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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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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96.7.5, 한국일보)

 

난세를 헤쳐 나아가야 하는 약소국의 운명은 위대한 정치철학자를 낳는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가 16세기 이탈리아의 소국 피렌체 출신이듯이 '한비자'를 남긴 한비자(BC 280~233) 역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약소국이었던 한나라 출신이다.

 

그는 전국시대 말기에 태어나 조국의 멸망을 바로 눈앞에 두고 죽어갔다. 그의 철학은 그래서 매우 현실주의적이고 엄격하다. 전국 7(진 초 연제 한 위 조나라)이 각축을 벌이던 시대에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그의 조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법치를 통한 절대공권력의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말재주가 없는 대신 문장력이 뛰어났다. 그의 저서 '한비자'는 그가 남긴 55편의 문답체 문장과 설화, 우화 등을 묶은 것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군주의 올바른 통치술을 말하고 있지만 오늘의 국가경영이나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할 만한 것이 많다.

 

'십과'편은 임금이 몸을 망치는 열가지 경우다. 조그만 업적을 세우는 데 정신을 잃는 것, 조그만 이익에 얽매이는 것, 감정이 나는 대로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 음악에 빠지는 것, 지나친 욕심, 여락에 빠지는 것, 본거지를 비워놓고 놀러 다니는 것, 충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 외적인 힘에만 의지하는 것, 힘이 없는 주제에 남에게 무례하게 하는 것 등이다.

'이병'편에서는 "밝은 임금은 형과 덕 두 대의 손잡이를 잡고 신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갈파한다. 군주가 상벌의 권한을 스스로 행사하지 않고 신하에게 맡기게 되면 백성은 그 신하를 두려워하고 군주를 만만히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백성의 인심은 군주에게서 신하에게로 향하게 되므로 군주는 이 두 개의 손잡이를 절대로 놓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비내'편에서 말하는 군주의 자세는 너무나 엄격해 차라리 비인간적일 정도다. "군주는 남을 믿어서는 안된다. 남을 믿으면 자기가 남에게 눌린다. 신하는 군주의 위엄있는 기세에 눌려 부득이 명령에 따를 뿐이다. 신하란 언제나 군주에게 달려들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군주는 아들과 아내도 믿지말라고 말한다. "태자를 봉하면 그 태자를 옹립한 자들은 임금이 일찍 죽기를 원한다. 아내도 원래 같은 핏줄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하면 가까워지고 사랑하지 않으면 멀어진다. 재난은 사랑하는 데서 생긴다"

 

그가 집대성한 법가사상은 법치주의, 술치주의, 세치주의 3가지로 나뉜다. 법치주의란 법으로 백성을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고 술치주의란 관리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신상필벌의 통치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세치주의란 군주가 신하를 복종시키는 원천은 덕행이나 재능이 아닌 세력이라는 것이다. 결국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은 '..'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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