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의미
by 처사21통일의 의미
이산 가족이나 통일 문제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통일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문제로 와 닿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통일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산 가족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에'라든지 '북한의 지하 자원과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이 결합하면 우리 민족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든지, 혹은 '우리 민족은 반만 년 역사의 전통을 지닌 민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통일되어야 한다'는 식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으로 보아 잘 알 수 있다. 물론 통일은 이산과 망향이라는 고통과 슬픔을 달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을 것이며, 북한의 풍부한 지하 자원과 관광 자원이 남한 사회의 자본 및 기술력과 결합되면 민족의 대도약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의 역사로 보아, 한 핏줄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한반도라는 공통된 영토에 살아 온 민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통일은 무조건적인 지상 과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의 문제를 이렇게 특정한 사람들만의 문제로 취급하거나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만 파악하는 태도,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을 찾는다는 무조건적인 당위로만 파악하는 태도는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 "통일되지 않아도 지금 우리는 잘 살지 않느냐? 통일이 된다면 오히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도 보듯이 통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고 그것은 바로 내가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이야기와 같지 않느냐? 통일이 되면 지금까지 내가 누려 온 온갖 혜택이 사라질 텐데 왜 구태여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반문에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일은 결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과제가 아니며 실제로 나의 삶과 우리 후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가치 있는 삶으로 이끌어주는 민족의 실천적, 구체적 지상 과제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대다수 민족의 바람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이 우리의 현실적 삶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는 사실은 분단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때 더욱더 실감 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분단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집단인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해마다 국가 전체 예산의 30% 안팎을 국방비에 투자하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회 간접 자본에 투자되거나 국민 복지에 쓰일 수 있을 것이며 전쟁의 위기 의식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또한 가장 창조적인 활동에 종사할 나이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3년 남짓 동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이 된다면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갇혔던 많은 사람들이 풀려날 것이며 더 이상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인권 침해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민족적 자존심이 크게 회복될 것이다. 분단으로 왜곡된 우리 현대사의 많은 부분들이 민족의 정기를 밝히는 방향으로 새롭게 해석됨으로써 청산하지 못했던 오욕의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고, 정치 권력을 등에 업고 반민족적 행위를 한 사람들, 개인의 영달에 눈이 멀어 민족의 전체 삶에는 무관심하였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군산 복합체는 자기 나라의 국력을 믿고 각종 무기의 판매를 해마다 강요하고 있으며 수만 명에 달하는 미군이 국내에 주둔함으로써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불필요한 미국의 무기 판매에 국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외국의 군대가 자국 내에 진주하고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오명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통일은 우리의 삶을 양적, 질적으로 크게 개선시켜 줄 것이다.
하지만 통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문제도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거의 반세기 동안 고착된 남북의 경제 체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경제 규모를 어떻게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심각하거니와 전쟁으로 빚어진 적대적 감정과 상호 이질적인 사고 방식과 가치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언어 차이, 문화적 차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분단 상황에서도 영, 호남의 지역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 대 새로운 남․북 간의 갈등이 진정한 민족의 화합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이며 우리를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으로 이끌어 주는 지름길이다. 그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과제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통일이 이뤄지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과 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과 난관은 통일이 주는 기쁨과 혜택에 비하면 그야말로 별 것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녀야 할 통일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통일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민족의 역량을 결집하는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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