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죽음을 둘러싼 구구한 해석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죽음을 둘러싼 구구한 해석

김광역

 

민속 신앙·의례·놀이·구비 문학으로의 접근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서술의 편의상 심리, 사회, 문화적 차원의 셋으로 크게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심리적 기능을 보는 차원에서는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의 성격과 민속의 내용과의 관계,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 -- 참가하기 전과 후에 나타나는 -- 등을 살핀다. 불안, 긴장, 좌절감, 압박감, 경외감을 극복하고 꺼림칙하고 불쾌한 감정을 씻으며, 현실 셋P에서 얻을 수 없는 성취감, 행복감, 즐거움, 만족 등을 누리거나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맛보는 것과 관련된 해석들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아마도 우리 나라 민속 의례와 놀이 그리고 신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어 오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심리적 차원에서의 민속 연구일 것이다.

 

죽음과 관계된 신앙과 의례를 예로 들어보자. 말리놉스키의 해석을 따른다면, 장례 때 행해지는 울음과 엄숙한 절차 등의 정교한 배치는 궁극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해결하는 제에 보다 더 깊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고인의 죽음을 비통해 할뿐만 아니라 자신도 언젠가는 그것을 숙명적으로 맞이하게 된 것임을 인식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또한 한 사람의 죽음은 그 가족과 집단에서는 그 전체와 구조가 와해되거나 큰 변화를 겪게 될지도 모르는 긴장과 불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일정한 장례 의식을 행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장례에서 곡을 하는 것은 우리도 모두 죽을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회적 역할을 재조정하며,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경험을 통하여 집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심리적 차원에서의 해석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운다고 해서 동일한 심리적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누구나 슬프다고 똑같은 식으로 우는 것도 아니다. 곡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고인과의 친족 관계 정도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또한 상복의 종류, 옷감의 질과 색깔들도 다르며 상복을 입어야만 하는 사람과 입어서는 안 되는 사람의 구별이 있다. 이것은 모두 친족 관계라는 사회적 관계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지 심리 또는 감정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속의 이해에는 둘째로 사회적 맥락에서 기능을 파악하는 시각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기능은 단일하거나 단순한 것은 아니다. 어떤 한 민속 -- 의례이건 놀이이건, 혹은 신화이건 간에 -- 의 내용, 과정, 구조들이 실제로 참가자들에게 어떤 사회적 의미와 수단을 제공하는가에 일차적인 관심을 쏟는 시각이다. 흔히 우리는 하나의 의례를 통하여 참가자들이 결속력을 강화하거나, 정체성 또는 동질성을 인식하고 그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에 질서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것을 경험한다는 점을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동질성이 모호해지거나 질서 파괴의 위험이 고조되거나 결속력이 화해될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어떤 특정의 의례나 놀이가 행해지는 것을 볼 수 가 있다. 앞서 예로 든 죽음에 관한 의례를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해 보자. 상복을 입고 곡을 함으로써 그러한 의례적인 의무를 행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구별이 생기고 따라서 죽은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분류가 된다. 장례를 치르는 전 과정을 통하여 평소 일상 생활에 필요한 상부 상조의 호혜 관계를 확인하고 확립한다. 죽음과 장례에 따르는 여러 가지 역할들은 서로 위계 질서 속에서 연결되어 사람들은 각자 맡은 역할의 수행을 통하여 한 집단 또는 사회의 유지를 위하여 어떠한 역할 분담과 협력 체제가 효율적인지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민속 의례는 실제 생활에서 행하는 기능 외에 그 밑에 내재해 있는 사회적 관계나 현실을 반영하는 기능도 한다. 그리고 기능이라고 할 때 반듯이 순조로운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갈등과 모순을 야기시키고 그것들을 통하여 사회적 관계를 재조정 혹은 새로 성립시키기도 한다.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간의 친족 관계에 의하여 상복의 종류, 입는 기간, 행위의 제약들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반영으로서, 이를 통하여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를 재확인하게 된다. 죽음에도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의 구별이 있어서 그에 따라 처리 과정이 달라진다. 이러한 구분은 남녀, 시간, 장소들에도 적용이 되는 바, 현실 생활에서의 삶의 질에 대한 관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민속은 사회적 관계나 상황의 반영으로서 또는 사회적 관계의 재조정, 강화의 수단으로서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민속 자체만을 따로 떼어 내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운용되는 사회의 여러 제도, 즉 친족 제도, 가족 유형, 정치 구조, 경제적 특성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그러한 요소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의례는 심리와 사회적 맥락에서만 완전히 파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곡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기 위하여 상복의 종류를 달리하며, 참여와 부조를 통하려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지만, 왜 상복이 노랑색이나 빨강색이 아니며, 왜 매장은 열두 시에 맞추어야 하는가, 또는 어떤 음식은 왜 제사상에 올라갈 수 없는지는 사회적 기능의 측면에서는 해석되지 않는다. 즉 의례에는 측정의 장소, 시간, 방위, 색깔, 참여자의 자격, 음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구에 대한 규칙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의 심리 상태나 집단의 사회적 기능이 아니라 그 문화의 특징을 나타내는 상징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민속의 셋째 기능은 문화적 맥락을 파악할 때 이해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문화의 요소들과 그 특성이 민속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는가, 즉 민속과 문화가 얼마나 일치되는가,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이에는 문화에 영향을 주는 태도, 가치관, 목적 의식 등의 분석이 따른다. 이때 민속은 기존의 문화에 일치해서 행해지는 것이 있는 바, 이때 우리는 민속의 어떤 것은 그 문화의 요소들을 나타낸다고 본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남녀의 성의 차이나 연령의 차이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위계 질서에 따른 상징적 분류를 정해 놓고, 그 것을 참고로 하여 행동과 의미들을 결정한다. 그리하여 죽음에 관한 의례도 죽은 사람의 성(性)에 따라서 상복의 종류, 상복을 입는 기간과 범위, 또는 상장(喪杖)이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죽음에 대한 심리적 불만이나 갈등의 해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죽음을 통한 사회적 통합의 기능이라는 관점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문화의 기본 원리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파악이 되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죽은 자가 기혼인가에 따라 장례를 어떻게 치루어야 하는가는 성인에 관한 개념, 상속 제도들과의 연관 속에서 설명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관(下棺)의 시각, 묘의 방향과 지형을 결정할 때 동원되는 요소들도 한국인의 우주관과 신앙 체계라는 맥락 속에서 파악된다. 죽은 사람이 평소에 즐겨 먹던 보신탕이나 살아 있는 사람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위하여 값싸고 영양분이 많은 뱀이나, 염소 또는 미꾸라지와 같은 고기를 제사상에 놓지 못하는가 라는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민속의 많은 부분들은 기존의 문화 체계와 상징 체계를 반영하고 확인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는 측면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민속의 요소와 문화의 요소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민속의 어떤 것은 일상의 규범이나 통념들을 공공연히 깨뜨리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것도 있다.

 

탈놀이의 내용에서 볼 수 있는 상부 계층의 대한 하부 계층의 모욕적인 언사와 행동, 그리고 조롱들이 이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구비문학 부문에서 특히 두드려지는 것 같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는 남매간의, 또는 사위와 장모간의 성 관계를 주제로 하는 요소가 자주 보인다. 즉, 상식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허용되지 않는 것을 민속 의례, 놀이, 또는 이야기를 통하여 경험해 보는 상징적인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민속이 지니고 있는 유머나 재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파격의 흥이 가져가 주는 심리적 및 상징적 측면에서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민속의 이해에 동원되는 기능주의적 시각을 심리적·사회적 측면 그리고 문화 체계, 또는 상징적 측면과 관련지어 살펴보았다. 이러한 각각의 시각들은 그것으로 전적인 해석을 하지는 못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정당하며, 따라서 제한적 의미에서 그러한 시각의 도입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시각들은 종합할 때 우리는 하나의 민속 의례나 이야기나 놀이가 지니고 있는 기능과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민속 연구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되어 오 동제(洞祭)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연구가들은 동제의 기능으로 그 준비 기간에서 보여지는 성(聖)과 속(俗)의 분리뿐만 아니라 일상 세속 생활에서 분산·해이됐던 상호 연대감을 동신(洞神)에게로 소생·지별 시키고 일체감을 갖는 신성한 기간을 설정하는 것과, 제례 과정과 그 후 음복을 통한 통합 기능을 든다. 그 외에도 동제는 마을의 중요 안건들을 의논 결정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기능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며, 동제의 전후에 열리는 농악과 잔치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축제의 기능을 꼽을 수도 있다. 즉 심리적·사회적 맥락에서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문화적 의미들을 규명해야 한다. 동제 전후에 동민과 외부인 들에 의해 인정되는 성역(聖域)의 경계는 곧 마을의 사회 및 문화적 영역을 뜻하는 석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더 자세한 해석을 위해서 우리는 동제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가 갖는 의미 또는 황토나 적토, 새끼를 왼쪽으로 꼬는 것, 금기의 종류들에 대한 이유를 한국의 문화 체계 속에서 밝혀 내어야 한다. 그럴 때에 동제는 단순한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문화의 한 실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심우성/ 한국민속극 연구소 소장이다. 한국의 민속극, 남사당패 연구 등이 있다.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