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96.3.29.한국일보)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는 '가장 새로운 영혼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250년전 나란히 쓰여진 '돈키호테''햄릿'을 들면서 인간정신의 양대유형인 저돌형과 우유부단형을 이들 만큼 적절하게 묘사해낸 문학 작품은 역사상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돈키호테'는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주인공을 창조해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라만차의 한 시골귀족이 중세 기사소설을 지나치게 탐독한 나머지 제정신을 잃고 약자를 돕는 편력기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서 시작된다. 첫번째 출정에서 그는 별 소득 없이 상인들에게 몽둥이 찜질만 당한 뒤 집으로 돌아온다.

신부와 이발사에게 치료를 받은 뒤 그는 산초를 시종으로 삼아 두번째 출정에 나선다. 풍차를 거인이라 여기고 창을 겨누는 등 기행을 벌이다 신부와 이발사의 계책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세번째 출정에서는 백월의 기사를 가장한 카르라스코와 겨루다가 패배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승자의 명령에 따라 집으로 물러간다. 돈키호테는 병상에 눕게 되고 겨우 현실로 돌아와 본래 자신을 되찾는다. 그는 자신의 우매했던 과거를 성직자에게 참회하고 "이 모든 편력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말하면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에서 돈키호테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상주의자이다. 자신의 생명도 신념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버린다. 이같은 성격은 현실주의자인 시종 산초와의 인물 대비를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랐고 레판토 해전에서 큰 상처를 입었으며 해적선에 납치돼 5년간 알제리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세르반테스의 인생 편력으로 미루어 그가 돈키호테 같은 낙천적인 인물을 창조한 것은 대리만족적 욕구의 발현이라는 것이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이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가 이상주의자의 전형 창조에 있다면 사회적 의미는 반동적인 스페인 왕정을 비판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중세 기사들의 무용담을 패러디한 이 소설을 통해 세르반테스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스페인 왕정의 학정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소설은 줄거리 중심의 이야기식 구성인 중세의 문학 형식을 부정하고 인물 묘사와 성격의 변화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소설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중세 문학의 운문적 특성에서 탈피해 산문 중심으로 썼다는 점도 근대소설과 맞닿아 있다.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