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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홍길동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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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홍길동전'

(96.9.20, 한국)

 

허균(1569~1618)'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로 유명하다. 그러나 모순 투성이의 봉건사회를 비판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혁명적 사회소설로서의 면모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글이라는 형식은 바로 혁명이라는 내용을 올바로 담아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홍길동전'의 형식과 내용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개혁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이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허균은 스스로 혁명가였다. 학문과 문장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통할 만큼 재주가 많았으나 단지 서자라는 이유로 그는 항상 지배층이 쌓아 놓은 울타리 밖에 존재해야 했다. 그는 관계에 발을 들여놓고도 불교를 숭상한다는 이유로, 다른 서자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이유로, '수호전'을 탐독한다는 이유로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49세 때 형조판서를 지내던 그는 남대문에 '곧 난리가 일어난다'는 격문을 붙이는 등 역모를 꾀한 혐의로 체포돼 저잣거리에서 능지처참당한다. 그의 모든 글은 불태워졌으나 한글로 쓰여진 '홍길동전'만은 민간 사이에 전해져 고통스런 삶을 살던 모든 이들의 희망의 불꽃으로 남게 됐다.

 

이 소설의 주인공 홍길동은 필자인 허균과 거의 비슷한 처지였다. 홍길동은 홍판서의 첩 춘섬의 소생으로, 어려서부터 도술에 통달하고 기개도 드높았으나 서자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에 한을 품는다. 가족들은 홍길동의 비범한 재주가 장래에 화근이 될까 두려워 자객을 시켜 없애려고 한다. 홍길동은 위기에서 벗어나 방랑길을 떠나고, 도적의 소굴에 들어가 두목이 된다. 그는 스스로를 활빈당으로 자처하고 해인사 보물과 관리들의 재산을 빼앗아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국왕은 홍길동을 잡으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호풍환우하는 그를 당해낼 자가 없다. 마침내 조정은 홍판서를 회유해 홍길동에게 병조판서를 제의하고, 홍길동도 이를 수락한다. 관직에 있던 홍길동은 남경으로 가던 길에 산수 수려한 율도국을 발견, 그곳의 요괴들을 처치하고 볼모로 잡혀있던 두 미녀를 구한다. 그는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와 3년상을 치른 뒤 율도국으로 다시 돌아가 대동의 이상사회를 건설한다.

 

줄거리에서 보듯 이 소설은 인간가치의 평등을 이념으로 삼는다. 적자이든 혹은 서자이든,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근대적 사상을 율도국이라는 구체적 미래상과 더불어 상세히 피력한다. 이때문에 모든 평론가들은 우리나라 저항문학의 금자탑으로 '홍길동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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