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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재의 '유림외사'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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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재의 '유림외사'

(96.8.30, 한국)

 

'홍루몽'을 쓴 청대의 소설가 조설근과 동시대 인물인 오경재(1701~54)는 대대로 벼슬한 조상이 많은 명문집안 출신이다. 하지만 남을 돕기를 즐기고 금전과 재물에 욕심이 없어 10년도 안돼 가산을 탕진하고 곤궁한 일생을 보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우화산 기슭에 선현의 사당을 지었으나 자금이 부족하자 집을 팔기도 했다. '주머니에 돈 한푼 없고 옷가지는 모조리 저당잡히고 굴뚝엔 연기나지 않는 형편에서 엄동설한이면 벗들과 함께 달밤을 타서 성밖 수십리를 돌며 발을 덮히기도'했다.

 

그는 대표작 '유림외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세태의 변천, 인심의 간교함과 허위에 찬 관료사회의 부패, 지배계급의 추악상 등 당시의 시대상을 날카로운 필치로 풍자했으며 한편으로는 노동계층의 고난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유림외사'란 선비사회에 대한 숨겨진 역사란 뜻이다. 원본은 50회였으나 전해지지 않으며 현재 가장 알려진 것은 55회본으로 '홍루몽'과 함께 청대 백화소설(구어체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당시 입신양명의 유일한 길은 '팔고문'으로 알려진 과거시험이었다. 하지만 시험이 고전에 대한 이해와 해석보다는 자구제한 등 까다로운 형식에 얽매여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학문정신을 말살, 일찍이 고염무 등 지식인은 "팔고문의 폐해는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맞먹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시험을 통해 형성된 전제군주의 관료사회는 부패했다. 부귀와 권력에 대한 욕망, 사대주의, 무염치, 교활 등 온갖 악덕이 활개치는 악의 사회였다. '유림외사'에는 더럽고 어두운 권력층의 모습과 비인간화 과정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유림외사는 일관된 줄거리나 두드러진 주인공도 없고 독자의 눈을 끌만한 기복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적인 오락성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작가의 담담한 필치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의 칼은 줄거리의 토막들이 쌓이는 동안 독자들로 하여금 온갖 강렬한 인간의 유형들과 당대의 사회구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청대는 장편소설의 황금기로 평가된다. 특히 애정.의협.사회소설이 주류를 이루는데 오경재의 '유림외사'는 사회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민국 수립 이후 중국문학계는 국어에 의한 탁월한 표현력과 사회비판정신을 높이 사 그에 대한 연구열의를 높이고 있다. 다만 그의 소설에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봉건적 잔재와 스토리 구성상의 산만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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