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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암 '수호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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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암 '수호전'

(96.7.12. 한국일보)

 

시내암(1296~1370)'수호전'은 명대의 4대기서로 불릴만큼 이름 난 장편소설이다. '수호전'에 이같은 명성을 부여한 것은 바로 120회본 전편에 녹아있는 반역의 기운과 이런 분위기를 저변에서 떠받치고 있는 영웅적 낭만주의 때문이다.

'수호전'의 반역적.영웅적 색채는 이 소설이 북송말기인 1121년 대도적단을 일으켰다가 정부군에 패전해 투항한 송강의 무용담을 비롯해 민간에서 전해지던 여러 호걸들의 에피소드를 집대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의 작가는 시내암 한사람이 아닌 중국 민중 모두였고 이런 이유로 착취의 원흉인 지배계급에 대한 피 맺힌 원한과 힘없는 민중을 대변해 이들에게 도전할 영웅의 출현이 이 소설의 골간을 이루게된 것이다.

 

'수호전'의 무대는 북송 인종시대. 천하에 전염병이 돌고 백성은 도탄에 신음한다. 위기를 느낀 조정은 대장군 홍신에게 칙서를 내려 용호산 상청궁 사한천사를 데려다 액운을 털어내려 했다. 그러나 홍신은 현지에서 금단으로 봉인돼 있는 복마전을 열고 이때문에 갇혀있던 108인의 호걸들이 각지에 흩어져 파란만장을 일으킨다.

 

송강 노준의 오용 무송 임충 등은 각지에서 휘종의 난세를 배경으로 강자를 무찌르고 약자를 돕는 반골정신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부패한 관료들의 압박을 받아 의탁할 곳을 잃게된 호걸들은 모두 양산박으로 모여든다. 양산박의 108 호걸들은 송강을 수령으로 받들고 의를 맹세한다. 이들은 진압온 관군을 물리치고 일대에 위력을 과시한 뒤 조정에 귀순한다.

귀순 후 양산박 무리들은 북방을 넘보는 요나라를 격파하고 반란군인 전호와 왕경을 토벌한다. 그러나 강남 반란군인 방납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수들이 차례로 쓰러지고 살아남은 장수들도 출가하여 27명만 귀환한다. 귀환 후 송강은 간신의 음모로 음독살해되고 의를 맹세했던 영웅들은 마침내 영원히 흩어지게 된다.

 

이 소설의 백미는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모이는 부분. 인상적인 주인공들이 차례로 등장해 눈부신 항쟁을 전개하다가 한사람씩 매우 합리적인 이유로 상당히 세밀한 과정을 거쳐 양산박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대목은 탁월하기 이를 데 없다.

'수호전'은 탄생 이후 민중들 속에서 널리 애독되고 유전되면서 거대한 혁명적 에너지를 공급했다. .청대의 계급투쟁과 농민봉기, 태평천국의 난,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대륙의 수많은 반체제 운동들은 '수호전'으로부터 반항정신과 투쟁방법을 배웠다. 그러고 보면 언제나 이 책이 중국대륙에서 금서가 돼야 했던 이유도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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