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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안르레아스(Joel Andreas) "전쟁 중독"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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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Andreas, "전쟁 중독"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신문 서평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나는 결코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중독"은 책이라기보다는 꼭 󰡐운동권 찌라시󰡑 같다. 거친 붓 자국과 조악한 그림, 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지문과 작은 활자... 실패할 만화책의 특징은 모두 갖춘 셈이다. 나아가, 이 책은 󰡐만화󰡑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오히려 긴 지문에 많은 󰡐삽화󰡑가 들어있다는 설명이 더 맞을 정도로 자잘한 지문이 많다. 책의 겉모습만으로도 독서 전의(戰意)를 잃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결론부터 말하면, "전쟁중독"은 매우 훌륭한 책이다. 앞서의 단점들은 오히려 책의 메시지를 가벼이 흘려듣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 같은 구실을 한다. 󰡐만화책󰡑이기 때문에 지적 긴장을 늦추려 하는 독자들을 다잡는 역할 말이다. 70여 페이지를 넘지 않는 이 짧은 만화책을 통해 우리는 󰡐전쟁 중독󰡑에 빠진 미국의 문제를 그 어떤 길고 정교한 논문에서 보다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전쟁은 최후에, 그것도 최악의 해결 수단이다. 개개인 사이에서 종종 일어나는 주먹다짐이 최악의 󰡐추한󰡑 해결책이듯이 말이다.(따지고 보면 해결책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마지막 카드인 전쟁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은 전쟁으로 태어나고 전쟁을 통해 국력을 키워나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대량 학살하며 삶의 터전을 확보했고 󰡐주인󰡑이던 영국과 싸워 독립을 쟁취했으며, 멕시코 등 미주 나라들과의 싸움을 통해 영토를 넓혔고, 1,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로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갔으니 말이다.

 

미국은 󰡐세계경찰󰡑임을 자처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만 쳐도 미국이 외국에 군사 개입한 횟수는 200번이 넘는다. 미국은 전 세계 군사비의 36%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국방비 지출 상위 25개국이 지출하는 총 액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미국은 1 분당 100만 달러의 돈을 군대에 쏟아 붇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미국과 경쟁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투자󰡑.

 

 

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다. 󰡐신속하고 철저한 공격과 패퇴󰡑는 그 만한 원한과 보복을 불러온다. 9.11. 테러는 미국이란 󰡐해결사󰡑에게 보내는 피해자들의 응징이었다. (물론 테러 자체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든 또 다른 폭력이기는 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또 다시 󰡐전쟁󰡑을 택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더 많은 원한을 불러오고 오히려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과 테러와 싸우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고, 그럴수록 미국에 대한 분노와 혐오는 더욱더 증대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것이 󰡐전쟁중독󰡑에 빠진 미국의 현실이다.

 

󰡐전쟁중독󰡑은 미 국민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 미국의 소수 군산복합체들만 살찌울 뿐이다. 항공모함 1척의 1년 운영비만으로도 미국은 17천 채의 집을 지어서 67천명에게 살 곳을 제공하거나 34만 명의 약물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으며, 5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영양실조 어린이들에게 1년 동안 무료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인들은 사회복지를 위해 군사비를 절감하기를 원치 않는다. 정치자금의 큰 부분은 군산복합체에서 흘러나오기에 국방 산업체의 이익은 곧 그네들 자신의 이익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군산복합체는 주요 언론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언론 또한 전쟁을 지지하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가기 마련이다. 서로의 이익이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는 지배 권력층의 속성상 미국은 이미 󰡐전쟁체질󰡑이라 할 만하다. 전쟁을 통해서만 그들의 이익을 채워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 세계 뿐만 아니라 자국 내 대다수의 국민들을 희생자로 만들며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을 뿐이다.

 

전상자에게 󰡒...제너럴 다이내믹스, 엑슨, 체이스맨하탄 은행, AT&T, 맥도넬 더글러스, 제너럴 일렉트릭스 이름으로 귀하의 전장에서의 활약을 칭송합니다.󰡓라고 악수를 건네는 만화의 한 컷은 󰡒미합중국과 자유의 이름으로...󰡓라는 명분으로 전쟁에 뛰어드는 미국 지배층의 본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쟁중독󰡑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전쟁중독 국가들이 있었다.

 

󰡒....무수한 참극의 원인은....일반 대중이 일으킨 게 아니다....여러분의 노동으로 즐겁고 게으른 나날을 보내고 여러분의 땀과 가난에 의해 부유해진 자들이 도당과 노예를 얻기 위한 싸움 때문이었다. 그들은 여러분의 주인이 되기 위해 파괴적인 광신(狂信)을 고취했다....󰡓

 

볼테르(Voltaire)의 말이다. "전쟁중독"에서 묘사되고 있는 미국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역사는 이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진보도 한다. 󰡐전쟁중독󰡑을 진단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이 책이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 부디 폭력보다는 사랑이, 대결보다는 설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충격과 공포󰡑의 이라크 전이 끝나고 󰡐다음 타자󰡑인 북핵문제가 불거지는 시점에서 더욱 절실해 지고 있는 소망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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