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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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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96.3.1. 한국일보)

 

소포클레스(BC496~406)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성경과 함께 서양의 지식인 사회에서 토론주제나 가벼운 화젯거리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에게 사랑을 구하는 3~5세 남자아이의 심리적 특성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가 이 극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고 부른 것만 봐도 지식인 사이에서 이 작품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이 극에서 괴물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낸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냐'는 수수께끼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도 이 작품의 높은 명성을 입증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신화를 극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것은 시작에서 끝으로 단순하게 내달리는 신화의 내용전개를 그대로 추종하지 않고 상황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극을 시작해 사건을 역으로 추리해 들어감으로써 결론에 도달하는 분석극의 특징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이 비극의 도입부는 테베의 훌륭한 왕 오이디푸스가 나라를 휩쓰는 역병을 걱정하는 장면이다. 왕은 예언자를 통해 미궁에 빠졌던 전왕 살해사건의 범인을 잡아 벌해야 역병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던 중 살해사건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 과거 자신이 방랑길에서 우연히 만나 싸움을 벌이다가 죽인 노인이 전왕인 것을 깨닫는다.

 

극은 이어 오이디푸스의 과거를 설명한다. 오이디푸스는 원래 코린토스의 왕자였으나 어느 연회에서 자신이 왕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또 관련자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테베 왕 라이오스이며 장차 아버지를 살해할 운명이라는 선지자의 예언에 따라 라이오스 왕이 신하를 시켜 자신을 내다 버리도록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를 불쌍히 여긴 신하와 양치기의 도움으로 코린토스 왕 슬하에서 자라게 됐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오이디푸스는 방랑길에 오르고 도중에 길에서 만난 노인과 싸움을 하다 그를 살해했던 것이다. 이어 테베에 도착한 오이디푸스는 나그네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풀지 못하면 잡아먹는 괴물 스핑크스를 만난다. 오이디푸스가 무난히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자살하고 테베 사람들은 골칫거리를 없애준 대가로 그에게 왕위와 왕비 이오카스테를 주었다. 결국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죽이고 생모와 결혼한 패륜범이 되고 말았다. 전왕 살해사건 수사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자 이오카스테는 자살한다. 오이디푸스도 스스로 눈을 찔러 봉사가 된 뒤 다시 방랑을 떠난다.

 

한 고귀한 인간이 정의를 추구하면 할수록 파멸할 수 밖에 없었다는 줄거리를 통해 이 비극은 그리스 이후 지금까지 인생의 핵심주제 가운데 하나인 운명의 절대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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