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문제
by 처사21청소년 자살 문제
요즈음 IMF 한파로 경제적 위기가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현상 중 가정의 해체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물질 풍요시대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지내왔던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낯설고 현재의 상황이 어른 세대보다 힘겹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더욱 우리 청소년은 좌절감과 모멸감, 고립감을 느끼며 가정 형편의 어려움이나 이성 문제, 학업 성적 문제로 고민해오던 친구들끼리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극단적인 현실 도피의 방법을 택하여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180명의 청소년들이 학교 성적 부진 및 가정 형편과 가정 불화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울 시내 중,고등학생 3명중 1명 꼴인 33.2%가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명 가운데 4명 정도는 가출 충돌을 가졌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개원한 서울시 청소년종합상담실이 최근 갤럽에 의뢰, 서울 거주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8 서울시 청소년 의식' 조사에서 밝혀졌다. 자살 충동은 남녀별로는 여학생(43.7%)이, 소득 계층별로는 가족의 월소득이 3백 만원 이상인 학생(41.5%)이 비교적 많이 경험했다. 4번 이상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들도 36%나 됐다. 자살 충동을 느낄 때는 성적이 떨어지거나 나쁜 경우가 19.8%로 가장 높았으며 엄마에게 혼날 때(6.6%),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을 때(4.2%), 부모님이 싸울 때(3.6%) 순이었다. 가출 충동의 경우 학생들의 44.5%가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남녀별로는 여학생(51.8%)들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의 문제를 신약한 의지를 가진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사건과 문제 원인
―1998년 5월 31일 한겨레 신문 사회면에 '29일 오후 1시 30분께 울산시 화봉동 한 중학교 3층과 4층 사이 계단 창문에서 이 학교 3학년 이 모군(14살)이 교내 폭력에 시달린 끝에 자살을 택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경찰이 학생들을 상대로 자살 원인을 조사한 결과 무려 2년 동안이나 매질과 물고문 등 상상을 초월한 집단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투신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1998년 5월 23일 중앙일보 사회면에 '태권도가 하기 싫다. 운동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태권도부 고교생 2명이 자살 기도를 해 중태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들은 23일 오전 6시 10분께 전북 완주군 구이면 도립 공원 모악산 관리소 뒤 숲 속에서 전주 모고교 1학년 오 모군(17살), 김 모군(17살) 2명이 음독 자살을 기도 중 등산객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1998년 5월 4일 경향 신문 사회면에 가출한 10대 소녀 4명이 수면제를 먹고 집단 자살을 기도했다가 극적으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는 기사가 있다. 3일 오전 5시 30분쯤 경북 영주시 가흥 2동 영주공고 뒷산에서 박 모양(16살. ㅂ상고 1년 중퇴). 임 모양(16. ㅅ여상 2년 중퇴)등 10대 소녀 4명은 초등학교 동창생들로 지난해 말 함께 집을 나와 부산 영주 등지를 배회하다가 수면제를 각각 100알씩 먹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1998년 4월 22일 한겨레 신문 사회면에는 전교 1위 여고생이 성적을 떨어지자 자살을 하였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21일 오전 4시 38분께 서울 도봉구 창2동에서 편 모양(16. ㅅ여상 2년)이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그 아버지가 발견하였는데 1학년 때는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는데 2학년이 된 뒤에는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고민해왔다는 주위의 말로 미뤄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3월 36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4명의 여중생이 아파트서 집단 자살하였다고 보도하였다. 25일 오후 6시 10분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1동 20층 짜리 아파트에서 J여중 3학년생 4명이 남학생 친구 4명이 보는 앞에서 60여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하여 신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학생들은 평소 지나치게 연애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장래 희망도 가수 연애인 등을 적을 정도였다. 자살한 학생중 임양의 아버지는 수감중이고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며 송양은 서울에서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으며 최근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고 일부는 등록금을 4개월 동안 못 내어 '학교 가는 것이 창피하다'고 고민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0시경 이양과 송양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미리 시도하였다가 실패로 끝나자 투신을 결심하였는 데 이에 동조한 나머지 여학생들도 함께 동반 자살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평소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살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모방 형태의 집단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화와 사랑이 없는 가정, 성적과 입시 위주로 짜여진 학교 생활 속에서 청소년들은 좌절하고 자살을 생각한다. 한 명의 자살 충동이 친구의 동의로 이어지고 친구의 좌절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하는 심리 상태에서 자살 충동은 집단화된다. 극심한 경제 불황과 무더기 실업, 실직 사태 등 우울한 사회 현실 앞에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현실과 맞지 않는 다는 점을 고민하는 것이다.
자살 청소년을 조사해 보면 소속 집단에서 뒤쳐진 학생들이 많다. 이때 우리의 가정이나 학교가 이런 청소년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하면 좌절감이 증폭되는데 대화의 부재로 인해 청소년의 욕구 갈등 해소의 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충동을 외부로 발산할 때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범죄로 나타날 수 있다. 전교 1위를 하고도 자살을 선택한 여학생의 경우 우리 교육 제도의 극단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성 교육이 없이 학교가 지식적인 면만을 강조하였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죽어 가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 중의 하나인 교내, 학원 폭력도 심각한 지경이다. 무려 2년 동안 폭행에 시달려온 중학교 3학년생이 투신 자살을 한 것만 보아도 학교와 가정의 무관심을 지적할 수 있다. 학내 폭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와 학부모, 검찰, 경찰 심지어 종교계까지 나서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가해자들의 행위는 이제 '한 때의 철없는 짓'으로만 봐 줄 수는 없는 것이다.
학내 폭력의 1차적 책임은 학교에 있다. 경찰의 폭력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교사들의 적극적 감시와 훈도 없이는 교내 폭력을 적발할 수 없다. 미국의 초, 중등 교사들은 출석을 부르면서 학생들의 동태를 면밀히 살핀다. 예로 학생에게 상처난 곳이 없는가, 왜 우울한가 등 세심한 부분까지 예민하게 관찰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상담 교사가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교사들의 이런 식의 예방 조치가 있었다면 물고문과 같은 폭력이 2년씩이나 자행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학교 상담 제도의 부실, 인성 교육의 부재로 인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 많이 속출되고 있다.
청소년 폭력 예방 재단이 지난해 5~10월 서울시내 초, 중, 고교생 3천2백5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41.3%에 달하는 학생이 폭력 피해를 당했으나 이중 30.1%는 피해 사실을 신고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 하지 않는 이유로 '신고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34.6%),' '보복이 두렵기 때문(23.6%)'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폭력 피해 신고 후 결과를 묻는 질문에 45.8%가 '해결되지 않았다,' 8.5%는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해 54.3%가 피해 신고 후 학교나 경찰의 처리 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학교 폭력의 정도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다(39.3%), 심각한 편이다(45.1%)로 응답해 84.4%가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피해를 당하고도 또한 피해 학생을 보고도 신고 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다소의 책임은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어른들의 의지만 있다면 상황은 위처럼 자살까지 몰고 갈 정도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청소년 자살과 학교의 역할
청소년기에 자살이 많은 이유는 이 시기가 성장과 발달을 급속하게 거치면서 성인이 되어 가는 과도기이므로 스트레스가 많고 자아의 발달이 아직 미숙할 뿐 아니라, 우울증, 행위 장애, 물질 남용 등의 선행 정신 질환들이 호발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죽음에 대한 개념의 확산, 인지 기능의 발달, 충동성의 증가, 우울증이나 약물 남용의 증가 등이 자살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입시 스트레스, 학업 과열 및 학교 폭력 피해 등이 학생들이 자살 충동을 부추긴다고 보고 되고 있다. 청소년 자살에 있어서는 우울증, 약물 중독, 청소년 비행이나 결손 가정, 또는 기타 정신 질환에 의한 자아 기능의 와해 등이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의 여러 위험 요인 중 반복적인 자살 기도가 가장 유의한 요인으로서 반복 자살 기도자들이 자살할 가능성은 20%나 된다. 자살의 재기도는 자살을 기도한 후 3개월 이내와 1년 이내에 흔하다. 따라서 자살 기도자, 특히 반복 자살 기도자에서 그들의 정신 병리와 자살 병리를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면담에 있어서 자살 사고가 의심되는 정도라도 자살에 관한 이유, 동기, 기도의 방법이나 계획, 자살과 관련된 공상이나 이차적 이득 등을 직접적으로도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에 있어 학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청소년 자살이 학교의 책임하에 있다'라는 말이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자살 사고를 보이는 청소년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거나,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데 이를 소홀하게 다룬 경우, 그리고 부모에게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경우 법적으로 피소되었다고 Poland(1989)는 보고 하였다.
Pitcher와 Poland(1992)는 자살할 가능성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다루는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하였는데 이를 열거하면 첫째, 교사로서 불안하겠지만 안정을 찾으라. 둘째, 동료 교사 또는 그 학생의 친구의 조력을 구하라. 셋째, 그 학생에게 서서히 접근하고 논리적으로 질문하라. 넷째, 그 학생과의 면담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으라. 다섯째, 자살 기도의 계획과 자살 사고의 빈도를 구체적으로 캐물어라. 여섯째, 자살 외에도 다른 대안이 있으며, 이러한 처지에 놓인 경우가 그 학생뿐이 아님을 강조하라. 일곱째, 자살 사고와 의도를 비밀로 하겠다고 타협하지 마라. 여덟째, 'No-suicide Contract'에 서명하게 하라. 청소년 자살에 있어 학교는 궁극적인 해법을 제공하지 못하여도 자살 예방의 첫 단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청소년 자살의 해결을 위한 노력
정부에서는 난국 타개책의 개념을 단순한 경제 대책이 아닌 총체적 사회 관리 대책으로 전환하고 그 일환으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입시를 위한 점수 따기에 치중하고 있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해 강인함과 절제력도 함양하는 인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학교는 학생 지도 상담의 비중을 높이고 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정의 화목에 애를 쓰며 특히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좌절감이나 고립감은 주로 대화 부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의 입장에서 서 보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충동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자살의 징후들"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 징후들로
첫째, 자살을 결심한 청소년이 일반적으로 평소 "세상이 싫다"는 말을 하거나 장난처럼 친구의 호출기에 이 같은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의사를 남에게 알리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둘째, 수면제 등 약물을 소지하거나 약을 먹고 잠을 잠이 든다. 이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심적 상태를 말한다.
셋째, 세상에 초연해지거나 심하게 우울해지는 등 감정이 급변하고, 아끼는 물건을 남에게 주는 등 자신의 신변을 정리한다.
넷째, 밥을 안 먹거나 잠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는 등 생리적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다섯째, 남인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가족을 멀리한다.
여섯째, 청소년끼리 어른이 없는 집에서 밤을 지새는 등 '보호 부재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쉽게 친구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집단 판단'을 내려 '집단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청소년 스스로도 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을 비하시켜 스스로의 굴레를 만드는 나약함에서 벗어나 우리 주위의 소년, 소녀 가장 등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세워 가는 사례를 본받아 정신적으로 강인함을 키워야 하겠다. 어른들도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청소년을 어른의 입장에서 섣불리 평가하지 말고 청소년의 입장을 고려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대화로 자녀들의 고민과 희망 사항을 챙기고 우울증 등 이상증세를 보일 경우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조언과 치료를 받는 일이다.
이 글은 20여년 전에 쓰여진 글임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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