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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시선'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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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시선'

(96.4.19. 한국)

 

두보(712~770)는 동양문학사에 사실주의의 전통을 우뚝 세운 중국 당나라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시종일관 고통받는 민중의 현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고통의 근원에 지배계급의 비도덕성이 숨어 있음을 고발한다. 이때문에 두보의 시는 우수를 노래하는 데서 출발해 도덕성 회복의 주창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두보시선'에는 이같은 사실주의적 시 1,400여편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현종이 귀비와 대신을 거느리고 궁에서 베푸는 주연을 본 뒤 지은 '봉선현으로 가면서'는 지배계급의 방탕함과 민중의 고달픈 현실을 절묘하게 대조시켜 사회모순을 드러낸 두보 문학의 진수이다.

 

'더운 김 무럭무럭 피는 온천에/금군들이 창검을 절겅거리네/임금 신하 여기 와서 즐겨노는데/풍악소리 하늘 가에 울려 퍼지네/(중략)/손님들은 가죽옷 따뜻이 입고/피리와 거문고 소리 흥이 있구나/(중략)/궁궐에서 나눠주는 그 비단필은/가난한 여인들이 짠 것이건만/그 집 남편 붙잡아다 곤장치며/긁어모아 대궐에 바치라 하네/부잣집엔 술 고기 썩어나는데/길가에는 얼어죽은 시체 널렸네/부귀귀천 지척에 두고 판이하거니/너무나 슬픈 이 마음을 더 쓰게 하노라'

 

특히 '두보시선'에는 사회악의 고발 뿐만 아니라 부조리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위대한 민중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관리에 대한 시 세편''이별에 대한 시 세편'은 애국주의적 민중을 칭송하는 대표적인 시이다.

 

두보 시의 사실주의적 태도는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삶 자체에서 비롯된다.당 현종 시기는 국제무역이 성행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가 들어온 중국의 전성기였던 반면 현종의 실정으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던 때이다. 두보는 이 시기에 소관료의 아들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방랑생활을 했다. 44세에 안녹산의 난을 만나 적군의 포로가 됐다가 1년만에 탈출, 숙종에게 달려간 공으로 작은 벼슬을 받았으나 그나마 직언이 죄가 돼 관직에서 물러난다. 이후 성도 교외와 양자강 일원에 은거하면서 시를 쓰다가 59세에 쓸쓸하게 숨졌다.

 

고통스러운 두보의 삶은 번영과 가난이라는 사회의 양면 가운데 어두운 측면을 바라보도록 했고 이로부터 우수를 노래하고 비도덕을 꾸짖는 그의 시풍이 비롯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삶을 살았던 이백이 낭만주의 시를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 했던데 비해 두보는 현실 그 자체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자신과 민중의 고난을 직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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