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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생식의 세계

by 처사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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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생식의 세계

 

 

B. F. 세르게이예프

남성과 여성은 왜 존재할까?

지구상의 동물은 수백만 종이 넘지만 서로 똑같은 동물은 없다. 물 속에 사는 것이 있는가 하면 육지에서 사는 것이 있고 또 저온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또한 고압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많은 동물은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이렇게 동물 각각의 종은 대단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떤 종에도 암컷과 수컷이 있다는 것이다. 성을 갖지 않은 것은 극히 하등한 동물뿐이다.

 

그러면 왜 자연은 모든 동물을 암컷과 수컷으로 나누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만약 성이 없었더라면 어떠한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남성과 여성이라는 정반대의 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보통 생식을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일차적인 이유는 아니다. 왜냐하면, 암수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하등 동물들도 번식력이 대단히 강하며, 동물의 대다수가 무성 생식의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웅 양성 분화의 필요성은 생식이 아닌 다른 데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암컷과 수컷, 각각의 성이 생식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조사해 보면 그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생식 세포의 만남

지구상의 동물 대부분은 유성 생식으로 번식해 간다.

단세포 생물에 있어서 성(性)과정의 주요한 내용은 쌍방 세포 사이에서 핵의 물질을 교환(접합)하는 것이다.

 

가령 짚신벌레에게서는 접합이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유성 생식을 하려고 하는 두 마리의 짚신벌레는 입을 꽉 합치는 것처럼 복부를 합친다. 이어 양쪽 개체에서 몇 차례 핵이 분열하는 사이, 일련의 변화를 겪으면서 각각의 짚신벌레에게는 단지 2개의 핵, 자핵과 웅핵밖에 남지 않게 되고 그들의 염색체 수는 반으로 된다. 짚신벌레에는 웅핵을 서로 교환한다. 교체된 핵은 자핵과 융합하는데, 그 결과 각각의 짚신벌레에는 완전한 염색체 조를 갖는 새로운 핵이 하나씩 생긴다.

 

단세포 생물의 유성 생식에는 짚신벌레처럼 모양이 완전히 같은 두 개체, 혹은 별로 닮지 않은 두 개체가 이 과정에 참여한다. 말라리아 원충에서는 무성 생식으로 획득한 2개의 포자로부터 역시 매우 유사한 아메바 모양의 개체가 생겨나 몇 세대가 지속되다가, 10∼11일 사이에 작은 수컷과 큰 암컷으로 이루어진 유성세대가 발생한 다음에는 유성 생식으로 번식해 간다.

 

다세포 생물에는 특별한 성세포(생식 세포)가 존재하는데, 그 수정의 결과 새로운 개체가 발생한다. 이들의 생식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실로 다세포 생물은 자웅의 성세포(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온갖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하등 생물의 경우는 이러한 성세포의 만남이 바로 옆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쌍방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수가 많다. 따라서 게으른 부모는 자손을 남기기 위해 굉장한 수의 성세포를 가져야만 하고, 그를 통해 마치 식물이 바람으로 꽃가루를 흩뿌리는 것처럼 성세포를 흩뿌린다. 동물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수중에서만 일어나므로 자연히 그 산포 범위도 매우 작아진다.

 

성세포는 우연적인 '만남'에만 의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정자 ㅡ 수컷 배우자는 운동성을 가지고 때때로 상당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암컷배우자가 수정되는 데에는 암컷 배우자 수보다 훨씬 많은 정자가 필요하다. 불가사리와 성게 등 많은 해생 동물은 이렇게 번식해 간다.

 

콜로니(무리)를 이룬 동물은 함께 살기 때문에 서로 배우자를 찾기 쉽지만 그 대신 물 속에 함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들 동물은 어떻게 협정을 맺는 것일까?

 

이 진화 단계에 있는 동물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화학적 언어'뿐이다. 배우자의 무리나 물 속으로 이성(異性)의 성 호르몬 분비를 촉구하는 물질이 흩뿌려지다. 이러한 지령을 받은 콜로니 전체는 생식 활동에 들어간다. 거의 동시에 한정된 공간 내에 자웅 배우자가 한꺼번에 모인다. 이렇게 하여 비로소 수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치열한(?)사랑

고등 동물에서 배우자와의 만남은 어미의 체내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동물에게는 특수한 기관 ㅡ 외부 생식기가 있다. 자웅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암컷과 수컷은 몸을 직접 접촉시키다. 이른바 교미이다.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교미 시기가 일정하게 있다. 왜냐하면, 그 기간 외에는 암컷의 성 호르몬이 성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몸이 생식에 적합하지 않아 배(胚)의 발육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온 동물의 수컷은 일 년 중 언제라도 교미가 가능하다. 교미기 이외에 성숙한 배우자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사슴의 수컷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교미기가 일 년 중 어떤 계절로 정해져 있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다. 발육에 부적당한 계절에 태어난 새끼는 절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일 년 중 언제라도 교미할 수 있는 동물이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 새끼가 생기는 경우는 암컷과 수컷 양쪽 배우자가 모두 성숙해 있을 경우뿐이다. 인간의 경우 이 같은 기간은 일 년에 13회 있지만, 그 기간은 대단히 짧아 보통 하루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이 어머니가 될 기회는 일년을 통틀어 13일밖에 없다.

 

교미 시간이 짧은 것은 수초, 긴 것은 수일에 달한다. 개구리의 포옹은 3일 낮밤이나 지속된다. 나방은 교미에 수시간이 걸리는데, 이 때 수컷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물질은 공기 중에서 곧 굳어져 암컷과 수컷의 몸을 단단하게 결합시킨다.

때로는 교미에 많은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수컷 거미는 암컷에게 조심조심 접근해 간다. 암컷은 수컷을 보자마자 당장 덤벼들어 잡아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미 후 소수의 수컷만이 암컷으로부터 살아날 수 있다. 반드시 암컷이 수컷에게 달려들어 물기 때문이다. 교미가 한창일 때라도 수컷은 암컷에게 먹힐 우려가 있으므로 어떤 종류의 거미는 앞다리에 있는 특별한 갈고랑이로 암컷이 입을 열지 못하도록 한다.

 

남쪽 지방의 어떤 거미는 수컷의 수가 암컷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데, 그 정도로 수컷의 수가 많지 않으면 암컷과의 교미에 성공하는 수컷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종의 동물은 교미 후 암컷과 수컷 중 어느 쪽인가가 반드시 죽는다. 꿀벌이 결혼 비행을 할 때 동료 수벌과 떨어져 여왕벌에게 따라 붙은 수벌은 교미가 끝난 즉시 죽어버린다. 사마귀의 암컷은 교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 수컷의 머리부터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다모류 무리의 밀월은 가장 비극적이다. 이 동물의 경우는 본래 의미의 교미가 일어나지 않는다. 수컷은 암컷의 입 속에 직접 정액을 방출한 후 암컷이 몸을 잡아 찢는다. 그래야만 정자는 잘려나간 몸에서 뒹굴고 있는 난과 수정할 수 있다.

생식 세포 ㅡ 정자와 난자

고등 생물의 경우는 자손을 만들기 위해 자웅의 생식 세포, 즉 배우자가 이용되고 있다. 자웅의 생식 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와 매우 다르며 각각 자성 배우자와 웅성 배우자로 불린다.

 

자성 배우자는 보통 알(난자)로 불려지고 있는데 대부분 대현이며 형태는 공모양이거나 타원형으로 대량의 난황을 포함하고 있다. 알은 오리너구리, 바늘두더지 등을 제외한 포유류의 경우는 초기 시기에, 또 다른 동물의 경우는 배가 완전히 성숙하기까지 이러한 난황 덕분에 성장한다. 후자의 알이 극히 큰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살아 있는 동물 중에서 껍질과 난백을 제외한 난세포가 가장 큰 것은 타조의 알이다. 이 세포(알)의 무게는 총 2~3㎏에 달한다. 유사 이전에 절멸한 파충류와 17세기에 절멸한 새 애표르니스의 알은 물양동이만한 거대한 것이었다.

인간의 난세포는 가장 작은 부류에 속하는데 직경이 0.2~0.5㎜이다. 무척추 동물중에는 훨씬 작은 알도 있는데 직경이 0.04㎜정도이다.

 

난은 암컷의 생식 기관 ㅡ 난소에서 성숙한다. 인간의 난소는 보통 생후 2세반 정도에 형성된 후 그다지 변화하지 않는다.

 

성숙해 가는 난은 두 번 분열하는데, 그 때 염색체 수가 반으로 나뉜다(감수분열).난세포는 춘기 발정기가 시작됨과 동시에(성적으로 성숙하여)완전히 성숙하면 배란이 일어나다. 인간의 경우 난세포는 일 년에 13회씩, 일생 동안에 불과 400회 정도밖에 성숙하지 않는다.

 

웅성 생식 세포 ㅡ 정자는 대단히 독특하여 몸의 다른 세포와 다르다. 동물에 따라 정자의 모양은 서로 다르다. 공통점은 항상 난세포보다 작고 운동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포유류의 정자는 머리 부분과 긴 꼬리로 이루어졌는데 꼬리는 운동 장치의 역할을 한다. 인간의 정자 길이는 50~70㎛(마이크로미터)이며 머리 부분의 길이는 불과 4~5㎛에 불과하다. 하등 동물의 정자는 특히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그 머리 부분에는 첨체라는 돌기가 있어 난자에 구멍을 내는 역할을 한다.

 

정자는 정소에서 만들어진다. 척추동물에서의 정소는 쌍을 이루어 복강 뒤쪽에 있지만, 인간 등 일부 포유동물은 피부 바로 밑의 특수한 생식기(음낭)속에있다. 음낭으로의 정소 이동(정소 강하)은 어머니의 태내에서 일어난다. 만약 이것이 어떠한 이유로 일어나지 않으면 정소에서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복강 안의 온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실제 정소가 복강 안에 있고 체온이 상당히 높은 코끼리는 교미기가 되면 기온이 낮은 산으로 올라간다. 그렇지 않으면 임신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련으로 데려온 코끼리는 처음 수년간 새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인도나 아프리카 등의 원산지에서조차 때가 된 코끼리가 새끼를 낳는 일이 드문 것도 이상의 사실로부터 미루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어떻게 일어날까? 암컷의 생식공이든 혹은 체외 수정이든 상관없이 1개의 정자가 난자에 도착할 확률은 대단히 적다. 정자는 자성 배우자(난자)를 만나기까지 상당한 거리를 떠돌아다녀야 하는데, 가령 인간 정자의 속도는 매분 1.5~3㎜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수정의 신비

2개의 생식 세포(정자와 난자)를 확실히 만나게 하기 위해 자연은 불과 1개의 난자를 수정시키는 경우에도 대단히 많은 정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인간의 경우 겨우 1개의 성숙한 난세포가 있는 난소를 1회에 2억 개 이상의 정자가 방출된다.

 

더욱이 양쪽 생식 세포 모두 극히 섬세하고 수명이 짧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인간의 난자는 배란된 지 하루 낮밤이 지나며 죽어 버리고 정자는 질(膣) 안에서 24∼28시간밖에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자와 난자의 생존 시간에 있는 것만이 아니고 그 시간 동안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연어과의 알은 물에 들어가면 이미 정자가 침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난막이 딱딱해져 버린다. 더욱이 정자 자체도 물속에서는 극히 짧은 시간 (연어과는 45초, 옥새송어의 일종인 갈색송어는 23초) 동안에 그 운동 능력을 잃게 된다. 이같이 짧은 시간 내에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야만 하기 때문에 양어장에서 연어를 인공 부화할 때는 사전에 알과 정자를 혼합하여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물에 넣는다.

 

정자의 수명과 운동 능력은 물 없이 보존하면 현저하게 증대시킬 수 있다. 어떤 물고기의 정자는 '건조' 상태에서 1 ∼ 2 주 간, 때때로 그 이상도 보존될 수 있다.

 

일부 동물의 정자는 암컷의 질 속에서 대단히 장시간 동안 보존된다. 한랭 지방의 박쥐는 동면에 들어가면서 교미하지만 그 때 수정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암컷의 질 안에 들어간 정자는 봄까지 보존된다. 달팽이 정자의 수명은 수 년에 달한다. 꿀벌은 일생에 한 번밖에 교미하지 않은데 꿀벌의 정자는 질과 연결된 특수한 자루 속에 보존된다. 여왕벌은 알을 낳을 때 그 자루의 괄약근을 열고 정자를 내보낸 후 알을 수정시킨다. 만약 이 괄약근이 닫혀 있을 때 산란이 일어나면 알은 미수정란이 된다.

 

그러면 정자는 어떻게 난자를 발견하는 것일까? 현재 이에 대해서는 조금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 정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난자와의 만남은 우연적으로 일어나거나, 특별한 장치 덕택에 일어나기도 한다.

 

즉, 어떤 동물의 난자에는 특수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이것을 주위 매질에 극히 소량 분비시켜서 정자의 수명을 늘리거나 이 물질의 방출 방향으로 정자를 향하도록 한다.

 

수정은 정자가 난막에 부착되는 때부터 시작된다. 다음에 정자는 난자 속으로 침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난막이 그것을 방해한다. 극피 동물이나 아메바의 난막은 대단히 두껍다. 종종 난막은 난문으로 불리는 좁은 복도 모양의 통로로밖에는 전혀 정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자는 이러한 난문을 통하지 않고는 속으로 침입할 수 없다. 이 때 이윽고 커다란 해생 동물의 알도 천천히 움직이면서 회전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난자는 난막 바깥 세포층이 방사관으로 둘러싸여 있어 1개의 정자로는 어림도 없다. 방사관을 형성하고 있는 이 견고한 벽은 정자의 머리 부분에 소량 포함되어 있는 효소 히알우로니다아제로 용해되어 수만 마리나 되는 정자의 집중 공격에 의해서 비로소 돌파될 수 있다. 1개의 정자에 포함되어 있는 이러한 효소는 소량이지만 약 10만 마리의 정자가 모이면 막을 녹일 정도의 농도가 된다. 그후 정자 1개만이 난자 속으로 겨우 침입한다.

 

난자 속에 정자가 침입하면 즉시 난자의 내부, 특히 그 막에 일련의 변화가 일어난다. 막은 순간적으로 다른 정자가 침입할 수 없도록 단단해진다(수정막). 난자가 1개의 정자에 의해서만 수정되는 것은 이 막 덕분이다.

 

이 때 난세포의 핵은 침입한 정자의 핵과 융합한다. 이렇게 하여 자웅 배우자의 융합에 의해 태어난 새로운 세포의 핵은 마침내 완전한 수의 염색체를 갖게 된다. 이어서 난세포가 분열한다(난할).

 

어떤 경우에는 수정막의 발생이 지연된 결과 난자 속으로 2∼3개의 정자가 침입하기도 한다. 이들 정자의 핵이 난자의 핵과 융합하면 염색체 수는 정상보다 커진다. 일부 동물에게는 난자 속으로 여러 개의 정자가 침입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여러 개의 정자가 융합에 참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같은 난세포는 보통 정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은 죽어 버린다. 그러나 곤충이나 새 등 일부 동물에서는 난세포와 여러 개의 정자가 융합해서 생긴 개개의 개체를 성숙 상태로까지 인공적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배수체 동물, 즉 여러 조(組)의 염색체를 지닌 동물은, 수정 후 난할 과정을 혼란시키면 1개의 정자로 수정하는 보통의 경우에도 태어날 수 있다. 배수체는 특히 식물에서 널리 볼 수 있다. 배수체 식물은 세포가 보통보다 크기 때문에 현저하게 커진다. 모든 재배 식물은 배수체이다. 이 경우 염색체의 정상적인 분리가 일어나지 않고 난세포 분리가 혼란되어, 그 결과 난세포는 죽어버린다. 배수체는 어느 쪽이든지 한 쪽 성의 자손만을 낳는 단성 동물의 경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정의 또 하나의 특징은 비가역적이라는 것이다. 난자 속에 침입한 정자가 어떤 이유로 죽었다 해도 난자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발생과 분할을 계속한다. 난자의 발생은 난자 속에서 주의깊게 정자를 뽑아낸 경우에도 계속된다. 그러나 이러한 난자에 또 다시 정자가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같이 불완전하게 수정된 난자에서 발생한 배는 대개 발생 초기 단계에서 죽어 버리고 성숙 상태에 도달하는 것은 드물다. 침입한 정자가 죽든가 혹은 정자가 밖으로 꺼내져도 발생을 계속하는 난자의 능력은 대단히 중요한 특징이다. 난자에게서 여러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능력 때문이다.

일란성 쌍생아

암탉에게15개의 알을 품게 해서 30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 곱하기 1은 누가 보아도 1이다.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1개의 수정란으로부터 1개의 배밖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현재까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첫 번째 난할의 결과로 생긴 2개의 세포가 그 후 독립하여 2개의 배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른바 일란성 쌍생아이다. 이러한 분리가 배가 수십 수백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발생 훨씬 뒤의 단계에서도 일어난다.

 

일란성 쌍생아는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에게서 나타난다.

일란성 쌍생아를 우연히 낳는 동물과 달리 매우 일상적으로 낳는 동물도 적지 않다. 더욱이 그 속에는 고등 동물도 있다. 그 한 예가 포유 동물인 아메리카산 아르마딜로이다. 텍사스 주 등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아홈띠아르마딜로에게서는 1개의 수정란에서 항상 4개의 배가 발생한다(임신 전에 1개의 난만이 성숙한다.). 남미산 아르마딜로의 새끼 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보통 9마리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새끼의 성은 반드시 일치한다.

 

1개의 알로부터 여러 개의 배가 발생하는 현상이 특히 잘 나타나는 것은 기생 동물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종의 보존상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장래의 숙주(새끼)의 몸안으로 침입이 곤란한 기생 동물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 같은 기생충 중의 하나는 갈따구진드기의 한 종(소맥의 해중)의 알에 알을 낳는다. 이 때 기생충의 알은 16개의 세포로 분열한다. 이 세포로부터 또 한 번 분열하면서 1∼2개의 배가 생긴다. 전부 다 합치면 1개의 알에서 32마리의 개체가 태어나게 되지만 보통의 조건에서는 8마리를 넘지 않는다.

 

꼬마집게벌레의 한 종에서는 1개의 알에서 항상 1,000∼1,500마리의 개체가 생긴다. 물로 이렇게 많은 배를 기르는데 충분한 영양 물질이 알 속에는 없다. 배의 발생은 처음부터 일 부 배의 희생으로 시작된다. 이 같은 알에게는 영양 물질의 준비가 불필요하며 알 그 자체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알이 불완전하게 분할할 때도 일란성 쌍생아가 태어나는 데 그 새끼들은 몸의 어딘가가 서로 붙어 있다. 만약 알이 아주 조금만 분할되면 기형이 생겨난다. 다리가 4개 달린 병아리, 머리가 2개 달린 송아지, 꼬리가 2개인 당나귀와 물고기, 머리가 2개 달린 종달새가 보고되었다. 언젠가 머리가 2개인 돌고래가 붙잡힌 일도 있다. 특히 파충류에 이러한 기형이 많다. 머리가 2개 있는 뱀이 지금까지 여러 번 발견되었다. 머리가 많은 용의 이야기나 비잔틴제국과 제정러시아의 문장(紋章)에 있는 쌍두독수리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과연 1개의 알에서 여러 개의 개체를 인공적으로 길러낼 수 있을까? 막 분리된 알의 반쪽을 주의깊게 떼어 놓으면 각 세포에서 완전한 개체가 발생·성장했다. 두 번째의 난할 후에도 4개의 세포에서 정상적인 동물이 생겨났다. 세 번째 및 네 번째의 난할 후 8∼13개의 세포도 모두 정상적으로 발육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보통 그러한 배는 배 형성의 초기 단계에서 죽어 버렸다. 난을 인공적으로 분리하는 실험은 후기 단계에서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B.F. 세르게이에프/대뇌 생리 연구자로서 진화 생리학에 특히 관심을 두고 각 진화 단계에 있는 여러 동물들을 실험 재료로 장기간 연구했다. 뿐만 아니라 몸소 해양 관측선을 타고 수년간 해양 동물 연구에 열정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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