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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혈의 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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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직'혈의 누'

(96.10.18, 한국)

 

이인직(1862~1916)'혈의 누'는 고대소설과 현대소설을 연결하는 신소설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중심이념은 유교적 질서에 반대하고 신문명과 신교육을 추구하는 개화사조이다. 이같은 진보적 주제 때문에 이인직은 스스로 이 소설을 고대소설과 구분해 신소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혈의 누'로 대표되는 신소설은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유치한 인식 때문에 이념상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새로운 문물만 받아들이면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는 소박한 낙관주의는 외세를 끌어들이고 우리 민족을 그 아래 굴복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이인직이 외세, 특히 일본에 대한 환상에 빠져 이완용의 수족 노릇을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소설은 청일전쟁 와중에서 남편과 딸을 잃은 최씨부인이 평양성 모란봉을 정신없이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딸 옥련을 부르며 걷는 동안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는데, 때마침 정신 나간 외간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이때 일본 헌병이 나타나 그를 집으로 보낸다.

 

이에 앞서 최씨부인의 남편 김관일은 부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낙담한다. 그는 남의 나라 사람들이 우리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이 나라가 부강하지 못해서라고 판단하고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길로 외국 유학을 떠난다. 최씨 부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텅 비어 있다. 며칠을 기다려도 남편과 딸이 돌아오지 않자 최씨부인은 대동강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최씨 부인은 뱃사공에게 구출돼 며칠 뒤 집에 들른 친정아버지와 만난다.

 

옥련은 전쟁 중 부모를 잃고 헤매다가 폭탄 파편을 맞고 상처를 입지만 일본인 군의관에게 구출된다. 군의관은 옥련을 일본의 아내에게 보내 잘 가르치도록 한다. 그러나 군의관이 죽자 그의 아내는 옥련을 구박한다. 옥련은 가출한 뒤 기차를 타는데, 여기서 유학생 구완서와 만난다. 둘은 얘기를 나누던 중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기 위해 서양에 대해 더 많이 공부를 해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미국으로 함께 떠난다. 옥련은 미국에서 온갖 고난 끝에 고등소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다. 이 사실이 신문에 실리자 김관일은 딸을 찾게 된다. 두사람은 10년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김관일은 장성한 딸의 혼사문제를 꺼냈으나 옥련은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말한다. 옥련과 구완서는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이 소설은 낙관적 개화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다른 한편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어체 문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상투적인 한문구를 배제한 것도 이 소설의 성과이다. 이처럼 쉬운 문장은 훗날 우리나라에서 현대소설을 태동시키는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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