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독서창고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by 처사21
728x90
반응형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전수용-이화여대 영문과교수>

 

찰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소설가 가운데 한 명으로 그 특유의 과장되고 해학적이면서 감상적인 문체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과 호흡을 같이 했던 작가다

 

보통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이라고 번역되는 이 작품의 제목은 사실 커다란 기대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소설의 주인공 핍은 가난한 고아로서 성질이 못된 누이 조지아나와 마음씨 착한 대장장이 매형 조 가저리의 집에서 자란다

 

어느날 마을 근처 습지에 나갔던 핍은 무시무시한 탈옥수를 만나고 그의 위협에 못이겨 그에게 음식과 쇠고랑을 끊을 줄칼을 갖다준다매그위치라는 이 탈옥수는 결국 경찰에 잡히게 되지만 핍에게 보상을 약속한다

 

같은 마을에는 해비셤이라는 괴상한 노처녀가 살고 있다결혼식 한시간 전에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해비셤은 아직도 노랗게 바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그녀의 식탁에는 곰팡이가 슬고 거미가 우글거리는 웨딩 케익이 놓여있으며,시계도 결혼식 한시간 전의 시간을 가리킨 채 멎어있다이런 모습으로 해비셤은 자신이 당한 모욕에 대한 한을 생활의 전부로 삼고 살아간다해비셤은 핍에게 자기 집에 정기적으로 와 에스텔라라는 자신의 피후견인 소녀와 친구로 지내라는 제안을 한다해비셤은 자신을 배반한 남성들에게 보복하려 미모의 에스텔라를 남자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특별히 훈련된 냉혈 여성으로 키운다이 사실을 모르는 핍은 냉정한 에스텔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사랑의 포로로 남아있다

 

얼마 후 런던의 변호사인 재거즈는 익명의 후견인이 핍을 신사로 키우기 위해 교육을 시키겠다는 제안을 했음을 알려온다핍은 해비셤이 자신을 에스텔라의 장래 남편감으로 키우기 위해 그런 제안을 했다고 믿는다런던에 간 핍은 허버트 포켓이라는 해비셤의 먼 친척과 숙소를 함께 사용하게 된다그곳에서 핍은 벤틀리 드러믈 등 귀족계급의 젊은이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신분과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누이인 조지아나에게 구박을 받으며 자라던 어린 핍에게 따스한 애정을 주었던 매형 조 가저리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핍은 그의 세련되지 못한 태도 등이 부끄러워 불친절하게 대하기도 한다해비셤은 에스텔라를 런던으로 보내 핍으로 하여금 에스텔라에게 구애하게 하나 에스텔라는 결국 벤틀리 드러믈과 결혼하게 된다

 

스물 한 살이 되는 생일에 핍은 자신이 한때 도움을 주었던 매그위치라는 탈옥수의 방문을 받게 되는데 이로써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교육시킨 후견인이 아직도 끔찍한 모습으로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매그위치였음을 알게 된다매그위치는 호주로 추방된 뒤 그곳에서 부유한 목양업자가 되어 약속대로 핍에게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그는 자신에게 서러움을 주던 신사들에게 한이 맺혀 핍을 신사로 키우려 했던 것이다그의 방문을 통해 핍은 또한 해비셤의 약혼자가 그의 어린 시절 습지에서 매그위치와 싸우던 악당이었음을 알게 된다놀라운 사실에 경악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으나 핍은 자신의 성장모습을 보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고 금지된 귀환을 시도한 매그위치를 돕는다에스텔라가 결혼한 뒤 핍이 마지막으로 해비셤을 방문한 날 그녀의 저택은 불타고 핍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비셤을 구하지 못한다

 

핍이 자신보다 고귀한 신분의 여자로 생각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애를 태웠던 에스텔라는 매그위치와 살인죄를 저지른 여죄수 사이에 태어난 딸임이 판명된다매그위치를 프랑스로 도피시키려는 핍의 노력은 매그위치의 원수이자 해비셤의 옛 약혼자 컴페이슨의 출현으로 좌절되고,매그위치는 결국 감옥에서 죽는다매그위치를 부끄러운 악연으로 생각하던 핍은 점차 그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매그위치가 죽은 뒤 혼자 앓고 있는 핍에게 가저리는 변함 없는 애정을 갖고 찾아온다사악한 누이는 인심사납게 굴다가 가저리의 조수 손에 살해당했고,가저리는 하녀로서 한때 핍을 좋아했던 아름다운 마음씨의 비디와 결혼해 있었다핍도 비디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나,성숙하지 못했던 핍은 그녀의 신분이 자기보다도 낮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와의 결합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다

 

에스텔라의 결혼을 아직도 가슴 아파하는 핍은 친구 포켓과 함께 수입업을 하여 성공을 거둔다11년 후 가저리를 방문하는 길에 폐허가 된 해비셤의 집을 찾은 핍은 그곳에서 역시 폐허 속을 헤매고 있는,과부가 된 에스텔라를 만나게 된다그녀는 드러믈과의 불행한 결혼생활의 경험으로 따스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으며,두 사람의 장래에는 어떤 결합의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디킨스가 처음 이 소설을 썼을 때는 핍과 에스텔라는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으로 종결되어 있었다그러나 디킨스는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핍과 에스텔라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였다고 한다그로 인하여 작품이 사실성에 충실하기보다는 대중적 취향에 영합하는 값싼 종결부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소설은 진정한 신사도와 인간적 고귀함을 주제로 삼고 있다핍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수한 여건들 때문에 한때 신분상승과 부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되지만,매그위치의 출현으로 그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에스텔라의 신분이 밝혀지면서 그는 다시 한번 신분과 부의 꿈의 허망을 느끼게 된다그 외에도 해비셤의 부질없는 악의와 드러믈의 잔인성 등도 상류라는 꿈 뒤에 숨어있는 인간성 부재를 핍에게 드러내 보인다반면 핍은 혐오스러운 매그위치의 자신에 대한 맹목적 애정,가저리와 비디의 변치 않는 성실한 애정 등에서 진정한 고귀함과 신사도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728x90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독서창고

처사21

활동하기