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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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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96.2.16, 한국일보)

 

노자(기원전 6세기 또는 4세기)'도덕경'은 공자의 '논어'와 함께 동양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공자가 어느날 노자를 찾아가 예에 대해 물으니 "군자도 때를 못 만나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닐뿐"이라며 "그대도 교만과 욕심, 그리고 꾸미는 태도와 잡념에서 벗어나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물론 노자가 공자보다 100년 정도 후대 사람이라는 설과 가공된 인물이라는 설이 있어 이 일화의 신뢰성에 의혹이 가기는 하지만 이후 이 이야기는 여러 성현과 철학자들에 의해 동양사상의 양대 줄기인 도가와 유가를 구분해주는 가장 적절한 사례로 활용돼 왔다.

 

이 일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노자의 사상은 공자의 윤리론적 특성에 대립하는 자연회귀론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데 '도덕경'에는 바로 이같은 세계관의 진수가 녹아 있다.

 

전설에 따르면 '도덕경'은 세상을 등진 노자가 자신을 알아보는 한 문지기의 권유로 즉석해서 지어준 5,000자의 문장이다. 상편(1~37)에는 도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고 하편(38~81)에서는 덕을 다뤘다.

 

이 책에서 도는 우주만물의 원리이고 이 섭리를 따르고 지키는 것이 덕이라고 설명된다. 그런데 도에 따르기 위해 지켜야할 덕은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않고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유스럽게 사는 것, 즉 무위자연의 생활태도라고 주장된다. 이는 인의예지라는 덕목을 정해 놓고 이를 반드시 추종하라고 강조하는 공자의 사상과 대조된다.

 

노자는 이같은 철학적 관점에 따라 이 책 59장에서 "백성들을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으련만"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은 국가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무언가를 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자의 이같은 해체주의적 국가관 역시 나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유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근에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서양문명의 돌파구를 도가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한발 물러나서 자신을 돌아보며 살 것을 권유하는 도가의 철학을 통해 경쟁위주의 산업사회가 갖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도가는 이처럼 현대사상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론이지만 그 허무적 태도나 비실천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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