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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존재하는가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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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은 존재하는가

 

 

아이작 아시모프

역사를 통틀어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세계가 있다면 거기에는 언제나 지능이 있는 생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생물은 겉모습이 사람과 상당히 닮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서기 2세기에 사모사타의 시리아 작가 루시안은 최초로 별과 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썼다. 그는 물기둥을 타고 달에 올라가는 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달에는 사람처럼 생긴 지능을 가진 생물이 살고 있었을까?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적은 태양에 사는 생물이었고, 전쟁은 금성을 서로 식민지로 삼으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1600년대에 이르러서야, 그리고 망원경이 생겨나고부터, 천문학자들은 달에 공기도 물도 없으므로 우리와 같은 생물이 살 수 없다는 것을 꽤 분명하게 보여 줄 수 있었다. '죽은 세계'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이때가 처음이었다.

 

천문학이 더 발달하자 마침내 지능을 가진 생물은 고사하고 아무리 단순한 것이라 하더라고 생명체라는 것이 살 수 있는 곳은 태양계 안에서 오직 지구뿐이라는 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알게 되었다.

 

그런데 태양계 바깥의 드넓은 우주에서는 사정이 어떨까?

어쨌거나 태양은 빛을 내는 별(항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그밖에도 항성은 수없이 많이 있다. 그 같은 별 근처에서는 생명체가, 어쩌면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에게는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증거가 없다. 그러나 가능성을 연구해 볼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우주 안에 별이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지능을 가진 생물이 생겨났을 법한 곳이 몇 군데나 되는지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별은 아주 많이 모여 '은하계'라고 하는 무리를 이룬다. 태양은 은하수라는 은하계에 들어가지만 그 밖에도 은하계는 많이 있다. 1조 개나 되는 엄청나게 많은 별이 모여된 것도 있고. 50억 개 정도만 모인 '난장이' 은하계도 있다. 태양이 속해 있는 우리의 은하수 은하계는 그 중간쯤 된다. 은하수 은하계와 그 근처에 있는 마젤란 성운(星雲)에는 모두 1천 4백억 개 정도의 별이 모여 있다. 마젤란 성운은 은하수 은하계의 위성 은하계이다.

 

은하계가 전부 몇 개나 있는지는 모른다. 제일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는 수억 개를 찾아낼 수 있지만, 아직 우리가 찾아낼 수 없는 은하계가 무수히 많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주 안에 은하계가 1천억 개 정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또 우리 은하계가 중간 크기라면, 우주 안에 있는 별은 모두 1백 40억조 개 정도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얼마든지 틀릴 수가 있다. 우주 안에 은하계가 실제로 전부 몇 개나 있는지를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은하계들은 지구로부터 1백만에서 10억 광년이 떨어져 있는데, 우리 은하계 안의 별들은 1만 5천 광년 거리 안에 있다. 어딘가에 다른 고등 생물이 살고 있다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주 멀리에 있는 은하계에 있는 생물보다는 우리 은하계에 있는 생물에 흥미가 더 끌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므로 우리 은하계에 안에 얼마나 많은 고등 생명체가 있을지를 계산해 보기로 하자. 그러고 나면 우리는 (평균을 잡아) 은하계마다 얼마나 많이 있을 것인가를 추측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첫 숫자로 시작해 보자.

(1)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수= 140,000,000,000개

항성은 생명이 생겨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생명이 전개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은하계에서든지 항성은 대체로 비교적 크기가 작고 어둡고 불그스레하다. 흔히 말하는 '적색 왜성'이다. 그 같은 항성에서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아주 가까운 궤도에서 그 항성을 끌어안 듯 돌고 있어야만 한다. 그럴 때 그 행성은 에너지를 충분히 받겠지만, 그렇게 되면 조석(潮汐) 효과 때문에 자전이 느려질 것이고 마침내는 한쪽 면만 영구히 그 항성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쪽은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더울 것이고, 반대쪽은 너무 추울 것이다.

 

태양보다도 크고 더 뜨거운 항성이 많이 있지만, 항성은 크면 클수록,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더 빨리 폭발할 것이고, 따라서 전체적으로 생명이 필요한 만큼 꾸준히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안정된 상태로 머무르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진다. 만일 우리 지구에서 생명이 생겨난 것이 어쨌거나 일반적인 경우라고 볼 때(그렇다고 보지 않을 때에는 계산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고등 생명체로 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크고 뜨거운 항성은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는다. 그런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서는 바다에 원시 생물 찌꺼기가 떠다닐 수고 있겠지만,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그런 항성이 아니다.

 

우리가 찾는 것은 그러니까 태양과 같은 항성으로서, 태양의 4분의 1보다 작지 않거나 1.5배보다 더 크지도 않은 것이다. 태양과 같은 그 정도의 항성은 흔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아주 드물지도 않다. 우리는 무난하게 우리 은하계 안의 항성 가운데 10%는 태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숫자가 나온다.

(2) 은하수 안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의 수=14,000,000,000개

그러나 항성이 어떤 성격인가 하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까지는 그것이 그다지 중요할 것 같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전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덕분에 우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항성들이 더 빽빽히 들어차 있는 은하계의 핵 부분에서는 더 그렇다.

 

은하계의 중심 부분에서는 폭발이 일어나서 주변 우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것 같다. 은하계 백 개를 합한 것만큼 빛을 내면서 타고 있는 신비한 퀘이사들은 은하계의 핵 같기도 한데, 너무 밝게 타오르고 있어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보인다. 은하계의 한가운데에는 블랙홀이 있어서 끊임없이 물질을 흡수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X선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계의 중심부에는 아주 뜨거운 곳이 있는데, 항성이 수억 개 모여 이루어진 블랙홀일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은하계 중심부에는 생명과 같이 연약한 것은 있을 만한 곳이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광선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은하계의 변두리가-예를 들면 태양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 은하계의 소용돌이 모양의 날개 부분이-생명이 싹터 자라날 수 있을 만큼 조용한 곳일 수가 있다.

 

은하계는 중심부에 항성이 대부분 모여 있다. 우리 은하계에 있는 항성 가운데 90%가 중심부에 있고 나머지 10%만 소용돌이의 날개 부분에 있다는 것이 계산된 바 있다.

 

만일 태양과 같은 항성이 이런 식으로 퍼져 있다면(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가운데 10%만이 생명이 있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고, 그러면 다음 수치를 얻을 수 있다.

(3) 은하계 변두리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의 수=1,400,000,000개

물론 항성은 크기와 위치가 아무리 알맞다고 해도 그 자신이 생명을 낳을 수는 없다. 행성이 그 주변을 돌고 있어야만 생명이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어떤 항성에 그 주변을 도는 행성계(行星系)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확실하게 알 수 있을까?

 

실은 20세기의 첫 40년 동안에는 그런 행성계가 드물다는 것이 천문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처음에 기체와 먼지가 자체의 중력 때문에 저절로 뭉쳐지면 그저 항성을 만들 뿐이라는 설이 있었다. 행성이 생겨나려면 그 항성이 나중에, 예를 들면 다른 항성과 거의 부딪칠 뻔한다거나 하는, 일종의 천재 지변으로 거기서 물체가 떨어져 나가야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천재 지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하도 작아서, 어느 한 은하계가 생겨나고부터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그 같은 일이 한 번이라도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럴 경우에는 우리 은하계에서 여러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항성은 태양 뿐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어쩌면 태양과 거의 부딪칠 뻔했던 그 항성에게도 행성이 생겨났을 수가 있다).

 

그러나 1944년부터는 천문학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먼지 구름과 기체가 하나의 항성으로 모여드는 것과 거기서 작용하는 자기력을 살펴보면, 조용히 뭉쳐지지 않고 소용돌이가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한가운데에 항성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용돌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행성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다.

 

만일 이런 새로운 관점이 맞는 것이라면, 항성은 사실상 전부가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 두 입장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행성이 항성 둘레를 따라 움직이면 그 항성은 그 때문에 약간 흔들린다. 항성이 작으면 작을수록, 행성이 크면 클수록 많이 흔들린다. 그리고 만일 그 항성이 가까이 있다면 그 흔들리는 것이 눈에 뜨일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반 세기 동안 비교적 우리 가까이 있는 항성 가운데 대략 다섯 개가 그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항성 가운데 그만큼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으로도, 행성계는 아주 흔하고 그래서 새로운 설이 맞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먼지 구름과 기체가 뭉칠 때 항성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생겨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은하계에 있는 항성 절반이 이 같은 '짝별'로 되어 있을 수가 있다(짝별 구조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항성 하나나 또다른 짝별 구조와 다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짝별 구조 안의 항성들이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상대방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제각기 행성계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다. 반대로, 만일 이들 둘이 가까이 붙어 있다면(이런 짝별 구조도 많이 있다.) 생명이 생겨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행성궤도는 있을 수가 없다. 이런 항성에도 행성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면, 짝별 구조 절반이 또는 은하계 가장자리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 가운데 4분 의 1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식의 행성계를 이루고 있지 않다고 보기로 하자. 그렇게 해도 일단 가능성이 있는 행성계가 4분의 3은 남는다. 그러면 네 번째 수치가 나온다.

(4) 은하계 안에 있는 적당한 행성계의 수=1,000,000,000개

행성계가 하나 있다면, 그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생명을 만들어 내기에 적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행성이 전부 적당한 것은 아니다. 우리 태양계에서도 지구만이 그렇다. 지구와 크기나 구성 성분이 사실상 꼭 같은 금성도 태양에 조금 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너무 뜨거워졌다. 어떤 면으로 지구와 아주 닮은 화성도 태양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조금 더 작은데, 이 때문에 적당하지가 않다. 달은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지구와 같지만 아주 작으므로 생명이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찾는 것은 크기와 구성 성분의 온도가 지구와 같은 행성이다. 거기다가 그 궤도가 너무 긴 타원형이거나 자전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자전축이 너무 기울어졌거나 해서도 안 된다. 이런 성질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 평균기온은 적당하다 하더라도 생명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기후 변화가 심하게 될 것이다. 어떤 행성계를 놓고 보더라도 그 행성계가 이처럼 비교적 엄격한 조건을 갖출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쨌거나 우리는 우리 행성계에 대해서만 자세히 알고 있는 데, 그것이 꼭 표준이 아닐 수도 있다. 적당한 조건을 맞추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아주 잘 맞아 떨어져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라는 것을 만들어 냈고, 또 그게 우주 안에서 진짜로 지구와 같은 오직 하나뿐인 행성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어느 정도 있을 법한 방향을 찾아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행성계 열 개 가운데 한군데에 생명이 살기에 알맞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다섯 번째 수치를 얻을 수 있다.

 

(5) 은하계 안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의 수=100,000,000개

지구와 같이 생명이 살기 알맞은 별이 하나 있다면, 생명이 실제로 생겨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생명 그 차제는 하도 기적같이 생겨난 것이어서, 어떤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면 생명이 어쩌다가 우연히 생겨나는 것이라면, 그런 일은 정말로 있을법하지가 않기 때문에 은하계 안에 있는, 일단은 생명이 있을 수도 있는 1억 개의 행성 가운데, 지구가 오로지 단 하나 생명을 낳을 행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1950년대에 들어와서 생명이 생겨날 가능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점은 많이도 변했다. 지구가 처음 생겨났을 때에 생명이 생겨나기 전에 있었음이 틀림없는 간단한 원소를 혼합하는 실험을 연구소 안에서 자그마한 규모로 하였다. 이렇게 혼합한 것을 초기 태양이나 지구의 화산 활동 및 번개 또는 방사선 등 지구가 처음 생겨났을 때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에너지로 처리하였다.

 

그 결과 이들 간단한 물질이 꽤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 더 복잡한 물질을 이루었다. 이들 어느 정도 복잡한 물질로 다시 같은 실험을 되풀이했더니 더욱 복잡한 물질이 생성되었다.

 

이런 식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가장 복잡한 물질일지라도 가장 단순한 생명체의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이런 물질은 생명으로 향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다가가고 있다. 몇 주 사이에 연구소에서 소규모로 한 실험으로 이만큼 나올 수 있다면, 수백만 년 동안 여러 가지 물질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떤 일이 있었을까를 한 번 생각해 보라.

 

1970년대에 간단한 예비 물질이 생명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과정을 거쳐 비교적 복잡한 물질을 이룬 것이 혜성과 별들 사이에 있는 광대한 먼지 구름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런 것도 곧장 생명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있는 화학 물질을 섞어 지구와 같은 환경에서 시작하면 생명이 나오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라는 징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구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춘 지 겨우 몇억 년 뒤에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흔적이 바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만일 지구가 생명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을 전부 계산에 넣는다면, 예를 들어 1백억 년이라고 한다면, 생명은 그 기간이 20분의 1밖에 흘러가지 않았을 때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면 은하계 안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 가운데 95%가 생명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여섯 번째 수치를 얻게 된다.

(6) 은하계 안에서 생명을 키우고 있는 행성의 수=95,000,000개

이 숫자는 엄청난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다지 넉넉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하계 안의 항성 1천 5백 개 가운데 하나만이 어떤 형태의 생명체에다 빛을 비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생명이 있는 행성이 있다고 볼 때, 그 가운데 몇 군데나 생명을 갖춘 생물이 진화해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그 가운데 몇 군데나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문명이 생겨난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여기서도 우리는 우리세계 말고는 견주어 볼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세계가 얼마나 표준적인지 알 방법이 없다. 지능이 생겨난다는 것은 아주 우연일 수 있는 것이라서, 은하계가 생명으로 넘친다 하더라도 오로지 우리만 거기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비관적인 입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지구가 표준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우리태양이 지금처럼 태양과 같은 상태로 있은 지는 50억 년쯤 되었고, 또 앞으로 연료를 많이 소비하고 적색 거성(赤色巨星)의 단계로 접어들어 지구가 더 살만한 곳이 되지 못하게 되기까지는 50억 년쯤은 더 걸릴 것이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나는 조금 전에 지구가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전체 기간이 1백억 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기술문명이 생겨나기까지는 지구가 생명을 키울 수 있을 기간의 절반이 걸린 것이다. 밝혀 두는데, 우리가 지금은 별 과별 사이의 여행을 할 수가 없지만, 몇 세기 안에는 할 수 있게 되 것이다. 혹시 그러기까지 몇천 년이나 백만 년이 걸린다고 해도 지구가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전체 기간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므로, 그래도 우리는 지구의 역사가 절반 정도에 다다랐을 때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수 있는 기술문명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실은 그렇게 말고는 달리 길이 없는데, 평균으로 따져 은하계 안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 가운데 절반 정도가 그 역사의 절반 정도를 지났을 것이므로 그 절반 정도에서는 우리보다 더 발달한 문명이 일어났을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일곱 번째 값을 얻는다.

(7) 우리 은하계 안에서 일어난 문명의 수=47,500,000개

전부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수 있는 이들 문명을 생각해 보면 좀 복잡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들은 각각 식민지 개척에 나섰을까? 서로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배하려고 싸울까? 이긴 쪽이 진 쪽을 쓸어내 버릴까? 먼저 문명이 일어난 쪽이 다른 문명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까?

 

자, 한번 살펴보자.

한 곳에서 기술 문명이 일어났다고 생각 해 보자.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문명이 멸망하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을까?

여기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경우 말고는 살펴볼 예가 없다. 우리는 기술 문명의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 우리는 아직 달 말고는 다른 세계에 가 본 일이 없다.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은 아직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벌써 앞으로 반세기 안에 우리 문명을 끝장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고 있다.

 

끝장이 난다면 핵전쟁이나, 아니면 공해라든가 인구 폭발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간에 우리는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법칙일까? 지능은 진화 과정에서 자살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통하는 것일까? 기술문명은 모두 생겨나자마자 자멸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틀림없이 또 하나의 근거 없는 비관주의이다. 거의 50억이나 되는 곳에서 기술문명이 시작되었다면, 백만 군데 가운데 하나가 멸망하지 않고 별과 별 사이를 여행 다니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마일 그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자기들의 행성이 생화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 해 주는 한 얼마든지 계속 남아있지 않을까? 실제로 지금 살아있지 않을까? 여기서 여덟 번째 값을 얻게 된다.

(8) 우리 은하계 안에 오래 살아남은 선진 문명의 수=50개

이들 50개의 문명은 특별한 것임에 틀림없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멸망을 가져왔을 수도 있는 스스로의 욕구를 극복했다는 뜻이다. 이들 문명은 폭력에 눈 돌리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적인 문명일 것이다.

 

이들은 자기네들 사이에서 활동 영역을 평화적으로 넓혀가면서, 또 자체 문명을 발전시키고 있는 행성은 피하면서, 알맞은 행성에 평화적으로 진출했을 것 같다. 또 어쩌면 은하 문명 동맹 같은 것을 구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직 50군데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아니면 둘 밖에 없다고 해도, 충분히 오랫동안 존속해 있었다면 은하계 안의 적당한 행성들을 메웠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있는 문명의 수는 적을 수도 있겠지만, 무명이 자라나고 있는 행성은 많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에서 내가 계산해 놓은 것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우리는 쉽사리 찾아 나서서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그런 방법을 갖추게 되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지나야 될 것이다. 우리는 신호를 보낼 수도 없다. 충분히 강한 신호를 보내는데 드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그냥 기다릴 수도 있다. 정말 외계 문명이 있다면 마침내는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올 것이 틀림없다.

아직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은, ① 결국 외국 문명이 없거나, ② 있기는 하지만 은하계가 워낙 커서 아직 우리를 발견해 내지 못했거나, ③ 우리를 발견해 냈지만 우리가 우리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별에서 별로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내어, 은하 문명 동맹에서 합당한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내버려두고 보고 있거나 하는 가운데 하나가 그 이유일 것이다(비행접시와 같은 외계 우주선들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선사시대에 이미 다녀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증거로 내세우는 것은 맹목적인 사람 말고는 누구에게도 전혀 믿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 발견될지, 아니면 언제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는지 에 대해 전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그들의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직접 신호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저 우연히 신호를 보내고 있거나 아니면 무심코 일상생활에서 하듯이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는 있다. 만일 우리가 예를 들어 완전히 일정하지도 않고 완전히 제멋대로이지도 않은 초단파 신호를 잡는다면, 거기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지능이 있는 생물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받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로 내내 천문학자들은 이따금 지능이 있는 생물이 보내는 신호를 찾아내려고 태양과 같은 항성이 있는 쪽의 하늘을 계속하여 살펴보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의 항공우주국에서는 5년 동안 2천만 달러를 들여 우리 주위 몇백 광년 안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여 볼 것을 제의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외계 문명이 보내는 신호 중 뭔가 들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작 아시모프 / 소련 태생으로 어려서 미국에 이주, 귀화하였다. 전공은 생화학이었으나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광범위한 과학 일반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설하였다. 저서로는 『은하제국』,『나는 로봇』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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