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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시선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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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시선

(96.8.9, 한국)

 

동양문학의 양대 흐름이 애국주의와 체제비판주의라면 이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지점에 탈세속주의라는 맥이 존재한다. 이같은 제3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 '도연명시선'이다.

 

도연명(365~427)은 중국 북위부터 송대까지 살았던 시인. 관료가문 출신답게 그 역시 하급벼슬을 얻었으나 41세 때 13년 관직을 뿌리치고 "내 어찌 5두미 현령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 소인(하급관료들)을 대할 소냐"라는 말을 남긴 뒤 전원에서의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천성적으로 자연을 좋아하는 그는 현실을 돌아보지 않고 경제적 고통 속에서도 정신적 해방과 열락을 추구하며 살았다. 그의 모든 시들은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같은 탈세속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 도연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가 '귀거래사'이다. 이 작품은 관직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면서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 시이다.

 

'돌아가련다/이제 정원이 장차 거칠어지려 하는데/어찌 돌아가지 않으리/돌아갈꺼나/사귐을 그만두고 교유도 끊으리/세상과 나는 서로를 잊으리니/다시 수레를 타고 여기에 무엇을 구하랴/향촌 친척의 정다운 이야기를 기뻐하고/거문고와 책으로 시름 잊으리라'

 

후세 시인들은 그의 시를 두고 "자연과 인간의 동화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도연명 시작의 핵심인 이같은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음주'라고 이름 붙여진 20수 연작이다.

 

'초려를 맺어 인경에 있고/더구나 거마의 시끄러움이 없고/그대에게 묻노니 무엇이 능하뇨/마음 머니 땅 또한 편벽되다/국화꽃 동쪽 울 밑에서 꺽고/유연히 남산을 보누나/산기운 낮밤으로 좋고/나는 새 서로 더불어 돌아간다/이 가운데 참 뜻이 있으나/말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는다'

 

도연명이 탈세속적이라 해서 전혀 정치적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리는 이상사회가 언뜻 드러난 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진왕조 때 난을 피해 나온 사람들이 개척한 마을인 도화원에 대한 예찬시이다.

 

'토지는 평탄하고 가옥은 즐비하게 서 있는데/비옥한 밭 좋은 못이 있고 뽕나무와 대나무가 늘어졌다/두렁길은 가로세로 뻗어있고 개 짖는 소리 닭울음 소리 들리누나/거기로 사람들은 오가며 농사 짓는다/남자와 부녀자들의 옷차림은 모두 밖의 사람과 다름 없다/늙은이와 어린 것들은 모두 걱정없이 즐거이 지낸다'

 

도연명의 현실도피에는 시대적 이유가 있다. 꼬리를 문 전쟁과 당화는 수많은 인재를 앗아갔는데도 유학은 이념적 건강성을 잃고 부귀를 위한 도구로 변질된다. 이 와중에서 이념적으로는 노장사상이 뿌리를 내리고 문학적으로는 낭만적 신비적 경향이 두드러졌다. 문학이 공용의 학문에서 개인적 언지로 바뀌는 순간, 그 선두에는 전원시인 도연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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