주받은 황금관을 공주에게 선물했다. 공주는 독약에 취한 채 황금관이 내뿜는 불길에 휩싸여 그를 구하려고 달려들었던 부왕과 함께 죽었다. 이어 메데이아는 남편에 대한 복수로 두 아이를 죽이려 했다. 처음에는 모정 때문에 망설였지만 분노가 이성을 억눌러 칼로 자식들을 찔렀다.

 

이아손은 신들에게 극악무도하고 비도덕적인 메데이아를 죽여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태양신은 전차를 내려보내 오히려 메데이아를 아테네의 피난처로 옮겨다 주었다.

 

당시의 세계관으로 보면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이 작품을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에우리피데스가 생전에 세인들로부터 받은 주된 불평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극이 에우리피데스 사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것은 그리스의 허황된 세계관을 탈피했기 때문이다. 에우리피데스가 그리스에서 벗어난 그리스 문학가로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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