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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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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96.5.24, 한국일보)

 

영국의 진보적 활동가 에드워드 톰슨(1924~)의 명저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상당히 단순했던 계급의 정의를 약간은 복잡하게, 하지만 더욱 세련되게 만든 책이다.

 

62년 출판된 이 책이 20세기초 이탈리아 좌익지도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저작과 더불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생산방식 뿐만 아니라 의식이나 사상도 계급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톰슨 특유의 분석이 후기자본주의에서 사상통제의 정교화와 체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18세기말과 19세기초에 걸쳐 일어난 산업혁명 중 노동계급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라는 질문을 추적해 들어간다. 먼저 그는 산업혁명 이전 영국사회가 부자와 빈민으로 양극분해되기 시작하면서 감리교 부흥운동, 인민대중운동, 표현의 자유 사상의 대두 등 노동자 사상의 전조가 배태됐다고 서술한다. 이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자가 양산되자 급진사상, 기계파괴운동, 결사금지법 반대운동, 의회개혁운동 등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대변하는 사상적 움직임이 출현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편에서 그는 노동자의 사상과 문화 없이 노동계급의 성립은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이 책이 쓰여진 본래 의도는 영국의 보수적 역사가들에 대항해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피동적 인간이 아니라 스스로 사상과 문화를 창조한 주체적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톰슨은 생산방식과 노동계급을 직결시키는 경제결정론적 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해 의식 제도 문화 같은 상부구조를 강조하는 새로운 마르크스주의를 표명했는데 이 부분이 서양 진보이론가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일부에서는 계급에 대한 경제결정론적 관점을 비판한 그의 사상에 동조하면서 마르크스가 청년시기에 보여줬던 '자유의지가 강조된 사회주의'로 회귀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경제적으로 노동자라는 지위가 없다면 계급의식이나 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며 상부구조에 대한 강조를 사상적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청년시기 마르크스 사상이 장.노년기 마르크스의 사상과 다르다는 데도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를 여러 사회구성집단 가운데 하나로 보는 기능주의자들은 톰슨에 대해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갈등을 사회발전의 한 가능성이기는 해도 원동력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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