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올바른 성리학 계승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올바른 성리학 계승

 

시대 사조의 관점에서 내리는 성리학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매우 평범하다. 우리의 역사에서 중세 사상의 위치에 자리한 것으로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상의 하나가 성리학이라는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성리학을 '중세 사상의 일종'이라 본다. 따라서 그것은 관점을 단순히 시대 사조의 성격에 국한하여 판단할 경우, 근대의 여명을 열었다고 할 후기 실학보다 낡은 사상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성리학을 아무리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더라도, 그것을 후기 실학 이전의 '중세 사상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중세 사상의 한계 내에서 그 장단 득실이 연구되고 오늘과의 관련 밑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한계를 벗어나는 인식과 평가가 자행된다면, 그 결과는 역사의 역류 내지 복고적 환원에의 일조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세 사상으로서의 성리학을 도외시할 때 일어나는 결과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후기 실학이 아무리 근대 지향의 사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성리학의 바탕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후기 실학은 성리학의 모순을 배척하는 동시에 그 약점을 보강하려는 노력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보강을 기다리는 성리학의 (전근대 사상적)약점으로서의 요인이 후기 실학을 발흥시킨 성리학의 (중세 사상적)장점이다. 하물며 역사 발전의 요인이 비단선적(非單線的)양상을 띄었음을 고려한다면, 문제가 더욱 간단하지 않다.

 

 

역사 속에 흐르는 연계적 발전의 맥락은 무시될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후기 실학 역시 오늘과 내일의 관점에서는 보강되고 초극되어야 할 낡은 사상에 지나지 않는다. 근대화 내지 현대화를 위하여, 그것은 더 보강되어야 하고, 근대화, 현대화가 지닌 모순의 극복을 위하여, 그것은 새롭게 수정, 초극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리학이나 후기 실학이나 일정한 시대의 사상은 다 상대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성리학을 살피는 자세 또한 그런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어느 시대의 사상이나 다 상대적 가치를 지니면서 그것이 또한 그 이후의 사상과 어느 정도 연계적 관계를 지닌다는 점 때문에 우리의 성리학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낡은 중세 사상이지만 혹시 그 속에 미약하나마 오늘을 사는 데 보탬이 될 요소가 있지나 않을까?

 

바꿔 말하면, 오늘을 사는 데 절실히 요청되는 사상적 요소, 이를테면 인본 사상 같은 것이 성리학에도 있는데, 오늘의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구현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한 반성을 기울일 기회를 마련하기 위하여, 성리학에 대한 현대적 조명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서구의 암흑기라고 불렸던 중세 시대에 사실은 14세기부터 고전 연구를 표방한 '휴머니즘'의 새로운 싹이 트고 있었음을 발견하고 그 서구의 중세 사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려는 것과 같다.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